전투기 무장장착은 누가 하나요?
조장은 개인별 정비능력관리제도 이수
항공기마다 무장장착 절차·과정 모두 달라
중량 최대 1톤까지… 고도의 집중력 요구
지난달 말 공군은 대규모 ‘공대공·공대지 실무장 사격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훈련에는 총 9개 전투비행대대 소속의 우리 군 주력 전투기가 대거 참가해 실무장 사격을 하며 적의 주요 전략목표에 대한 정밀타격능력과 다양한 항공무장의 실질적 타격 능력을 맘껏 과시했습니다. 훈련 동안 주력 전투기들은 SPICE-2000과 GBU-31(JDAM), AIM-120B 등 첨단의 공대지 폭탄과 공대공 미사일의 실무장 사격을 하며 전투수행 능력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렇듯 실무장 사격 훈련은 보기만 해도 위력을 실감합니다. 일반적으로 공군이 화력 시범을 보이면 첨단의 전투기들과 전투 조종사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범 뒤에는 보이지 않는 요원들의 노력도 숨어 있습니다. 고가의 첨단 탄약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장전하는 일선 무장정비사들의 노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선 무장정비사가 무장장착전투기는 무장을 해야 임무를 수행합니다. 무장 없는 전투기는 ‘팥소 빠진 찐빵’과 같은 신세가 될 수 있습니다. ‘민항기’와 다름없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그만큼 전투기의 무장은 중요합니다. 전투기의 꽃은 파일럿이지만 그의 임무 완성을 도와주는 수많은 요원이 있습니다. ‘일선 무장정비사’들 역시 그러한 이들 중 한 명입니다.
일선 무장정비사는 작전 지원에 필요한 무장에 대한 장착 업무와 즉응 전력, 비상대기 항공기 무장계통 점검과 정비업무를 수행하는 요원들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공대공·공대지 탄약 등을 항공기에 신속히 장착해 최단시간 내에 출격하도록 지원하는 이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위의 한 줄 요약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자격도 엄격하거니와 임무 자체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전투기 무장장착 임무는 그 중요성과 위험성만큼 엄격한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만 부여됩니다. 무장장착은 ‘무장장착조’라 부르는 4인 1조(간부 2명 병사 2명)로 구성됩니다. 조장은 탄종별 자격증인 IMQC(Individual Maintenance Quality Control·개인별 정비능력관리제도) 항목을 이수한 부사관이 맡습니다. 조원들 역시 초도교육을 이수해야만 무장장착사의 타이틀을 부여받게 됩니다.
새로운 탄약(무기) 등장 때마다 관련 정보 습득군의 모든 요원이 그렇지만 무장정비사 역시 ‘평생 안주’는 없습니다. 매년 수많은 폭탄과 미사일 등 새로운 탄약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최신 정보를 습득해야 합니다.
공군19전투비행단의 김주석 준위는 “신 탄종 도입 때마다 새로운 교육을 받고 관련 지식을 익혀야 한다”며 “업체 담당자들이 부대를 방문해 교육해 주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무장장착에 관한 지식은 단순히 무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흔하진 않지만 만약 담당 전투기가 바뀌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인증자격을 다시 취득해야 합니다. 항공기마다 무장장착에 대한 절차와 과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군19비의 김동희 원사는 “F4 팬텀 전투기를 8년 동안 담당하다가 KF-16 담당으로 변경돼 관련 정보를 다시 배워 인증 자격을 취득했다”고 말합니다.
비상상황 시 조종사와 함께 비상대기일선 무장정비사들의 임무는 쉽지 않습니다. 장착 무기에 따라 최대 1톤까지 나가는 무기의 중량과 위험성으로 작업 때마다 긴장감을 유지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무기 중량 때문에 대부분 작업이 장비를 이용해야 하고 임무수행 시간도 짧지 않아 무장 탄약에 따라 최소 1시간에서 최대 3시간까지 소요되기도 합니다.
또한 무기를 장착하는 포지션의 공간적 여유가 부족해 늘 부상의 위험이 따릅니다. 이 때문에 엄체호(이글루) 안에서 이뤄지는 임무는 안전 헬멧과 장갑 등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탄약장착이 이뤄지는 엄체호의 환경 역시 이들의 임무수행을 괴롭히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개방 형태의 엄체호에서는 한여름의 열기와 한겨울의 냉기가 그대로 요원들에게 전달됩니다. 비상대기 항공기를 담당할 경우 이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며 일선 무장정비사들은 조종사·정비사와 함께 지정 장소에서 대기하며 비상상황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래도 일선 무장정비사들의 자부심과 긍지는 하늘을 나는 멋진 전투기만큼 높기만 합니다. 화려한 화력쇼를 벌이는 전투기를 볼 때마다 파일럿 뿐 아니라 무장정비사들의 노고도 함께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이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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