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게임

로마 역사의 중심에서 승리를 이끌어라

입력 2017. 04. 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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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토탈 워’ 시리즈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이 치열한 전장을 그려내는 데 공을 들인다. 트로이전쟁을 다룬 서사시 ‘일리아스’부터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까지 음악·미술·영화 등 다채로운 형태로 전장의 치열함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리고 정보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전장의 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바로 컴퓨터게임에서다.



수많은 전쟁 게임 중에서도 칼과 창이 맞부딪치고 기병의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흔드는 고전 시대의 전장을 가장 잘 구현한 게임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한결같이 손을 들어주는 작품은 ‘토탈 워(Total War)’ 시리즈다.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 스튜디오가 2000년에 처음으로 ‘쇼군 토탈 워’를 출시하면서 시작된 ‘토탈 워’ 시리즈의 전통은 개인화기가 보급되기 이전의 전장 묘사에 있어 가히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들으며 최고의 고대 전쟁 게임으로 군림하고 있다.



실감나는 야전 현장… 병사 하나하나의 무장·표정 관찰 가능

‘토탈 워’를 처음 플레이해본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장면은 역시 야전 현장이다. 단순히 깃발이나 아이콘으로 부대가 표시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병사 하나하나의 무장과 얼굴 표정까지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카메라를 통해 전장의 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이 ‘토탈 워’의 방식이다.

카메라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 방식을 통해 플레이어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전투의 맥을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카메라를 가까이 대 격전의 현장을 감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줌아웃을 통해 전장의 전체 국면을 보면서 명령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영화나 회화 같은 매체와 달리 컴퓨터게임 속의 전장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전투를 다루며, 게임 안의 플레이어는 실제 야전지휘관과 같은 심정으로 자신의 전투를 이끌게 된다.



어느 시대 어디 배경인지 명확히 밝혀, 역사적 고증 ‘가치’

전장의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토탈 워’ 시리즈는 또 하나의 방법을 동원하는데, 바로 고증이다. 주로 고전 시대 전투를 다루는 시리즈 특성상 이 전투가 어느 시대 어디를 배경으로 하는지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게임의 현실감과 몰입감을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시리즈별로 등장하는 부대와 병과들은 그래서 동시대에 실제 존재했던 병과들을 최대한 살린 모습으로 게임에 등장한다. 중세를 다룬 ‘미디블 토탈 워’ 시리즈에서 잉글랜드 장궁병은 전투 시작 전에 적 기병의 돌격을 막기 위한 장애물을 설치할 수 있게 설정됐다. ‘로마 토탈 워’는 로마 보병대의 방진(보병이 뭉쳐 사각형의 진형을 갖추는 로마 진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미디블 토탈 워’에서 쳐들어오는 몽골 기병의 유럽 침략은 활을 쏘며 빙빙 도는 몽골 경기병의 기마사격을 충실하게 구현했다. 다만 게임의 재미 유지를 위해 일부 고증은 과감하게 생략 또는 삭제하기도 한다.

 

국가 총력전 묘사

야전 전술에서의 세부 묘사뿐 아니라 ‘토탈 워’라는 이름에 걸맞게 게임은 각 문명, 세력 간의 대국적 전략에 대한 묘사도 충실하게 구현한다. 실제 로마 시대의 지명을 그대로 살려 전략 지도에 반영하고, 중세를 다룬 ‘미디블 토탈 워’의 경우 십자군전쟁, 몽골 침략, 흑사병 같은 실제 역사 이벤트를 포함시켜 당대의 한복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연출을 선보인다. 병사 개인의 모습부터 대국적 전략까지를 풍성하게 담은, 말 그대로 전쟁의 모든 것을 다룬 의미로서의 ‘토탈 워’인 것이다.



전략·전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게임

전쟁은 움직이는 개념이다. 병력과 물자, 전략과 외교가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아군과 적이 상호작용하는 모습 전체를 전쟁이라 부른다. 기존의 매체들이 이러한 역동적인 전장의 한 측면 또는 벌어진 사건 중 일부만을 다뤘다면, ‘토탈 워’를 필두로 한 게임들은 전쟁의 역동적인 구조 자체를 다룸으로써 플레이어를 전장 한복판의 의사결정자로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러 전쟁 게임 중에서도 역사적, 군사적 입장에서 가장 충실한 전장 재현을 해냈다고 평가받는 게임 ‘토탈 워’ 시리즈는 군 관련 종사자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만져 보아야 할 게임이다.

비록 냉병기 시대는 화약병기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때의 전술이 개량되고 발전돼 오늘에 이르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토탈 워’를 플레이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를 넘어 전사(戰史) 자체에 대한 체험학습이 될 것이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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