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나는 대한국인’ 본지 연재 탈북자 출신 첫 웹툰작가 최성국 씨
어려서 그림에 재주…천재 소리 들어
한국 영화 CD로 몰래 팔다 발각 추방
2010년 중국·라오스·태국 거쳐 탈북
총칼이 무섭지만 더 강력한 것은 문화
오랜 분단 벌어진 남북 문화 차이 그려
# 탈북 후 첫 회사. 북한에서 온 사람을 처음 만났다는 한 여자 손님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며 전화번호를 묻는다.(북한에서는 연인 사이에 인연이라고 하고 그 외에는 모두 동지다) 세상에 나에게 먼저 대시하다니. 퇴근 시간에 무작정 그녀를 찾아가 선물을 건네자 놀라며 마음만 받겠다고 한다. 마음을 받겠다니 날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저는 그냥 친구 같아서 편하게 대했던 것뿐인데요...’(북한에서는 남녀 사이의 친구는 연인이다) 역시, 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만난 지 5일 만에 결혼하자고 고백했다. 그 이후 연락두절.... 먼저 전화번호도 달라 하고 친구라고도 했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위 내용은 네이버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 ‘로동심문’의 일부다. 실제 평양 출신 탈북자인 저자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탈북민의 남한 정착기를 다룬 이 웹툰에는 남북 문화와 언어 차이로 생기는 에피소드가 녹아있다. 반응은 뜨겁다. 조회 수가 100만을 훌쩍 넘었고 단행본(꼬레아우라 펴냄)이 출간되기도 했다. 최근 국방일보와 만난 최성국(37) 작가는 ‘문화통일’이란 단어를 꺼냈다. “총칼이 무섭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것은 문화입니다. 로동심문이 오랜 분단의 세월만큼이나 벌어진 남과 북의 문화 차이를 해소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합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주가 있었다. 고등중학교 4학년 최성국은 반미투쟁월간을 맞아 북한에 쳐들어오는 미군을 한국화로 그려 ‘천재’ 소리를 듣는다.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조선4.26만화영화촬영소에서 애니메이터로 근무하며 한 달에 두 편씩, 100편이 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북에서는 꿈의 직장이죠. 매달 쌀, 식용유 1병, 한우와 설탕 1㎏을 줬거든요. 외화벌이 회사라 군대도 면제받았습니다.”
학업도 병행할 수 있어 평양미술대학에 진학해 아동미술학과를 전공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외국인 직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처우라는 사실을 깨닫고 꿈의 일터를 스스로 박차고 나왔다. 큰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버린 컴퓨터를 재조립해 내다 팔았다. 그러던 중 중국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발견하고 이를 CD로 복사해 몰래 팔기 시작했다. 북한까지 퍼진 한류 덕분에 원하던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단속이 심해지면서 암거래가 발각됐고 ‘평양 추방’ 처벌을 받았다. 2010년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 탈북했다.
탈북한 해 10월, 처음 대한민국 땅을 밟은 그는 프로그램 개발, 대북 관련 방송 PD, 안보강의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남북 간 문화 차이 때문에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은 인터넷도 없고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과 깊이 관여돼 있습니다. 친구네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다 알고 있을 정도죠. 남한에서는 상대방에게 너무 깊이 들어가면 실례가 되더군요.” 다시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TV 개그 프로와 코믹 웹툰을 보며 남한의 개그 코드를 학습했다. 직접 겪은 실화를 남한식 개그로 녹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웹툰 ‘로동심문’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독자들이 ‘로동심문’을 통해 통일에 관심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통일에 관심 없는 남한 젊은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북한 자체에 관심이 없더군요.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인민들을 속이고 있지만 남한은 왜 북한의 실상을 잘 모르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독자들이 로동심문을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 통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어서 그는 대한민국 군대야말로 ‘진짜 군대’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30년 동안 북한 군대를 많이 봐왔습니다. ‘배고픔 때문에 억지로 끌려다니는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전투력이 나올까’ 생각했죠. 남한에 와서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강한 훈련을 받는 군인들을 보면서 ‘이게 진짜 군대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조국을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소중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군 장병들을 응원한다”며 “장병들이 제 만화를 보며 힘든 군 생활에서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최성국 작가의 인기 웹툰 ‘로동심문’이 ‘나는 대한국인’이라는 이름으로 국군 장병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내일(6일) 첫 회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국방일보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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