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PHANTOM

입력 2016. 12. 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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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팬텀


내년 2월 2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전세계 인기작 ‘오페라의 유령’에선 만날 수 없던

유령의 출생 비밀·살해 이유 등 사실적 묘사

2막 발레 시퀀스로 무대 완성도·예술성 극대화

 

 

 

올해 연말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 공연이 있다면 단연 ‘팬텀’이다. 특정 배우의 공연표는 정말 한 장조차 사기 힘들 정도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형식적 특성만 보자면 뮤지컬 ‘팬텀’은 노블컬(소설의 노블과 뮤지컬의 합성어)에 속한다.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같은 사내가 살고 있고, 흉측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늘 오페라 가면을 쓰고 다닌다는 이 이야기가 처음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은 1920년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출판물로서였다.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인 오페라 가르니에는 지금도 프랑스 파리를 여행 가면 공연이 없는 낮이라도 입장권을 사서 건축물 투어를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고풍스럽고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데, 유령이 출몰했다는 5번 박스석의 입구나 공연장 천장의 화려한 샹들리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오페라의 유령’의 주요 신 배경이나 소재가 된 장소들이다.

 

 


 


워낙 인기를 누렸던 소설이다 보니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변화되기도 했다. 주로 섬뜩한 괴기담과 기괴한 러브스토리를 버무려놓은 독특한 내용으로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뮤지컬 작품도 여러 편이다. 최초로 무대화했던 것은 켄힐에 의한 버전이었는데, 이야기의 배경이 오페라 하우스이고 여주인공이 오페라 여가수임에 착안해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들을 짜깁기식으로 엮어 무대를 꾸몄다. 덕분에 공연장을 찾아가면 애절한 사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잘 알고 있는 익숙한 선율의 오페라 노래들을 무대에서 즐기는 재미를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버전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지금까지 전 세계 극장가에서 올린 매출 규모가 6조3000억 원을 웃돌아 역사상 그 어느 입장권을 사서 보는 문화상품-영화나 뮤지컬, 연극 등 모든 장르를 통틀어 가장 높은 판매액을 이뤄낸 콘텐츠가 됐다.

2016년 끝자락 대한민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뮤지컬 ‘팬텀’은 모리 예스톤이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그는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을 각색한 뮤지컬 ‘나인(9)’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명한 뮤지컬 작곡가이다. 원작 영화와 다른 뮤지컬 제목이 생겨나게 된 것은 뮤지컬화의 작업 1/2이 더해졌다는 의미의 반영이었다.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이 판타지 같은 러브 스토리의 이미지 구현에 집중했던 것에 반해, 예스톤은 보다 구체적이고 직설적이며 그럴싸하거나 그럼직한 인과관계의 스토리와 사연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로이드 웨버의 버전에서 나오지 않는 예스톤 버전만의 특징은 음악을 사사하는 과정의 유무다. 모리 예스톤의 ‘팬텀’에서는 한 음 한 음 소리를 정교히 다듬는 유령과 그의 지시를 따르는 과정에서 사랑을 느끼는 크리스틴의 모습이 잘 살아있다.

 

 

 

그래서,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유령에 얽힌 출생의 비밀이나 그가 오페라 여가수 크리스틴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과정, 그리고 왜 그 수많은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연들이 훨씬 사실감 있게 묘사되는 것이 특징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봤거나 좋아했던 사람들이 더 많이 극장을 찾는 경향도 있는데, 예스톤의 ‘유령’이 로이드 웨버의 그것에 대한 번외편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듯한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이해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이웃 일본에서는 여성들만 출연하는 타카라즈카 버전으로 만들어져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뮤지컬 ‘팬텀’은 우선 시각적으로 무척 만족스럽다. 제작사인 EMK가 최근 선보이는 작품들이 보여주는 특징이다. 원작은 외국의 것을 가져오되 무대를 보는 재미는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현지화 전략인 셈이다. 덕분에 외국 원작에서는 없었던 로이드 웨버의 작품 속 상징적 이미지, 예를 들어 샹들리에의 추락장면이나 파리 지하호수 위로 배가 떠다니는 장면 등이 덧붙여졌다. 여기에 장면에 따라 쉬지 않고 교체하는 유령의 가면은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며 화려한 장식을 따라보는 재미를 충실히 선사한다.

박효신, 박은태, 전동석으로 이뤄진 유령 역과 김소현, 김선영, 이지혜의 크리스틴 다에 역이 무대를 꾸민다. 이 작품만의 특별한 재미도 있다. 바로 2막에 등장하는 발레 시퀀스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 김주원과 황혜민이 등장한다. 자칫 통속극처럼 보일 수 있는 무대를 적절한 완성도로 포장하고 예술성으로 상쇄시킨다. 몸동작, 손동작 하나하나가 전율을 안겨줄 정도다.


<감상팁>


소설을 읽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이 큰 인기를 끌며 우리말로 번역본이 일찌감치 등장했다. 책을 읽고 무대를 보면 그야말로 세세한 것들까지 모두 보이고 이해할 수 있다.

어느 조합을 볼까

세 명의 남자 주인공과 세 명의 여자 주인공이 있다. 조합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스케줄을 잘 살펴보고 극장 나들이를 계획하자. 물론 인기 커플의 표는 구하기 어렵겠지만.

음악을 통해 즐기자

배경이 오페라 하우스이고, 이야기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연이다. 당연히 음악이 좋은 작품이다. 음반을 미리 구해 듣거나 관람 후 되새김해보는 것은 좋은 감상법이다.

<원종원 교수 / 뮤지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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