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맹수열 기자의 조리병과 함께 쿡

최소한의 재료로 최고의 중국요리 쇼~ 뚝딱!

맹수열

입력 2016. 11. 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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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해군1함대사령부 김광억 상병 / 홍쇼두부


한·중·양식조리사 자격증을 모두 갖춘 김 상병은

“병영식단에 맞춰 다양한 음식을 만든 경험은 나를 더욱 진화시켰다”며

“남은 복무 기간에도 선·후임들에게 계속 요리를 배우며꾸준히 실력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튀긴 돼지고기에 채소 함께 볶아 맛 더해

소스 만들기도 쉬워 누구나 따라할 수 있어

두부는 튀기는 게 정석이지만 군대선 기름도 아껴야… 부침으로 바꿨죠

 

 


낙천적인 성격의 ‘청년 요리사’는 요리 내내 선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야 하는 낯선 경험을 하다 보니 잔 실수는 있었지만 맛을 내는 노하우와 탄탄한 기본기는 그대로였다. 해군1함대사령부의 조리병 김광억 상병이 만들어낸 생소한 중국요리 ‘홍쇼두부’ 속에는 요리를 향한 그의 열정과 겸손이 담겨 있었다.



해군1함대사령부 김광억 상병이 두부를 부치고 있다.

 

 

 


선임에게 처음 배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레시피 완성

지난달 31일 김 상병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1함대를 찾았다. 김 상병은 자타가 공인하는 1함대 최고의 조리병 중 하나. 한·중·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두루 갖춘 그는 원래 입대 전 양식을 주로 요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그가 기자에게 선보인 요리는 중식. 함정에서 선임에게 배운 것이라고 했다.

“홍쇼두부는 간단한 재료로도 중국음식 고유의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다른 부대 조리병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요리를 선택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조리대에 놓여있는 재료들은 다 부대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죠. 만드는 과정을 보시면 기자님도 집에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을 것입니다.” 김 상병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리대 위에는 두부와 몇 가지 채소, 돼지고기, 달걀 정도만이 눈에 띄었다. 이 정도로 그 어렵다는 중국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김 상병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믿고 함께 요리에 나섰다.

“우선 두부를 부치겠습니다. 원래는 기름을 많이 넣고 튀기는 것이 정석인데 기름을 아껴야 하는 군 요리의 특성상 부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한 번 튀기고 나면 기름을 버려야 하니 아까운 것이 사실이죠. 오늘 제가 설계한 조리법은 부대, 혹은 집에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취재를 준비한 김 상병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조금 긴장한 탓인지 두부를 부치면서 살짝 으스러지는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기름을 완전히 달구지 않은 상태에서 두부를 넣으면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작은 실수를 했음에도 김 상병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웃어 보이며 요리를 계속했다.

다른 과정은 순탄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간단했다. 돼지고기에 녹말과 달걀흰자를 묻혀 탕수육처럼 튀긴 뒤, 마늘과 양파로 향을 낸 기름에 손질한 채소를 넣고 볶아서 불맛을 더했다. 이어 물과 간장, 소금, 설탕을 섞은 뒤 전분을 넣어 농도를 맞춘 소스를 만들고, 이를 준비한 재료들과 섞으면 끝. 요리 초보인 기자도 집에서 가족들을 위해 쉽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조리법이었다.



 

 

 

중국요리에 대한 편견 깬 ‘김광억표 홍쇼두부’

쉬운 과정이었지만 레시피를 만들기 위한 김 상병의 노력은 간단하지 않았다. 새로운 조리법을 내놓으려면 틀을 깨는 아이디어와 수많은 연습이 있어야 한다. 김 상병 역시 선임에게 배운 조리법을 개량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요리를 마친 뒤 찾아온 시식 시간. 김 상병과 그의 선임인 박정흠 병장, 헌병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한상 상병이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그리고 버무려진 재료들을 한 입 넣는 순간 평소 먹던 중국음식과는 또 다른 맛의 세계가 펼쳐졌다.

“중국음식이라고 해서 굉장히 자극적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네요. 속이 편해질 것 같은 맛입니다.” 유 상병은 짧은 시식 소감을 남기고 곧바로 ‘먹방’에 돌입했다. 유 상병의 말은 기자가 느낀 그대로였다.

기자를 포함한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접시를 뚝딱 비워냈다. 김 상병은 정신없이 먹는 시식단을 바라보며 흐뭇한 듯 연신 미소를 지었다. 선임인 박 병장은 시식을 마친 뒤 “아까 두부 부침에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살짝 불안했는데 역시 맛은 그대로”라며 “이 정도로 잘해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자랑스러운 후임의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했어”라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전역 전 동기들을 위한 ‘특별 요리’ 선보이고파

김 상병이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운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라고 한다.

“중학생 때부터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간단한 요리를 만들다 보니 흥미가 생겼다”는 것이 그의 설명. “체계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전 처음으로 만든 요리가 파스타였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됐는지 양식 요리를 주로 공부하게 됐죠. 호텔조리학과로 진학하고 나서 패밀리 레스토랑과 퓨전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양식은 자신이 있었지만 한·중식은 아무래도 미숙했죠. 그런 저에게 군대는 발전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됐습니다.”

해군에 입대한 뒤 그는 전우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고 한다. 병영식단에 맞춰 한식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경험은 김 상병을 한 차원 더 진화시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노력보다는 군과 선·후임들에게 공을 돌렸다. “홍쇼두부는 물론 여러 요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 음식점을 경영하다 입대한 선임에게 ‘과외’를 받으면서 중식에도 눈을 뜨게 됐죠. 입대하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조리병 동료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상병은 한 달 뒤면 자랑스러운 병장 계급장을 달게 된다. 이제 선임급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남다른 실력의 비결은 바로 ‘겸손함’과 ‘배움의 자세’였다.

“요리사는 자만심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초보라고 하더라도 본받을 점은 다 있죠. 남은 복무 기간에도 선·후임들에게 계속 요리를 배우고 싶습니다. 저 역시 제가 가진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고요. 서로 공부하면서 꾸준히 실력을 쌓는다면 우리 1함대 병영 식당이 최고의 맛집으로 꼽히지 않을까요?”

김 상병은 전역 후 자신의 장기인 이탈리아 요리를 더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꼭 이뤘으면 하는 꿈이 있다고 한다. 바로 동기들을 위한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 “동기들을 위해 준비한 요리의 하나”라는 그의 말에서 이날 먹은 홍쇼두부가 특별했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홍쇼두부’ 재료와 레시피

재료(2인분 기준)


두부 1모, 다진 마늘 1큰술, 대파 1개, 피망 1개, 돼지고기 300g, 청경채 2개, 양파 반개, 당근 반개, 표고버섯 3개, 홍고추 1개, 간장, 소금, 후추, 전분, 설탕, 식용유, 달걀 1개, 파슬리 가루

 

 


 

 

조리방법


1 채소를 먹기 좋게 손질하고 두부는 삼각형으로 썬다.

2 돼지고기에 소금·후추로 밑간을 한 뒤 달걀흰자와 전분을 묻힌다.

3 두부를 부친 뒤 꺼내 기름을 뺀다. 기름을 넉넉히 넣고 튀기면 더 좋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볶아 향을 낸 뒤 당근, 피망, 표고버섯, 청경채, 대파 순서로 볶는다.

5 돼지고기를 튀긴 뒤, 볶아낸 채소와 함께 한 번 더 볶는다.

6 5에 부친 두부를 넣은 다음 물을 살짝 잠길 정도로 넣고 간장과 설탕, 소금으로 간을 하며 끓인다

7 6이 완전히 끓으면 전분으로 만든 물 녹말을 넣고 농도를 맞춘다.

8 완성된 요리를 그릇에 담고 파슬리 가루를 뿌려 마무리한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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