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軍동아리

영화서 느낀 공감… 화폭으로 쓱~ 스트레스 싹~

송현숙

입력 2016. 10. 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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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제2경비단 영화치료 동아리





육군본부 제2경비단(이하 ‘2경비단’) 소속 통신병 이동준(22) 병장은 상병 시절부터 즐겨온 특별한 취미생활이 있다. 바로 전우들과 매주 1편씩 영화를 보고 감상평과 느낀 점을 미술작품으로 표현하기.

한국영화가 급성장하고 영화 관람이 가장 대중적인 문화생활로 자리 잡은 세상이긴 하지만, 군 복무 중인 병사가 매주 1편씩 영화를 보고 선후임이 함께 미술작품 활동까지 한다니! ‘힐링과 공감’이 가득한 2경비단 ‘영화치료 동아리’ 수업 현장을 찾아가 봤다. 제2경비단은 3군 본부를 수호하는 계룡대의 유일한 전투부대다.

 


 

각자 영화 본 소감, 추상적 표현 공유

 


“이 영화는 나에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이 영화는 나에게?”

“친구들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계, 특히 장애인·극빈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환경을 탓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2경비단 본관 1층 역사관에서는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참석자는 20명의 영화치료 동아리원과 ‘글로벌 아트앤프랜즈’ 소속 3인의 전문 여강사. 총 30회 가운데 21번째 모임으로 2012년 개봉작 ‘언터쳐블: 1%의 우정’을 보고 난 후 강사의 진행 아래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소감을 나눴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소감은 제각각이었지만 ‘실화여서 더 감동적이었다’는 데는 뜻이 같았다.

영화의 감동은 화폭으로 옮겨졌다. 영화 삽입곡인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G장조 1번 프렐류드’를 감상하며 목탄으로 바탕을 깔고 그 위에 파스텔화를 그렸다. 저마다 화가 모드로 돌입한 동아리원들은 2절 크기 종이 4장을 이어붙인 대형 화폭 위에 떠오르는 대로 추상화 같은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표출했다. 그리고 밝게 불 밝힌 건물과 반달, 사랑하는 동기의 초상화, 문어, 고슴도치, 풍선, 파도 등 맥락 없는 그림 속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찾게 된 의미들을 공유했다.

 

 

 

예술 치료사 도움, 마음 힐링에 적격

 

“집단 미술 활동 중 하나인 난화 기법을 활용한 수업입니다. 영화와 음악에서 느낀 점을 자유롭게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그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개인의 생각을 새롭게 인식하고 재정립하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공감의 힘’을 기르는 시간입니다.” 대표강사 김수정(34) 예술치료사의 설명이다.

동아리 수업은 매주 수요일 오후 3시간 동안 진행된다. 유명 작품보다는 따뜻하고 잔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주로 틀어준다. 격무 후라서 자칫 따분하고 졸릴 수도 있을 텐데 기대 이상으로 동아리원들의 수준과 안목이 높다는 것이 강사들의 평가다.

김수정 예술치료사는 “얼마 전 마크 얼바움 감독의 ‘카페’라는 영화를 보여주면서 ‘병사들이 이해하기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좋아하고 감상평도 뜨거워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일반 동아리와 달리 이 동아리는 병사들의 마인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만나본 병사마다 영화치료 동아리 활동 이후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사회생활 고수들도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꼽는 인간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통찰의 기회를 얻게 됐다고.
 

 

 

“그림 그리며 심리상담, 알차고 재미”

 


입대 전 본 영화는 액션 장르가 대부분이었다고 밝힌 이동준 병장은 “사회에서도 경험해볼 수 없는 흔치 않은 기회여서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영화 보고 그림을 그리면서 심리상담도 함께 받을 수 있어 정말 알차고 재미있다”면서 “특히 다른 사람을 대할 때 한 번 더 그 사람 처지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니, 간부·선후임과의 대인관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활동 소감을 밝혔다.

정훈공보장교 박선우(학군 53기·26) 중위는 “우리 부대 용사들은 계룡대의 중요성을 인식해 빈틈없는 경계근무와 실전 같은 교육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계속되는 근무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문화 활동을 통해 해소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경계작전의 질과 생활 여건 향상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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