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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0사단]프라모델 덕후들 ‘I can do’를 조립하다

송현숙

입력 2016. 09. 0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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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0사단 쌍용여단 야생마대대 프라모델 동아리 ‘마카소’


이진호 대위 ‘프라모델 취미’ 최병장 부대 적응 도우려 ‘재능기부’ 제안

작년 사단 경연대회서 당당히 1등 “‘꿈’ 확신… 軍은 성공사관학교”

 

 

 

 

육군30사단 쌍용여단 야생마대대 프라모델 동아리 소속 장병들이 제작한 조립식 모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폭염 덕분에 행복한 장병들

지난 8월 말, 육군30사단 쌍용여단 야생마대대(대대장 김형주 중령) ‘마(馬)카소’ 취재를 위해 부대를 찾았다. 마카소는 ‘야생마대대의 피카소’라는 뜻을 지닌 프라모델 동아리 이름이다.

대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기자의 눈이 몹시 바빠졌다. 마카소 동아리원들이 직접 조립한 각종 프라모델이 전문 매장처럼 현관 곳곳에 전시돼 이방인의 눈길을 사정없이 채갔다. 로봇 프라모델부터 K1A1 전차, 500MD 헬리콥터, 항공모함과 같은 군 장비 프라모델까지 모양도 색상도 가지각색! 친절한 해설까지 더해져,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른 부대에서는 볼 수 없는 이 부대만의 명소”라는 여단 정훈장교의 설명이 괜한 말이 아닌 듯했다. 이어서 마카소 동아리실로 향했다. 컨테이너 건물 한 동에 단독으로 둥지를 튼 동아리실 내부는 애니메이션 세상처럼 아기자기했다.

“매주 토요일 자율 동아리 활동 시간에 정기모임을 하지만, 평일 일과 이후에도 수시로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폭염 덕분(?)에 교육훈련 일과표가 앞당겨져 8월 1일부터 9월 중순까지는 오후 3시부터 동아리 활동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최범석 병장)

 




장병들이 제작한 K1A1 전차 조립식 모형

 

 

 



‘중대장의 선물’

부대 관계자에게서 들은 ‘마카소’ 개설 배경은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을 떠올리게 했다.

소설 속 가난한 부부가 서로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내는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 남편의 시곗줄을 사고, 남편은 자신의 시계를 팔아 부인의 머리빗을 마련했다면, ‘마카소’는 중대장이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프라모델 덕후’ 병사와 소통하기 위해 고심 끝에 마련한 선물이었다.

중대장은 병사에게 ‘프라모델에 관심이 있는데 제작 노하우를 가르쳐 줄 수 있겠느냐’면서 개인 시간과 예산, 그리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고, 병사는 입대 전 자신의 목숨과도 같았던 프라모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동아리에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1중대장 이진호(30·학군 48기) 대위와 대형트럭운전병 최범석(22) 병장이다.



 

 

 

“아이 캔 두!(I can do!)”

때마침 사단에서 시작한 동아리 활성화 바람을 타고 본격적인 활동을 한 지 1년. 이제 마카소는 소수정예로 거듭났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던 전차탄약수 김동완(21) 일병과 전차포수 최훈(22) 일병, 전차조종수 고영승(21) 일병이 합류해 ‘차원이 다른’ 최 병장으로부터 제대로 한 수 지도받고 있다. 최 병장은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로봇 프라모델을 개조하는 작업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캐릭터를 창작하고 있다.

김 일병은 “프라모델을 조립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른다”면서 “복무의욕과 자신감 고취는 물론 선후임 사이의 벽을 없애는 데 그만”이라고 자랑했다.

사실 취미생활에는 ‘돈’이 들기 마련이다. 프라모델도 예외가 아니다. 병사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상 재료 조달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최 병장은 ‘프라모델 전도사’가 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이 프라모델은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취미생활이라는 오해를 많이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비싸다고 하는 로봇 프라모델도 5만 원 내외면 구매할 수 있고, 일반적인 밀리터리 시리즈나 함정 등은 1만~3만 원대면 득템할 수 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 정도는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말 사단 동아리 경연대회 전시 분야에 출전했는데 남들 앞에 서는 게 죽기보다 싫다던 최 병장이 대표로 나서서 동아리 소개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대회 결과 1등으로 뽑혀 최 병장이 사단장님께서 직접 수여하는 상장을 받으러 단상에 올랐는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그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이 대위)

여느 군부대 동아리가 그렇듯 마카소도 올가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구심점 역할을 했던 최 병장이 이달 말 전역한다. 최 병장은 “중대장님과 마카소는 제게 ‘아이 캔 두(I can do!)’ 정신을 일깨워준 고마운 존재이고, 군은 제 인생의 성공사관학교”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군은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중대장님과 전우들을 만나고 마카소 활동을 하면서 제 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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