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를 빛낼 불사조 용사들<2> 레슬링 김관욱 병장
천신만고 끝에 따낸 첫 올림픽 티켓
‘6분의 승부’ 위해 온종일 지옥 훈련
절대 강자·약자 없는 춘추전국시대
강력한 체력과 빠른 태클로 승부수
“전쟁터에 나선 전사의 각오로 반드시 정상에 태극기 올린다”
레슬링은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2012 런던올림픽까지 금메달 11개를 따내며 우리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한 효자 종목이다. 그런데 상체만 사용하는 그레코로만형과 달리 전신 공격이 허용되는 자유형에서는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박장순이 금메달을 딴 이후 금맥을 잇지 못하고 있다. 24년이 흐른 지금, 레슬링 자유형 86㎏급에 출전하는 국군체육부대 김관욱 병장이 ‘자유형 금빛 재현’에 도전장을 냈다.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둔 김 병장을 태릉 선수촌에서 만났다.
생사를 넘나드는 초인적인 훈련… ‘강한 전사’로 거듭나
“죽을 것 같은 고통입니다.”
매트 위에 뚝뚝 떨어지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김 병장은 태릉의 훈련을 ‘생사를 넘나드는 훈련’이라고 표현했다. 매트 위에서 상대와 쉼 없이 사투를 벌여야 하는 레슬링 경기에서 초인적인 체력훈련은 ‘금빛 영광’으로 가는 필수 과정이다. 새벽부터 오전·오후·야간까지 그야말로 지옥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 병장은 “이 고통을 넘어서야 다음 문이 열린다”고 비장하게 말한다.
레슬링은 3분씩 2회전으로 진행되는 단 ‘6분의 승부’다. 아시아 선수들에 비해 신체조건이 뛰어난 서구 선수들 틈에서 자유형으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번 올림픽에 한국 레슬링은 자유형 종목에 김 병장을 포함한 단 2명만이 출전권을 따냈다.
김 병장의 승부수는 ‘늪 레슬링’이다. 한번 빠지면 나올 수 없는 ‘늪’처럼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태클로 상대를 지치게 한다는 전략이다. 김 병장은 “레슬링은 눈 한번 깜박하는 순간 상대 기술에 당할 수 있다. 그렇기에 조금만 방심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면서 “실력이 세계적으로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다. 오직 금메달을 향해 훈련에만 매진해왔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올림픽 티켓 “자유형 돌풍 이끈다”
사실상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까지 김 병장은 수많은 관문을 거쳐야 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입상이 좌절되면서 올림픽 티켓이 걸린 카자흐스탄 아시아쿼터대회에 출전했지만 이 대회에서도 아쉽게 티켓을 놓쳤다. 절치부심한 김 병장은 이후 지난 4월과 5월 몽골과 터키에서 열린 대회에서 올림픽 쿼터 추가 획득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림픽 쿼터를 획득했다고 자동으로 리우행 티켓을 거머쥐는 것은 아니었다. 김 병장은 국내 경쟁자들과 맞붙은 1·2차 선발전에서 모두 우승을 거둔 후에야 당당히 국가대표로 확정됐다. 그동안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등 국제대회 경력은 있지만, 어려움을 극복한 끝에 나서는 첫 올림픽이기에 김 병장에겐 느낌이 남다르다.
김 병장은 올림픽 티켓을 따기 위해 치른 시합들에 대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다”고 표현하며 “박장순 감독님 이후 금맥이 끊긴 레슬링 자유형에서 24년 만에 큰일을 내 보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전우들 응원이 큰 힘… “손연재와 하필 같은 날 경기라니…”
김 병장은 자신의 또 다른 무기가 바로 군인정신과 전우애라고 강조했다. “남자라면 반드시 군대에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 김 병장은 “올림픽을 향한 힘든 훈련을 군인정신으로 극복해왔다. 올림픽 출전을 응원해주는 전우들 덕분에 힘이 난다”며 훈련소부터 함께한 전우들에 대해 각별한 전우애를 드러냈다.
대회 후반인 다음달 20일 경기를 치르는 김 병장은 오는 30일 미국 콜로라도주로 출국해 현지 적응 훈련을 거친 후 다음 달 8일 결전지인 브라질 리우로 향한다.
김 병장은 “시합날이 하필 손연재 선수와 겹친다. 금메달을 따도 묻힐 게 뻔하다”면서 여유를 보였지만, 올림픽 무대를 향한 각오는 거침없이 드러냈다.
“벼랑 끝에서 밀려나면 죽는다는 각오로, 전사가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싸울 것이다. 전 세계 최고의 사나이들과 대결해 반드시 태극기를 정상에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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