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軍동아리

한팔 물구나무 경례 오케이! 우리는 ‘기갑 비보이’ 충성!

송현숙

입력 2016. 07. 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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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기갑여단 불사조대대 비보이 동아리


동아리장 끈질긴 ‘뚝심 편지’로 출발윈

드밀 등 비보이 고난도 기술 척척

초보들 연습 끝에 5분짜리 퍼포먼스

춤 출수록 ‘하면 된다’ 자신감 생겨

 

 

 

 



육군3기갑여단 불사조대대 비보이동아리 장병이 영내 매화관 동아리 연습장에서 비보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판교 아파트, 슬림 휴대전화, 낮은 도수 소주, 영화 ‘왕의 남자’ ‘괴물’, 고구려 사극, 웰빙 茶음료, 이승엽, 비보이(B-boy), 스키니(skinny) 패션, 평판TV.지난 2006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대한민국 10대 히트상품’이다. 사람들은 10대들의 거리 문화인 ‘비보이’가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비보이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문화상품으로 성장했다. 5∼6년 전부터 한국 비보이팀이 세계대회를 휩쓸고 있다. 이 같은 대중화 바람은 일선 병영의 여가생활 풍경까지 바꿔 놓고 있다.

춤을 통해 군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육군3기갑여단 불사조대대 비보이 동아리를 찾았다

 


“축구, 족구, 농구? 우린 좀 달라!”

지난 5일 오후 육군3기갑여단 불사조대대 매화관의 비보이 동아리 연습 현장. 검은색 티셔츠에 전투복 바지 차림을 한 소총수 김진욱(23) 병장과 운전병 이상훈(23) 상병이 마주 섰다. 서로를 바라보는 미소 띤 얼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잠시 후 빠른 음악이 흘러나오자 먼저 이 상병이 반응했다. 가볍게 스텝을 밟는가 싶더니 두 팔로 바닥을 짚고 힘차게 두 다리를 하늘을 향해 차올린 뒤 한글 자음 ‘ㄴ’ 자를 만들었다. 팔뚝과 얼굴, 목에 굵은 힘줄이 솟아올랐다. 물구나무 자세로 멈춰선 이 상병은 팔 힘을 이용해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돈 뒤 스프링처럼 솟구쳐 일어섰다. 1990년에 만들어져 ‘나인틴 나인티’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이번엔 김 병장 차례. 머리·어깨·등을 바닥에 대고 힘차게 두 다리를 바람개비처럼 휘저어 몸을 회전시켰다. 원심력을 이용해 회전하는 ‘윈드밀’ 기술이었다. 두 사람은 군복만 아니면 여기가 홍대 거리인지, 공연 무대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 신기에 가까운 비보이 기술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보는 사람의 혼을 쏙 빼놓았다.

“저희 비보이 동아리는 지난해 9월 첫 모임을 시작해 1년이 채 안 됐지만, 성탄축하무대·유격훈련과 여단 클럽데이 등 부대 중요 행사에 빠지지 않는 유명 동아리입니다.” 멘토 간부 안동우 하사의 설명이다.

이 동아리가 생겨난 계기가 꽤 흥미진진하다. 동아리장인 김진욱 병장의 전차 같은 뚝심과 도전 정신이 주춧돌이 됐다.

“대대장님께 여러 차례 ‘마음의 편지’를 썼어요. 어디를 가나 있는 축구·족구·농구 말고, 제 장기를 살려 비보이 동아리를 조직해 전우들과 뜻깊은 시간 만들어보고 싶다고요.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열심히 두드리니 결국엔 열리더라고요.”

사회에서 2년 넘게 비보이로 활동한 김 병장이 전면에 나서 재능기부와 연습실 마련을 위해 뛰었고, 8명이 모여 첫발을 내디뎠다. ‘춤에 관해 뭣이 중헌지도 모르는’ 그야말로 초보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배우는 속도는 거북이처럼 느렸지만, 덕분에 천천히 한곳을 바라보며 함께 발전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비보이들의 기본 스텝인 ‘타락’부터 ‘풋워크’ ‘프리즈’까지 점차 난도를 높여가면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공연용 5분짜리 퍼포먼스를 만들어 대대원들과 함께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올봄 동아리에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비보이계의 메시’ 격인 세계적인 유명 팀 ‘갬블러 크루’의 신규상·장수용 비보이가 병영예술문화체험사업에 참여해 일주일에 한 번씩 ‘고수의 한 수’를 전수하게 된 것이다.



‘춤신춤왕’도 오케이! 비트 즐기는 우리는 기갑 비보이들

각종 훈련과 근무로 바쁜 틈틈이 즐기는 비보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불사조대대 용사들은 춤 실력뿐 아니라 마음의 키도 훌쩍 자란 듯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용사들은 표현 방법은 달랐지만 하나같이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다 함께 모여 연습하면서 갖게 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공연 후 듣는 전우들의 힘찬 환호성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칭 몸치, 박치, 비보이 문외한이라고 소개한 ‘춤신춤왕’ 신명우(22) 일병은 “남들은 한 달도 안 걸리는 기본기를 석 달 걸려 익혔다. 힘들었지만 도전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직접 이겨냈고,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곁에서 묵묵히 도와준 선임(김우성 상병)을 인생 선배로 얻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올여름 동아리는 큰 변화를 맞는다. 동아리를 이끌어 왔던 김 병장이 이달 말 전역하면서 2기 출범을 준비 중이다. 김 병장은 “세계적인 비보이들을 우리가 언제 어디서 만나 배워보겠느냐. 천금 같은 기회를 잘 살려서 열심히 배우고, 후임들이 3기갑 비보이 동아리의 명예를 잘 이어주길 바란다”고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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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의 사전적 의미는?


대중연예 힙합 문화에 심취한 사람, 일반적으로 비보잉(B-boying) 혹은 브레이킹(Breaking)을 전문적으로 추는 남자를 말한다.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사진 < 양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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