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꽃보다 전우

스승으로…인생 멘토로…‘착한 사교육’ 계속됩니다

맹수열

입력 2016. 05. 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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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25사단 군인 선생님-제자 ‘특별한 전우애’


대학생 된 제자들 스승의 날 맞아 방문  “군 쌤 조언 덕에 나만의 공부법 찾았죠”

파주시 삼광고 학생 4년째 ‘학습 멘토링’ … 수료 38명 모두 수도권 대학 합격

 

 

육군25사단이 경기도 파주시 삼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군 학습 멘토링’에서 윤정현 상병이 학생의 개인 공부를 돕고 있다.  부대 제공

 



“육군25사단 ‘군인 형’들은 교육의 기회가 비교적 적은 저에게 또 하나의 선생님이었죠. 제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 형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항공대학교 1학년 박희재 씨의 말이다.나날이 치열해지는 입시 전쟁 속에서 수험생들에게 사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사교육을 받을 수는 없는 일.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 학생들은 거액을 들여가며 사교육을 받는 서울 등 대도시 학생들보다 뒤처지는 일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오로지 입시만을 바라보며 학생들을 몰아가는 사교육의 폐해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 사교육’ 개념을 뒤집는 ‘착한 사교육’ 현장이 우리 군을 통해 공개됐다. 낙후된 지역 학생들의 입시를 돕기 위해 대가 없이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는 육군25사단 장병들이 주인공이다. 이 ‘군인 선생님’들은 비단 입시공부 방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맞춤형 진로·적성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착한 사교육’이라 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사단이 4년째 진행하고 있는 ‘군 학습 멘토링’이다.


‘군인 선생님’과 ‘대학생 제자’, 특별한 전우회를 열다

“정현 쌤(선생님)~! 대학생이 돼서 만나니 기분이 또 다르네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지난달 28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사무소에 위치한 ‘멘토링 교육 강당’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곳은 육군25사단 소속 ‘멘토 장병’들이 적성면에 위치한 삼광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수업을 진행하는 곳.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군복을 입은 장병들 사이에 사복을 입은 대학생 청년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지난해까지 군 학습 멘토링을 통해 장병들과 인연을 맺었던 김주원(서울과학기술대학교 1학년) 씨와 박희재 씨. 스승의 날을 앞두고 바쁜 대학 생활 와중에 시간을 내 선생님과 후배들을 찾아왔다고 한다. 비록 함께 군 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공부로 맺어진 전우’들이 오랜만에 가진 전우회라고 할 수 있었다.

김씨와 박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 시작될 무렵부터 대학교에 합격할 때까지 꾸준히 멘토링에 참가해왔다. 두 사람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데 멘토링이 큰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 뒤 “지금도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는 윤정현 상병이 보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니까 더 생각이 나더라구요. 지금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올 일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런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죠.” 김씨는 이곳을 찾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엿한 대학생이 된 김씨와 박씨는 오랜만에 만난 ‘윤정현 선생님’과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 입시를 앞둔 후배들을 위해 여러 가지 조언과 상담도 함께 했다.

“정말 뜻깊은 자리였어요. 머지않아 저도 군대에 가야 하는데 이곳에 와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큽니다. 군인 선생님들에게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니까요.” 김씨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사무소에서 열린 육군25사단 ‘군 학습 멘토링’에서 윤정현(가운데) 상병과 수료생인 박희재(오른쪽) 씨가 재회를 기뻐하며 포옹하고 있다.  부대 제공

 

 

 

학생·장병 모두 성장하는 멘토링, 앞으로도 계속된다

25사단 천둥포병대대 장병들이 인근 삼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군 학습 멘토링은 올해로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장병들은 매주 2번씩 적성면사무소를 방문,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것은 물론 청소년기에 겪는 정서적 문제들을 공감해주고 진로 및 적성 설계를 돕고 있다. 2013년 처음 시작했을 때 참가했던 학생은 단 3명. 하지만 선배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11명으로 늘었다.

효과도 상당하다. 사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료한 38명의 학생 모두 수도권 대학에 입학했다. “사실 이곳은 학원도 멀고 공부할 여건이 잘 마련돼 있지 않거든요. 멘토링을 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몰라 애를 먹었어요. 하지만 군인 선생님들이 여러 공부법을 조언해주면서 저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었죠. 물론 성적도 올랐고요.” 박씨는 이렇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

김씨는 멘토링을 통해 얻은 가장 큰 효과로 ‘동기부여’를 꼽았다. “‘아무 대학교나 대충 가고 취업하자’는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었는데 군인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대학과 진로 선택이 왜 중요한지 체감이 됐어요. 선생님들이 해주는 대학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좋은 대학에 가서 꿈을 이루고 싶다’,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김씨의 설명이다.

학생들이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윤 상병에게도 멘토링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는 “멘토링은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다”라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공감하는 시간이자 소통과 신뢰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멘토링에서 얻은 의미와 가치를 적용해 화합·단결된 분대를 만들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특별한 전우회’는 웃음과 감동 속에 마무리됐다. 잊지 않고 찾아온 두 학생과 제자를 다시 만난 군인 선생님 모두 공부라는 끈으로 연결된 ‘또 하나의 전우’였다. 장병과 학생 모두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된 멘토링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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