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도전! 병과체험

스파이더맨처럼… 아찔? 짜릿! 레펠 훈련 테러대비 문제없다

안승회

입력 2016. 04. 2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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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안승회 기자, 육군30사단 헌병특임대 훈련에 도전하다


 

액션배우처럼 호기로운 도전… 15m 높이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끝나니  성취감 짜릿

 

 


 

 

몸에 딱 맞는 검정 슈트와 고글, 한 손에는 총, 다른 한 손에는 한 가닥 줄을 잡고 건물 벽면을 평지처럼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영화 속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 얘기가 아니다. 테러 발생 시 초기에 상황을 진압할 수 있도록 고도로 숙달된 헌병특수임무대원의 훈련 모습이다. 이슬람국가(IS)가 이미 우리나라를 테러 대상국에 포함시켰고 북한이 대남테러 위협을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은 테러진압부대와 초동조치부대를 두고 다양한 테러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자는 최정예 요원들로 구성된 육군30사단 헌병특임대를 찾아 대테러 훈련에 도전했다.

 

 

 

 

 

파주 도시지역작전 훈련장으로 출발

따사로운 봄 햇볕이 내리쬐는 이날 오전 9시30분. 기자는 ‘헌병특임대 대테러 훈련’ 일일 체험을 위해 서울에서 차로 2시간여를 달려 경기도 파주시 도시지역작전 훈련장에 도착했다. 가는 내내 차창 밖으로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이어졌지만, 이곳에는 또 다른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아파트에서부터 상가, 지하철역까지 각양각색의 건물이 들어찬 도심지역을 그대로 옮겨다 놨다. 도시지역작전 훈련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시설이다. 도시지역작전 훈련은 도시 주요시설을 타격할 목적으로 침투하는 적을 격멸하고 아파트 및 건물지역에 적이 은거하는 것을 저지해 도시가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다.

 

 

줄 하나에 자신을 맡기는 레펠

“먼저 여기 준비된 복장을 하고 훈련에 참가해 주세요.”

오늘 체험에는 베테랑 교관인 작전담당관 김태훈 상사와 특임팀장 강동희 하사가 강사로 함께했다. 상·하의와 헬멧, 작전 조끼, 장갑에 이르기까지 특임대원의 복장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카만 특임대원 복장을 갖추고 나니 마치 액션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았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레펠 체험을 할 6층 건물에 다가서자 그 높이에 위압감이 느껴졌다. 15m 높이의 건물 옥상에서 줄 하나에 의지해 벽면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엄습했다.

“교관의 설명을 잘 듣고 침착하게 따라 하시면 위험하지 않습니다.” 체험 현장을 방문한 헌병대장 정동주 소령이 말을 건넸다. 기자를 안심시키려는 정 소령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며 훈련에 참가했다.

“레펠은 기지의 주요 건물이나 취약지점을 테러범이 장악했을 때 건물 옥상 등에서 테러범이 점거한 지점을 강습해 적을 소탕하고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필수 기술입니다.” 김 상사의 설명이었다. “레펠은 신속히 접근해 저항 없이 현장 진입을 할 수 있지만 기도비닉 유지가 쉽지 않아 고도의 훈련과 숙달이 필요하죠.” 강 하사도 거들었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이론과 장비 교육을 받았다. 먼저 강 하사의 도움을 받아 ‘하네스’라는 안전벨트를 맸다. 다음으로 로프를 ‘하강기’에 연결했다. 오뚝이 모양으로 생긴 고리인 하강기는 레펠 시 작은 힘으로 제동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로 무려 4000㎏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로프를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하강기 큰 구멍에 넣고 그 구멍에서 나온 로프를 작은 구멍에 걸치는 간단한 작업을 통해 로프와 하강기를 연결할 수 있었다. 하강기를 하네스에 달린 D형 고리에 연결하자 로프와 몸 이 하나가 됐다.

 


 

 


자신감 넘치던 기자, 15m 건물 높이에 아찔

지상 교육이 끝나고 레펠 실습을 위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15m 높이의 건물 위에서 내려다보는 지상은 또 달랐다.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덜컥 겁이 나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줄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적진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레펠. 혹여 줄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에 두려움이 앞섰다. 10년 전 해병대 사관후보생 시절 했던 유격훈련 실력만 믿고 호기롭게 도전했던 게 잠시 후회됐다.

“제가 옆에서 같이 내려갈 테니 저만 따라 하시면 됩니다.” 믿음직스러운 강 하사의 한마디가 고마웠다. 눈을 질끈 감고 줄 하나에 몸을 맡긴 채 건물 벽에 매달렸다.

“다리는 L자를 유지해 주세요. 왼손은 로프가 얼굴로 튀지 않게 고정하시고 중요한 건 오른손입니다. 제동 손인 오른손은 ‘생명줄’이라고 생각하시고 절대 놓으시면 안 됩니다.”

강 하사의 설명에 따라 차근차근 몸을 움직였다. ‘생명줄’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오른손에 힘이 꽉 들어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거 쉽지만은 않겠다’라는 걱정이 든 것도 잠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천천히 오른손의 힘을 푸니 신기하게도 몸이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른손을 허리 쪽에 놓고 살살 풀면서 엉덩이를 먼저 내리고 다리가 따라오는 식으로 하니 수월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건물 바닥에 무사히 도착하자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짜릿한 성취감이 밀려왔다.

어느 정도 레펠이 익숙해지자 훈련 난도를 높였다. “지금 신고 있는 테러화는 일반 전투화보다 푹신푹신해 건물 벽면을 디뎌도 소리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김 상사의 설명에 따라 기도비닉을 유지한 채 줄에 몸을 맡기고 하강을 시작했다.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제동 손을 풀며 살금살금 내려왔다. 다음으로 배운 것은 후면 레펠 중 점프. 다리를 모으고 최대한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점프와 동시에 제동 손을 풀자 몸이 빠른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다시 몸이 벽 쪽으로 붙을 즈음 제동 손을 잡아 정지했다. 6층 높이 건물에서 내려오는 데 걸린 시간은 7초 남짓에 불과했다. 이날 기자가 체험한 후면 레펠 외에도 특임대원들은 역레펠, 측면 레펠, 전면 레펠 등 다양한 방식을 이용한 건물 침투 능력을 선보였다.



 

 


 

돌격조에 편성돼 테러범 소탕 작전

레펠 훈련을 마치고 기자는 특임대의 일원이 돼 상황조치 훈련에 참가했다. 테러 초동조치부대인 헌병특임대의 기본임무는 테러 발생 시 테러 현장과 주변을 차단해 테러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직접 테러범을 소탕하는 긴급대응작전을 수행한다.

훈련은 테러범이 인질을 잡은 상황이 부여되면서 시작됐다. 먼저 반대편 건물에 저격수들이 배치됐고 기자는 돌격조의 일원이 돼 엄호를 받으며 특임팀장인 강 하사의 지시를 따라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무릎과 등을 최대한 구부리고 시선은 전방을 향해야 합니다. 총구를 적에게 겨누고 기도비닉을 유지한 채 4인 1개 조로 기동하시면 됩니다.”

다소 어정쩡한 자세로 수차례 기동 훈련을 하니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3㎏에 불과한 K1 소총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강 하사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무릎을 구부려야 하고 이동하면서 정확한 사격을 하기 위해 이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물 입구에 다다르자 기자는 돌격조 대원들에게 ‘진입하라’는 수신호를 보냈고 대원들은 신속하게 건물로 진입해 가상의 적을 제압하는 것으로 훈련은 마무리됐다.


 

 

 

 

테러 대비 위해 흘리는 특임대원들의 소중한 땀방울

단 하루로 헌병특임대 체험을 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일 특임대원이 돼 현장에서 직접 훈련을 체험해 보니 강도 높은 훈련으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테러에 대비하는 특임대원들의 땀방울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헌병특임대원은 강인한 체력과 담력, 무도 등의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병과와는 선발 과정부터 다르다. 모집병 제도를 통해 지원한 인원을 대상으로 체력테스트와 면담을 거쳐 선발하며 대부분이 무도 4단 이상의 우수한 자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추가로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헌병특임대 주특기 교육을 3주간 수료한 뒤 자대에 배치받는다. 배치 후에는 일반헌병과 별도로 특수임무대 훈련 모델을 적용한 고강도 훈련을 통해 정예 대원으로 거듭난다.
정성한(대위) 헌병대 작전과장은 “육군30사단 헌병특임대는 분기 1회씩 일주일 동안 도시지역작전 훈련장에서 특임대 집체교육을 한다”며 “건물 레펠, 내부 이동 기술 및 적 소탕, 종합상황조치훈련 등을 통해 부대의 테러 대응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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