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인터뷰

“건강 위해 시작한 마라톤이젠 행복이 러닝메이트”

안승회

입력 2016. 04. 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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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 500회 완주 79세 공준식 예비역 육군대령


50세 때 담낭절제술 받고

소화불량 고치려고 달리기

62세 입문 17년 만에 대기록

“정신수양에는 뛰는 게 최고

마라톤은 인생과 많이 닮아

참고 이겨내면 언젠가 골인”

 

 


 

공준식 예비역 대령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행복한 가게 마라톤대회에서 통산 풀코스 500회 완주를 달성하고 있다.




나 자신과 싸워야 하는 고된 여정 마라톤. 출발선을 떠나 42.195㎞를 쉬지 않고 달려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하는 마라토너의 모습은 인생의 승리를 거머쥔 카리스마 그 자체다. 마라톤이 인내와 끈기, 도전정신이 없으면 접근할 수 없는 스포츠인 까닭이다. 무려 500회.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공준식(예·육군대령) 고문연구위원이 완주한 마라톤 대회 횟수다. 그가 대회에서 뛴 거리를 합산하면 지구 반 바퀴에 해당하는 2만여㎞가 훌쩍 넘는다.

지구 반 바퀴 2만여㎞ 훌쩍 넘어

공 위원은 지난 10일 ‘행복한 가게 마라톤’ 완주를 통해 개인 통산 500회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의 나이 79세. 62세에 마라톤에 입문한 후 17년 만에 거둔 값진 결실이었다.

“마라톤은 아무리 힘이 들어도 누가 대신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이 인생살이와 똑 닮았습니다.”

79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외모와 총기 있는 눈빛. 그는 1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강조했다.

“골인 지점을 향해 뛰다 보면 평탄한 길만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인생도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이나 시련이 있게 마련이죠. 하지만 고통을 참고 이겨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행복과 건강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공 위원이 처음부터 잘 달린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달리기에는 소질이 없었다. 등산으로 다져온 체력만 믿고 1999년 처음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지만 너무 힘이 들어 다시는 마라톤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마라톤만의 묘한 매력이 그를 다시 달리게 했다.

62세가 되던 해 마라톤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풀코스 마라톤교실’에 등록했다. 27년 군 생활을 통해 얻은 인내심이 큰 도움을 줬다. 마라톤 교실을 세 번 졸업하고 본격적인 마라톤 세계로 빠져들었다. 최고 기록은 그가 70세 되던 해 춘천에서 열린 조선일보 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39분. 하지만 그는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 뛰면서 느끼는 행복감이면 충분하고 ‘건강’도 덤으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50세 때 담낭 절제 수술을 받은 후 음식을 소화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건강을 다지려고 시작한 달리기가 풀코스 도전까지 이어졌죠. 지금은 마라톤을 위해 매일 아침저녁 헬스장을 찾아 1시간30분씩 근력 운동을 하고 10㎞ 달리기도 하고 있습니다.”

마라톤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소화가 안 돼 받던 고통이 말끔히 없어졌다. 최근 정밀신체검사 결과 무릎과 허리는 40대, 심장과 혈관은 30대, 골밀도는 무려 20대와 비슷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마라톤을 통해 얻은 교훈

‘상시 출격’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돼 있는 그는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장을 찾는다. 참가 종목도 울트라코스, 풀코스, 하프코스 등 장거리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연습을 하고 매주 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풀코스 완주 횟수가 금방 100회, 200회, 300회를 넘어섰고 17년 만에 완주기록 500회까지 늘어났다.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록은 지난해 1년 동안 풀코스를 101회 완주한 것. 한 해 동안 대회 참가와 연습을 통해 그가 달린 거리는 5000㎞가 넘는다. 상상하기도 힘든 거리다. 그걸 78세라는 고령에 해냈다. 그가 풀코스 500회 완주보다 이 기록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다.

공 위원은 후배 장교들에게 많이 뛸 것을 당부했다.

“영국 몽고메리 원수도 영국 장교들에게 많이 걸으라고 했죠. 군인에게 걷고 뛰는 것은 기본입니다. 5㎞, 10㎞도 좋습니다. 뛰어보면 몸이 좋아지는 것을 분명히 느끼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 부대관리를 하는 후배 장교들이 정신 수양하는 데는 뛰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그가 마라톤을 통해 얻은 교훈은 ‘기권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 골인한다’는 것이다. “500회 완주를 하는 동안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참고 고비를 넘기면 결국에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우리 인생과 마찬가지로요.”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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