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의 산물인 DMZ는 세계 유일의 분단 지역으로 사람들의 자유 왕래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 우리 민족에게는 국토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이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우리 군과 북한군이 맞서 있고, 미확인 지뢰가 곳곳에 숨어 있어 자칫하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곳을 지키는 우리 젊은 병사들의 노고와 희생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출입이 금지된 덕분에 DMZ는 동부전선 끝 고성 영파천으로 연어가 회귀하고, 서부전선 끝 백령도에는 물범이 서식하는 등 곳곳에 희귀 야생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자연생태의 보고가 됐다. 그 특이한 식생 덕분에 전 세계 자연생태학자들은 이 지역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필자는 2006년 ‘DMZ는 살아있다’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느라 DMZ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직접 체험한 바 있다. 위험한 곳이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다 보니 자연 생태계가 되살아나 전방부대마다 그 부대를 대표할 만한 천연기념물들이 서식하게 됐고 평화의 상징물로 살아가고 있었다.
서해 끝 백령도의 물범, 강화도 북단 무인도의 저어새, 파주 교하 지역의 개리, 산란 후 자갈을 물어다 산란탑을 쌓는 임진강의 어름치, 러시아와 몽골에서 날아와 철원에서 월동 후 되돌아가는 두루미와 독수리, 북한강 상류에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황쏘가리, 동부전선 끝 건봉산 고진동·오소동에서 만날 수 있는 살아있는 화석 산양 등이 그들이다.
또한 천연기념물 자연보호구로 지정된 인제 향로봉과 양구 대암산 용늪은 야생화의 보고다. 전방 각 부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사철 풍광은 말과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아름답다. 우리는 이 자연유산을 잘 보존해서 자자손손 고이 물려주어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앨런 와이즈만은 ‘인간 없는 세상’이라는 책에서 DMZ를 언급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인 이곳이 사라질 뻔한 야생동물들의 피난처가 됐다”고 소개한 바 있다.
오늘도 밤낮없이 DMZ를 지키는 우리 젊은 병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몸은 힘들고 고달파도 이런 소중한 민족적 자연유산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경계근무에 임한다면 병사 여러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끈 힘이 솟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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