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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배부른 나라, 배고픈 나라에 졌다

입력 2015. 12. 2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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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단은 준비되고 정예화된 부대육성을 위한 노력으로 '책 읽는 병영' 조성 및 올바른 독서문화 정립을 위해 매월 1회 독후감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그 가운데 내 마음을 울린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정순태 작가의 '송(宋)의 눈물'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무리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문화적으로 뛰어나더라도 군사력이 받쳐주지 않는 나라는 결국 무너진다는 내용이다. 송나라는 중국의 통일왕조로서 세계 최초로 지폐를 발행하고, 각종 문화와 예술·사상·실용기술 분야 등에서 매우 뛰어났으며,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였다. 즉, 송나라는 문치주의와 문관 우위의 정책을 펴며 경제와 문화에서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으나 무신(武臣) 천대라는 잘못된 풍토로 인해 송의 북방 기마민족인 거란과 몽골 등에 돈과 비단을 주며 평화를 구걸하는 정책을 구사하다가 결국 비참한 종말을 맞았다.



이 역사적 사실은 많은 교훈을 준다. 우리나라는 1970, 1980년대부터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그 결과 전쟁 이후 북한보다는 물론이거니와 세계 주요 강대국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문화적인 면에서도 K팝 등 한류 문화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 등 정전협정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민은 경제적으로 빈약한 구조를 지닌 북한을 무시해, 전쟁이 나면 당연히 이기겠지 또는 미국이 있으니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안일한 생각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풍요로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풍요로움을 지킬 힘이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 군은 북한보다 군사 장비 및 첨단 기술, 전투 능력에서 상당수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953년 체결돼 반세기 넘게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한미 동맹은 변함없이 대북 억제력의 중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힘의 균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총구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인구가 많고 경제력이 강하다고 해서 군사력도 강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배고픈 군대가 배부른 군대를 이긴 경우가 더 많았다. 중국 역사상 가장 번영했던 송은 국방력이 가장 허약해 민족적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배부른 나라가 배고픈 나라에 졌다."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배고픈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게 없듯이 우리는 풍요로움 속에서 이를 지키기 위해 더욱더 내외적으로 힘을 길러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적은 나태함과 나약함이다. 풍요로움 속에 있는 나라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항재전장 의식을 갖고 전쟁을 준비하는 나라가 이기는 것이다.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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