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시스터 액트 (Sister Act)
범죄 목격한 밤무대 여가수
증인 보호 프로그램 따라
수녀원에 숨어 지내다가
유명 합창단 만드는 이야기
한 무리의 수녀들 등장하는
마지막 반전의 합창 명장면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을 ‘무비컬’이라 부른다. 사실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 무비컬은 주판알을 굴리기 쉬운 장점이 있다. 이미 대중성이 검증된 콘텐츠를 무대 위에서 생음악과 라이브 퍼포먼스로 재연해냄으로써 관객의 지갑을 보다 쉽게 여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좋다는 것이다.
공연은 유사한 성격의 다른 콘텐츠들에 비해 입장권 가격이 높고,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가 효용성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검증된 콘텐츠에 집착하기 쉽다. 그러나 함정도 있다. 원 소스의 유명세에만 기대 안일하게 무대를 꾸민다면 멀티 유스의 매력을 찾기 어려워진다. 그러니까, 홍보는 쉬워질지 몰라도 여간해선 관객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외국 무비컬들이 갖가지 특수효과와 볼거리로 작품을 포장하며 대중성을 높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무대만의 신기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무비컬은 ‘원작만도 못한’ 재미없는 콘텐츠로 추락하기 십상이다.
마법 같은 무대만이 무비컬의 전부라는 말은 물론 아니다. 이런 부류의 작품이 주는 묘미는 대규모 제작비나 엄청난 특수효과 못지않게 신선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무대의 속성을 십분 감안해 현장의 재미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라이브로 연주하고, 생음악으로 노래하며, 날것 그대로 감동을 주는 방법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그러니까, 6000원을 내고 봤던 영화를 15배 이상 더 내고 공연장을 찾게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가치와 재미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1992년 동명 원작 영화 큰 인기
최근 세계 공연가에서 인기를 누렸던 뮤지컬 ‘시스터 액트(Sister Act)’는 그런 의미에서 흥행 공식에 충실한 대표적 무비컬이라 부를 만하다. 물론 원작은 1992년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다. 범죄 현장을 목격한 밤무대 여가수가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녀원에 숨어 지내다 합창단을 만들어 일약 유명해진다는 내용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교황까지 찾아온 미사에 ‘나는 주님을 따르겠어(I will follow him)’를 멋들어지게 합창하는 모습은 한동안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 될 만큼 유명했던 최고의 장면이다. 국내에서도 연말이나 명절 때 TV에 단골로 등장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이 영화를 제작한 에밀 아돌리노 감독은 사실 영화팬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1987년에 ‘더티 댄싱’을 만든 바로 그 연출자다.
원작 영화와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작 주체의 변화다.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우피 골드버그가 뮤지컬에서는 직접 제작자로 나섰다. 아마도 자신의 최고 히트작을 무대화하겠다는 개인적인 신념과 예술정신이 이뤄낸 성과가 아닐까 추측된다. 몇 주일의 한정된 기간이었지만 우피 골드버그가 직접 무대에 등장해 열정을 불사른 적도 있다.
‘시스터 액트’가 무대용 뮤지컬로 꾸며진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무대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영화의 묘미는 사실 감동 어린 반전의 합창을 근간으로 한 것이었고, 합창이나 노래를 감상하는 데 무대 위 라이브보다 더 나은 환경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결국 한 무리의 수녀들이 등장해 멋들어진 합창 장면을 연출해내는 무대가 시도됐고, 큰 호응을 얻으면서 성공적인 무비컬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뀌는 수녀들의 무대 의상
자칫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무대 비주얼을 극복하기 위해 재미난 시도들도 더해졌다. ‘시스터 액트’가 선택한 방법은 변복술이었다. 객석의 관객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르게 수녀들의 검은 의상이 황금빛 합창복이나 혹은 반짝이 무대 의상으로 뒤바뀌는 재미를 만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의 유명 합창들이 무대에서는 재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 주님을 따르겠어’나 ‘오! 해피 데이(Oh! Happy Day)’는 무대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노래들이다. 아마도 공연에서의 활용을 둘러싼 판권 문제가 원활히 해결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사실 무비컬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디즈니의 ‘라이언 킹’에서는 그래서 ‘라이언 슬립스 투나잇(Lion sleeps tonight)’을 들을 수 없고, 뮤지컬로 각색된 ‘더티 댄싱’에서도 ‘쉬즈 라이크 더 윈드(She’s like the wind)’를 만날 수 없다.
대신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서는 새로운 작곡이 더해졌다. 디즈니의 만화영화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을 작곡한 앨런 멘켄이 참여하면서 뮤지컬적인 음악들로 다시 포장되는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수녀합창단이 한 옥타브씩 소리를 높여 노래를 배우는 ‘레이즈 유어 보이스(Raise your voice)’나 엔딩 뮤지컬 넘버인 ‘스프레드 더 러브 어라운드(Spread the love around)’는 이렇게 탄생한 이 뮤지컬의 히트 넘버들이다.
우리말 버전 제작 기대해 볼만
시스터 액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게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대중이 바라고 원하는 내용을 무대에 재연해냄으로써 흥행과 돈벌이를 모두 쫓는다는 무비컬의 제작 공식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형 무비컬을 꿈꾼다면 관심 있게 분석해볼 만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사진=필자 제공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시스터 액트’ 감상 Tips
1. 우피 골드버그를 즐기자
우피 골드버그의 전성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단연 영화 ‘사랑과 영혼’ 그리고 ‘시스터 액트’다. 수녀복을 펄럭이며 합창을 지휘하거나 배꼽 잡는 코믹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2. 어깨 들썩이게 하는 합창의 매력
수녀들의 합창은 영화 장면이 아니라 음악 자체로 흥겹고 즐겁다. 덕분에 영화가 인기를 누렸을 당시, 음반으로 제작된 OST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지금 들어도 여전히 좋다.
3. 뮤지컬이 궁금하다면?
우리말 버전도 곧 제작된다는 소문이다. 떠버리 주인공을 누가 맡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리 경험해보고 싶다면 유튜브를 검색해보자. ‘레이즈 유어 보이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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