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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자부심, 강한 한국 우리가 만든다

맹수열

입력 2015. 09. 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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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보 세대


   대한민국 안보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적과 대치한 최전방에서, 힘들다고 소문난 곳에서 복무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줄을 섰다. 입대 경쟁률은 7대1을 넘어섰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전역을 미룬 국군 장병이 속출했고, 예비군들은 SNS 공간에서 전투의지를 불태웠다. 우리는 이들을 신안보세대라 부른다. 청춘 안보가 바꿔놓은 대한민국 안보지형과 그 놀라운 변화를 확인해 보자.

 

 


 

 

 

전역 연기자 봇물…청춘 안보시대 서막 알려

 

   지뢰가 터지고, 포탄이 오갔다. 대북방송 재개와 함께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위기의 순간 대한민국 비밀 병기가 베일을 벗었다. 그 놀라운 위력에 전 국민이 놀랐고 북한은 사실상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비밀 병기는 다름 아닌 청춘들의 조국애와 안보의식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역을 미뤄가며 자리를 지킨 우리 국군 장병들이 있었다.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 전역을 미루고 전우와 함께 전선을 지키겠다는 장병들이 속속 등장했다. 지난 8월 24일 기준으로 육군이 발표한 전역연기 신청 장병은 총 87명(육군 86명, 해병대 1명). 이후에도 전역연기 장병들의 수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역연기 이유에 대해 “그토록 기다리던 전역이지만, 나라와 전우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21.7세로 전방 근무자가 84명, 전투병이 53명으로 나타났다. 교전이 발생하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전선에 남겠다고 각오한 것이다. 전역연기자가 가장 많이 나온 부대는 육군28사단으로 북한이 포격도발을 가한 부대다.

 그동안 젊은 세대의 나약함과 모호한 주적(主敵) 개념이 사회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안보 위기 상황을 거치며 우리의 청춘은 강해졌다. 가장 강력한 무기, 조국애와 전우애로 무장한 장병들이 청춘 안보시대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어렵고 힘든 자리에 지원자 몰려…이유는 자부심

 

   “적과 대치한 최전방에서, 가장 힘든 곳에서 복무하고 싶습니다.”

 청춘들에게 이제 군 복무는 하나의 자부심이 됐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군대’는 옛말이다. 조국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가장 어려운 곳을 골라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육군의 ‘대한민국 최전방수호병’(분소대전투병) 제도다. 최전방 격오지에서 근무해야 하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만 입영자가 5000명을 돌파했다. 제도 시행 단 6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육군에 따르면 10월 1일 기준 입영자 수가 8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평균 5대1이 넘는 경쟁률 속에 매달 500~1200여 명이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신체등급, 학력, 신병교육 성적 등에서 육군 징집 및 모집병보다 높은 수준을 보유한 우수한 자원들이다.

 육군 특전·특공병도 경쟁이 치열하다.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특전병과 특공병에는 각각 2233명, 3836명이 지원했다.

특전병 경쟁률은 4대1, 특공병은 무려 11대1에 달한다. 힘들다고 소문난 해군 특전병(UDT)·심해잠수병(SSU), 해병대 수색병에도 청춘들이 줄을 섰다.

올해 단 5명 모집이 계획된 SSU에는 201명이 지원했다. 약 40대1의 경쟁률이다. 친구·친지가 함께 지원하는 동반입대병의 경우 올해 도입 이후 최고 경쟁률인 12대1을 기록했다.

 일반적인 입대도 만만치 않다. 올해 7월 누계로 육군 7.9대1, 해군 5.9대1, 공군 8.2대1, 해병대 6.1대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군 전체로 보면 7.5대1이다.

 조국 수호의 숭고한 사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더 힘들고 어려운 곳에서 복무하는 데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청춘 안보의 달라진 일면이다.



 



 

 

병역은 의무 아닌 권리 … 국외 영주권자 자원입대 쑥쑥

 

 

육군17사단 이우현 상병은 영국·중국·홍콩에서 인생의 3분의 2 이상을 재외국민으로 살았지만, 한국인으로서 당당한 삶을 살기 위해 입대했다.

 병무청은 지난 8월 31일 국외 영주권 취득, 질병 등으로 입대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원해서 병역을 이행 중인 병사들의 이야기를 수록한 ‘대한 사람 대한으로 2015’를 발간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이우현 상병의 생생한 경험담, 어려운 가정 형편과 평발을 극복하고 입대한 최성원 상병의 이야기 등이 실려 큰 감동을 선사했다.

 국외 영주권을 가진 청춘들의 자원입대도 대폭 늘고 있다. 지난 2004년 불과 23명에 불과했던 국외 영주권자의 자원입대는 지난해 436명으로 20배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4월까지만 246명의 국외 영주권자가 입대했다.

 영주권 국가는 미국이 가장 많고, 캐나다·뉴질랜드·파라과이·아르헨티나·브라질 등 다양하다. 세계 각지의 청춘들이 자원해 입대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이들을 움직인 것은 바로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과 조국애다.

 지난 2월 전역한 미 영주권자 김아람 예비역 병장은 국방일보를 통해 “입대를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군 생활이 쉬웠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모든 것이 제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자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나라 예비군은 없다… 국가 위기 땐 정예 전사로 변신

 

“군복, 군화, 전투모 다 준비됐습니다.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최근 안보 위기 상황에서 전투화 끈을 고쳐 매고 전투의지를 불태운 것은 비단 현역장병만이 아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물결친 예비군들의 조국 수호 의지는 놀라웠다. 군복 사진과 함께 “언제든 불러만 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폭주한 것이다.

 예비군의 당당한 모습은 온라인상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포격도발 당시 예비군 응소율 조사 결과 평소와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며 “정상적인 연기 신청자를 제외한다고 가정하면 90%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예비전력과에 따르면 8월 초 2주간 예비군 응소율보다 8월 말 2주간 응소율이 2.4%가량 높았다고 한다.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져 감에 따라 더욱 적극적으로 훈련에 응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예비군 훈련 수준도 확 달라졌다. 마일즈 장비를 활용, 실전적인 교전 훈련이 가능한 금곡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군은 오는 2024년까지 전국에 과학화 훈련장 44개를 설치해 전체 예비군 훈련 여건을 점차 과학화·현대화할 방침이다.

 

 


신안보세대 열풍의 도구 SNS  “불러만 달라” 2030세대 인증 잇따라

 

 


 

 

 지난 8월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는 동안 인터넷에는 ‘대한민국을 지키자’는 2030세대의 결의가 담긴 ‘인증’들이 줄을 이었다. “남조선 청년들이 전쟁이 날까 두려워 외국으로 도망가고 있다”라는 북한 측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신안보세대’의 의기(義氣)가 활화산처럼 불붙은 데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장치’의 덕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더 이상 많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나라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후손들을 위해….”

 국방부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누리꾼의 댓글이다. 이 누리꾼은 글과 함께 자신의 예비군복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 이런 ‘인증샷’ 열풍은 긴장 상황이 이어지는 내내 계속됐다. 국방부가 게시한 한민구 장관의 대국민 담화에 ‘좋아요’를 누른 누리꾼은 1만9000명에 육박한다. 댓글도 5000여 개나 달렸다. 보통 국방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은 ‘좋아요’가 1000~2000여 개, 댓글이 100여 개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의 포격도발 직후 국방부 공식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5만 명에서 24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당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육군의 페이스북이었다. 육군은 전역 연기 장병들의 사연을 담은 카드뉴스 등 다양한 게시물을 올렸다. 육군이 올린 게시물은 15만8000여 건의 ‘좋아요’와 1만2000여 개의 댓글, 5300여 건의 공유가 걸렸다. 각 개인이 공유한 게시물에는 별도의 ‘좋아요’와 댓글, 공유가 달리는 점을 감안하면 육군의 게시물이 얼마나 많이 퍼져 나갔을지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조선일보가 SK플래닛·메트릭스 등 빅데이터 분석 업체와 함께 지뢰 도발 직후인 8월 10일부터 30일까지 3주간 트위터·블로그·인터넷카페·게시판 등에 올라온 주요 대북 이슈 관련 글 107만9995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쟁’을 언급한 글은 21만3178건에 달했다. 연관어도 ‘사재기’가 아닌 ‘참전’, ‘전역 연기’(2만926건)였다. 참전, 전역 연기 등 안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글도 2만926건이나 올라왔다.

 ‘젊은이들은 나약하고 안보의식이 희박하다’는 편견을 확 뒤집은 ‘신안보세대’의 등장에는 달라진 소통 플랫폼이 큰 역할을 했다. 텍스트 위주의 인터넷 댓글과는 달리 SNS는 사진과 영상 등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더 감정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젊은이들 사이에 ‘감정’의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느끼는 공분이 SNS를 통해 나타났으며 이것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는 얘기다.

 과거 ‘괴담의 산실’로 불리던 SNS가 정확한 정보 전달과 안보의식 고취의 장으로 탈바꿈한 데는 이용자들의 성숙한 의식도 한몫했다. 이유나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천안함 피격이나 연평도 포격 등을 경험하면서 받아들여야 할 정보와 걸러야 할 정보를 판단하는 SNS 사용자의 능력이 성숙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국방부와 각군의 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과 정보 제공이 SNS 이용자들의 혼선을 줄였다는 평가도 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사진 < 조용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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