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부대 명소명당

환한 보름달 같이… 공감·소통을 밝게 비추다

조아미

입력 2015. 08. 0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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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15사단 정비대대 ‘브라이트 카페’




 


 

 

   케케묵은 먼지로 뒤덮였던 부대 창고가 고즈넉한 산골 카페로 대변신했다. 카페는 병사들이 좋아할 만한 로봇 ‘건담’의 피규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하다. 장병들은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등 ‘힐링의 공간’으로 카페를 즐겨 찾고 있다. 육군15사단 정비대대 ‘브라이트 카페(BRIGHT CAFE)’가 지난 4월 7일 창고를 리모델링해 문을 연 이후 ‘소통’과 ‘공감’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단의 뿌리인 ‘환한 보름달 정신’을 계승한 브라이트 카페는 이름이 주는 의미처럼 곳곳이 밝았다. 부대만의 명소로 빛났고, 이용하는 장병들의 마음도 밝게 했다.

 

   ▲ 재능기부+인맥+기술력=카페 탄생

 카페는 부대 장병들의 땀과 노력,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강원도 화천의 산악지형을 담당하고 있는 부대 특성상, 그동안 장병 부모님이나 친구가 면회를 와도 마땅히 외출·외박을 할 곳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구형 생활관을 활용하고 있는 대대의 경우, 변변한 휴게실 하나 없었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던 간부와 뜻있는 장병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여러 차례 의견수렴을 거쳐 창고로 쓰던 통나무 오두막을 개조하기로 했다.

 예산은 없었다. 하지만 숨은 재능을 가진 기부자와 부대만의 기술력,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낸 ‘공감’이 멋진 작품을 빚어냈다.

 지난 3월, 카페로 재단장을 결정한 지 2주 만에 거짓말처럼 공사를 위한 자재와 내부 비치품들이 모였다. 폐 연료통이 벽난로로, 고사목이 원목식탁과 의자로, 버려진 목재와 합판이 책꽂이와 장식장으로, 논밭의 짚더미와 장작더미가 용마루로, 버려진 현관 유리가 통유리 창문으로, 시멘트 덮인 연못이 영산홍 꽃밭으로 바뀌었다.

 간부들의 인맥도 동원했다. 한 간부는 파주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지인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도서관은 장병들을 위해 800여 권의 책을 기증했다. 또 다른 간부는 강원대 예술대학 교수인 지인에게 현판 음각을 부탁해 카페 이름표를 달아줬다.

 




   ▲ 장병들에게 ‘힐링’ 선사하는 공간

 약 66㎡(약 20평) 넓이로 60여 명의 장병이 앉을 수 있는 카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비롯해 영화감상, 동아리 활동, 초청강연, 상담공간, 스터디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병들은 점심시간과 일과 이후 오후 9시까지, 그리고 주말에 이곳을 사용할 수 있다.

 종종 카페에서 장병들과 상담을 한다는 근접정비3중대장 이오선 대위는 “중대장실보다는 카페가 좀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해 병사들이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편하게 털어놓는 것 같아 이곳에서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온통 초록빛의 산과 전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와 차는 이곳에 들르는 이들에게 여유로움을 내어준다. 장병들의 즐거웠던 순간들은 액자에 담겨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석승훈 상병은 “비도 오고 울적한 날, 커피 한 잔 마시러 카페를 찾은 이후 자주 들른다”며 “요즘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이곳에서 책읽기에 빠졌다”고 전했다.

 

   ▲ 운영 4개월… 병영 만족도 60~70% 향상

특히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깨알 같은 재미를 더했다. 천장에 달린 노란색과 빨간색 등은 사단 마크를 형상화했다. 종이공예의 달인인 한 장병이 재능기부로 만든 가지각색의 로봇 ‘건담’도 부대 마크를 떠올리게 한다.

  카페 밖 풍경도 그림 같다. 입구에는 작은 구름다리가 부대와 카페 사이를 ‘소통’으로 이어주고 있다. 앙증맞은 용마루는 작은 언덕에 살포시 자리 잡아 전원의 미를 더했다. 돌로 만든 넓적한 탁자와 작은 나무 의자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카페 야외에서 열리는 바비큐 파티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3대 카페지기 정이탁 상병은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찾는 손님이 많다”면서 “특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독서를 하거나 자기계발에 열중인 병사들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카페를 고안한 최현용(중령) 정비대대장은 “카페 운영 4개월 만에 장병들의 병영생활 만족도를 조사해 보니 60~70% 정도 향상됐다”면서 “앞으로도 브라이트 카페가 우리 대대뿐 아니라 사단의 명소로서 장병들의 독서와 휴식을 보장하는 소통의 장이자, 면회객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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