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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중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이다. 근무역량이 뛰어난 초급장교들에게 장기 복무를 지원하도록 상급 부대에서 한참 권장하고 있을 때, 예상과 달리 우수한 인재들의 지원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었다. 그러나 유독 인접 연대의 한 대대만은 지원율이 현격히 높아 사람들의 호기심을 샀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부대 대대장에 대한 초급장교들의 존경과 신뢰가 깊었고, ‘이런 대대장 같은 지휘관과 함께라면 흔쾌히 지원하겠다’는 다수의 초급장교들이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볼 때 충무공 최고의 전투는 1597년 명량대첩이다. 이순신 장군은 5개월간의 수감 생활 직후에 칠천량 전투로 궤멸된 조선 수군으로, 최악의 조건을 딛고 13척 대 133척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매번 철두철미 이길 수 있는 전투를 준비해온 장군의 전략과 훈련의 결과물이었던 대부분의 승전과 달리, 물리적으로 전투를 치르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일 수 있었던 명량대첩이야말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의 본질을 생각해 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순신 장군을 믿고 존경하며 기꺼이 따르고 도왔다. 강직한 성품으로 세 번이나 파직을 당하고 두 번 백의종군했지만, 이런 시련 속에서도 그의 인생관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특히 장군의 부하 사랑은 남달랐다. 장수로서 품위가 없다고 모함을 받을 정도로 부하들과 마음을 트고 일했으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도 항상 앞장서 궁색한 사람에게 입고 있던 옷을 벗어주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따뜻한 보살핌과 인간애로 인해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장군은 오랫동안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위급한 상황에서도 군사를 한데 모으고 언제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이러한 전승(戰勝)은 장병들이 장군과 함께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능력에 대한 신뢰와, 거북선 등 신무기 개발과 장군의 인품·인격에 대한 신뢰였다. 장군이 전장에서 평소 보여준 배려·사랑·믿음 등이 전함보다 더 큰 힘이었고, 승리의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리더십이란 신뢰에 근거하는 인간관계로 볼 수 있다. 신뢰란 능력에 대한 신뢰와 인격에 대한 신뢰를 합한 의미를 말한다. 능력에 대한 신뢰란 이순신 장군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리더가 어떤 일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 나온다. 또한 인격에 대한 신뢰는 리더가 나와의 관계를 소중히 한다는 믿음을 말한다. ‘리더가 나와의 관계를 소중히 한다면, 리더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고, 나의 이익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내 말을 경청할 것이고, 나아가 내가 잘되도록 도울 것이다’ 등의 기대를 할 수 있는데, 이는 리더의 인격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조직원들로부터 역량을 인정받고, 조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기울이며, 부하들을 따듯하게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우리들의 지휘관 모두가 진정으로 신뢰받는 리더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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