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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안내하는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독일에서 유대인박물관을 지을 것인지 말 것인지, 짓는다면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한 여론 수렴과 열띤 토론을 하는 데 1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하면서, 그런데 일단 건립 후에는 일절 논쟁이나 후문이 없었다고 한다. 반면에 프랑스에서는 어떤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하나, 그 사업이 종료된 후에 뒷말이 많고 갈등이 증폭된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의사결정 하나에도 국민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국민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모습일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요즘 우리 사회의 현실과 세태를 보면서 우리들의 국민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국민성의 사전적 의미는 ‘한 국가를 단위로 구성원에게 공통되는 인성(人性) 및 행동양식’이라고 나와 있다. 국민성은 보통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 시대의 제도·사회가 만들어가고 시대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하는 것이다. 과연 대내외에서 보이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떨까. 한국인 하면 떠오르는 높은 교육열, 역동성 그리고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국난을 극복해온 위기극복 DNA는 오랜 역사,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현재의 대한민국을 일군 근간이 돼 왔다.
그럼 보는 시각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일까. 한국에서 11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떠난 한 외국인 기자는 “한국인은 ‘미래 지향적’이지 못하고 ‘과거 지향적’인 점과 인간관계에서 질 줄 모르고 끝까지 싸우는 경향이 강하다”고 이야기했었다. 그중에서도 자기편이면 무조건 옳고,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틀린다는 ‘편 논리’는 정말 오랜 기간 우리 역사를 위기에 빠트렸음에도 지워지지 않고 반복되는 국민성인 것 같다.
또한 오래전 한국으로 귀화한 한 외국인은 “한국인은 ‘항아리 속의 민물참게’라며, 남을 끌어내리는 데 뛰어나고, 양은 냄비처럼 빨리 끓고 빨리 식는 것과 ‘평등사상’이 유별나게 강한 나라”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서로를 향한 분노와 원한으로 가득 차 사생결단으로 싸우지만, 적(敵) 앞에서는 싸우지도 않고 너무나 쉽게 무너져버린 패전과 굴욕의 역사를 숱하게 지나쳐 왔다. 지금의 대한민국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가끔은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우리끼리 싸우다 개인도, 국가도, 조국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될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국민적 모습을 만들 수 있을까. 국가안위와 국가이익 앞에서는 국민이 하나로 단결해 한목소리로 대처해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토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진입시키고 국격(國格)을 한 단계 격상시키기 위해 국민의 역량과 에너지를 결집해 ‘외적과 싸울 땐 귀신, 우리끼리 싸울 땐 등신’이라는 국민적 평가를 받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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