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장성의 특별한 만남 / 오정일 육군포병학교장토마스 밴댈 미 2사단장
1982년 같은 해 임관… 양국 오가며 인연
개인 친분 넘어선 한미동맹의 ‘힘’으로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두 번째 조우엔 조금 특별한 재회라 생각했다. 세 번째는 달랐다. 어쩌면 한반도 자유수호의 사명을 위한 필연이란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한때 포병 전술을 함께 익히던 두 청년장교가 고급 간부로 재회해 포병의 발전을 논했고, 이젠 한국군과 미군 장성의 신분으로 연합 화력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미동맹이란 뿌리를 더욱 깊게 내리고 있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인연의 두 주인공은 오정일(소장) 육군포병학교장과 토마스 밴댈(소장) 주한미군 2사단장이다. ‘우정’이란 단어가 그 본질적 의미를 잃어가는 시대. 66주년 ‘국군의 날’이자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61주년인 1일을 맞아 한미 두 장성의 특별한 인연이 양국 동맹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 미 고군반 과정서 첫 인연
전생에 천겁의 연을 맺어야 옷깃 한 번 스친다고 했다. 하지만 태평양이란 공간을 극복하고 세 번이나 연을 맺었다. 그것도 타국의 군인이란 한계를 넘어서다. 인연도 남다르다. 오정일 소장과 밴댈 소장은 각각 육군사관학교와 웨스트포인트에서 1982년 같은 해 포병장교로 임관했다. 첫 대면은 1986년. 미국 고군반(OAC:Officer Advaned Course) 동기생으로였다. 이후 두 청년장교는 한미 양군에서 군 인생을 개척했다. 포병병과의 실무 장교로 커리어를 쌓았다. 능력만큼 진급도 이어갔다.
두 번째 만남은 오정일(당시 중령) 학교장이 2001년부터 3년 동안 미국 포병학교 교환 교관으로 파견되며 이뤄졌다. 당시 밴댈 사단장은 미 포병학교 내에 주둔한 포병여단장(대령)이었다. 계급은 달랐지만 우정은 이어졌다. 오정일 학교장은 한국군의 발전을 위해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앞선 노하우를 습득했고 앞선 시스템을 익혔다. 예우는 확실히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군인으로서 자존감을 지켰다. 오정일 학교장은 “당시 여단장이던 밴댈 장군에게 경례는 확실히 했다”고 웃으며 “밴댈 여단장으로부터 화력 운용과 미군의 특성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곤 했는데 이때 더욱 친근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밴댈 사단장은 “오정일 학교장은 진정한 포병 전문가이면서도 매우 친절하고 따뜻한 군인이었다”며 “친절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도 포병 전문가로서의 안목을 보여주곤 했다”고 추억을 되새겼다.
● 개인적 친분 넘어 한미 양군 발전으로 진화
잊혀지던 인연은 밴댈 사단장이 지난해 6월 한국으로 부임하며 다시 맺어졌다. 세월만큼 두 장교의 성장도 함께했다. 둘 다 장성 신분으로 변했다. 그만큼 재량권도 많아졌다. 적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는 공동의 목표도 확실했다. 개인의 우정이 단순 친분을 넘어 양군 포병과 연합 화력 발전으로 진화했다.
포병학교와 미2사단의 교류는 급물살을 탔다. 두 장성은 서로 부대를 방문했다. 양군 발전을 위해 지식을 공유하고 노하우를 함께했다. 양군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았다. 서로에 대한 존중만큼 부대에 대한 인상도 뚜렷하다. 밴댈 사단장은 “포병학교 방문 시 세계 최강의 한국 포병 교육기관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며 “오정일 학교장이 미 교육 시 받은 경험을 살려 체계화한 장비와 교리 등을 접하며 한국 포병의 우수성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오정일 학교장 역시 마찬가지다. 미2사단과의 교류를 통해 미군의 막강한 화력과 그 운용 시스템을 습득하고 이를 한국 포병 화력에 업그레이드시키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오정일 학교장은 “밴댈 사단장의 적극적 지원과 도움이 한국 포병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장성은 그들의 굳건한 우정이 한미 양군의 우호 증진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들의 위치에서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도모하고 적의 도발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밴댈 사단장은 부대원에게 3가지 원칙 준수를 당부한다. 그는 “우리 장병들은 전투대비태세를 갖춰야 하고 부대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마지막으로 부대원 모두 자신의 행동 하나가 한미동맹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정일 학교장은 “선진 강군과의 교류는 전투력 창출의 밑거름이라는 인식하에 미 육군화력센터와 미2사단 210화력여단과의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연합 및 합동화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양국 군이 피로 맺은 동맹의 역사를 잘 인식한 가운데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때 한미동맹이 더욱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합동화력부터 안전센터까지 양 부대 전방위 교류·협력
육군포병학교와 미2사단은 두 지휘관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전방위적 교류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인적교류는 물론 안전관리를 위한 공동 토의까지 교류 범위는 일반 수준을 뛰어넘는다. 우선 포병학교는 지난해 2월 미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과 협약을 체결하고 합동화력 운용 능력 강화와 개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포병학교는 미군의 실제 전투사례를 공유하고 미군과 연합화력 운용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올해 초 탄생한 한국 첫 포병장교를 위한 한미 여군 포병장교들의 교류 기회도 마련했다. 미 포병 여군들이 포병학교를 방문,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애로사항과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1월에는 포병학교 교관단이 미2사단의 훈련을 참관하고 미래 지휘소 개념과 통합화력 운용 절차 등 미군 훈련 시스템을 익혔다. 두 부대의 교류는 화력 발전을 넘어 안전 분야까지 이어졌다. 지난 5월 미2사단 안전관리팀은 학교를 방문하고 미군의 안전시스템에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병과학교 교육체계 등 안전과 관련한 전반적 분야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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