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도로명주소로 보는 팔도강산

[도로명주소 & 현충시설] 3·1운동 민족대표 배출한 민족의 성지

김용호

입력 2014. 09. 23   15:16
0 댓글

<34ㆍ끝> 봉황각 -서울시 강북구삼양로 173길 107-12


1912년 손병희 선생이 건립 전국 천도교 교역자 483명 49일씩 7회 연성수련

 

 

 

 

 북한산국립공원에 ‘3ㆍ1운동 발상지가 있다’고 하면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분소 앞에 3ㆍ1운동 발상지가 있다. 그동안 우리의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어 잘 몰랐던 역사의 현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봉황각(鳳凰閣ㆍ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 11-1-13호)이다.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 173길 107-12에 자리 잡고 있는 봉황각의 도로명은 과거 행정동이었던 삼양동에서 유래했다. 봉황각은 우의분소 맞은편 천도교의창수도원 내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수도원 경내로 들어서면 아름드리 소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 있다. 그 자태가 신비롭기 그지 없다. 붉은 벽돌의 별관 건물 왼쪽을 끼고 돌면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봉황각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시에 “야~” 하는 탄성이 터졌고, 한동안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우리 고유의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봉황각은 그렇게 가슴에 새겨졌다. 용마루에서 힘차게 뻗어 내려오는 네 귀퉁이 처마는 수줍은 처녀 입꼬리처럼 살짝 들린 팔작지붕 형태다. 검은 기왓장 하나하나에 선조들의 독립의지와 거친 숨결이 묻어난다. 처마 밑 서까래 끝에 백의 민족을 상징하는 하얀색 페인트 칠을 해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봉황각은 천도교(동학) 제3대 교주인 의암 손병희(1861~1922) 선생이 건립했다. 1910년 일본에 국권을 강탈당하자 손병희 선생이 북한산 아래 밭과 임야를 구입해 “10년 안에 나라를 찾겠다”며 1912년 6월 19일 완공했다. 국권회복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한 봉황각은 천도교 교조 최제우가 남긴 시문에 자주 나오는 ‘봉황’이라는 낱말에서 따온 것이다.

 현재 걸려 있는 현판은 오세창(吳世昌)이 썼는데, ‘봉(鳳)’자는 당나라 명필 안진경(顔眞卿)의 서체를, ‘황(凰)’자 또한 당나라 명필 회소(懷素)의 서체를, ‘각(閣)’자는 송나라 명필 미불(米?)의 서체를 본뜬 것이다. 하얀색 바탕에 청색 글씨체에서는 역동적이고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봉황각의 특징은 우리 전통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문에 있다. 전면에 24개의 문과 오른쪽에 8개의 문, 뒷편에 16개의 문으로 이뤄졌다. 사방이 문으로 연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황각과 내실, 부속건물은 1912년에 지었고, 이듬해 12칸짜리 수련 도장을 지었으나 3ㆍ1독립운동 이후 헐렸다. 봉황각에서는 1912년부터 1914년까지 3년 동안 전국의 천도교 고위 교역자 483명을 대상으로 49일씩 7회에 걸쳐 연성수련을 시행했다. 이곳에서 훈련받았던 인사들이 3·1운동을 지도하는 각 지역의 지도자로 성장해 구국운동의 최선봉에 섰으며, 3·1운동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5명이 배출됐다. 당시 이곳은 깊은 산중이어서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준비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봉황각은 총 7칸 규모로 목조 기와로 된 2층 한옥이며 건물은 을(乙)자형이다. 인수봉과 백운대로 가는 입구에 있으며 주변경관 또한 매우 수려하다. 이곳에서 약 100m 지점에 손병희 선생의 묘가 있다.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민족의 성지로 재인식되고 있으며, 1969년 9월 18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됐다.

 등산객 김세기(52) 씨는 “서울의 허파 북한산 자락 국립공원 우이분소 앞에 3ㆍ1독립운동 발상지인 봉황각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외국이나 멀리 여행만 다닐 게 아니라 우리 주변부터 자세히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자료 제공=서울지방보훈청> 

 
  본지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인 도로명주소와 현충시설을 연계한 기획물 ‘도로명주소로 보는 팔도강산’을 오늘자로 종료합니다. 그동안 사랑해 주신 많은 독자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용호 기자 < yhkim@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