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최단기 1000만 관객 돌파 ‘명량’…한국 영화 구세주 되나?
국산 영화 완성도·연기·제작 선진국 수준콘텐츠 개발 등 힘써야
“한 손으로 직접 무너지는 하늘을 붙든 장수.” (서애 류성룡)
“넬슨 제독과 나를 비교할 수 있지만, 이순신 장군은 감내할 수 없다.” (일본 해군제독, 도고 헤이하치로)
“청렴한데다 통솔력과 전술, 충성심, 용기로 볼 때 이런 인물이 실존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일본 역사작가, 시바 료타로)
# 하루 관객 100만 명 넘긴 최초의 영화
요즘 이순신 장군의 행동하는 리더십이 대한민국을 사로잡고 있다. 국민의 막힌 가슴, 응어리진 한(恨)을 말끔히 씻어내려는 듯 영화 ‘명량’의 기세가 대단하다. 마치 아베 총리 등 일본 지도자들의 그릇된 역사관과 수시로 도발하는 침략 근성을 꾸짖는 것처럼 통쾌함도 느껴진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조선 수군의 포격으로 적선이 파괴되고, 울돌목의 소용돌이에 혼비백산하는 왜군들을 보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장군의 영민한 전술과 두둑한 배짱, 과감한 지도력에 탄성을 자아냄도 물론이다.
기적 같은 ‘명량대첩’의 신화처럼 영화 ‘명량’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적을 무찌른 ‘명량대첩’을 다룬 이 작품은 개봉 후 최단 기간인 12일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을 비롯해 개봉 당일 68만 명으로 역대 최다, 지난 2일에만 123만 명이 찾아 하루 관객 100만 명을 넘긴 최초의 영화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 밖에 최단 100만 돌파(2일), 최단 300만(4일), 최단 500만(6일), 최단 700만(8일), 최단 1100만(13일), 최단 1200만 돌파(15일) 등등.
‘명량’은 가장 빨리 1000만 명을 동원했던 ‘괴물’의 기록을 9일이나 앞당긴 데 이어 최다 관객 타이틀을 보유한 미국 영화 ‘아바타’(1362만 명)를 추월해 1500만 고지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영화 전문가들은 이런 기세라면 1500만을 넘어 내심 2000만까지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올해 들어 국산영화의 전반적인 성적표는 어떤 곡선일까? 먼저 상반기(1월~6월) 실적만 보면 지난해 2억 명을 돌파한 기세가 크게 꺾인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 기간 우리 영화 관객 수는 415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56만 명)보다 1403만 명이 줄고, 점유율도 59%에서 16%포인트 떨어진 43%를 나타냈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절반 아래로 내려간 건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반면에 외화는 1201만 명 늘어난 5496만 명을 기록하며 점유율도 41%에서 57%로 껑충 뛰었다.
상반기만 놓고 보면 한국영화의 진부한 스토리와 미흡한 연출력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장동건 등 톱스타들을 대거 투입했음에도 관객의 반응이 저조했던 이유는 그만큼 스크린을 보는 관객들의 안목이 높아졌음을 뜻하기도 한다.
# 상반기 국산영화 점유율 하락… 외화는 껑충
실제로 장동건이 출연한 ‘우는 남자’(60만 명)는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구태의연한 액션과 진부한 이야기가 실망감을 줬고, 하지원 등이 출연한 ‘조선미녀삼총사’(48만 명)는 실감 나지 않는 여주인공의 액션 장면이 관객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송승헌이 불륜에 빠진 ‘인간중독’(144만 명)은 단순했고, 차승원이 여장남자 형사로 나온 ‘하이힐’(34만 명)은 독특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래서 300만 명 이상을 모은 우리 영화는 ‘수상한 그녀’(865만 명), ‘역린’(384만 명), ‘끝까지 간다’(312만 명) 등 3편에 불과했다.
반면에 외국영화는 ‘겨울왕국’(1028만 명)을 필두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417만 명)과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396만 명) 등 6개 이상이 10위권에 들어 옛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러나, 하반기(7월~12월)의 첫 달인 7월부터는 국산영화가 다시 명함을 내미는 모양새다. 지난달 우리 영화는 1023만 명(점유율 51.5%)을 끌어들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만 명을 더 동원했다. 외국영화는 964만 명으로 67만 명이 감소했다. 한창 상영 중인 ‘군도’ 등이 관객몰이한 데 이어 8월부터는 ‘명량’이 블랙홀처럼 관객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 한국시장은 세계 5위… 영화산업 육성을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는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주춤거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그들의 영화 제작 능력은 세계 1등이고,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1000만을 돌파한 ‘겨울왕국’의 경우 마법을 지닌 공주 엘사와 언니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안나의 이야기를 통해 독립적인 여성상을 부각하면서 노래까지 히트시키는 문화현상을 만들었다.
국내 여가수들은 주제곡 ‘렛잇고(Let It Go)’를 전파시켰고, 각종 패러디가 회자되면서 여행상품과 장난감 등 다양한 비즈니스도 창출했다.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에 참석한 각국 바이어들은 한국영화가 동북아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제작 능력 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못지않다. 배우 전도연은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도 맡았다.
한국 시장은 연 관객 2억 명이 넘을 정도로 세계 5위 안에 드는 매력적인 곳이다. 그러기에 할리우드가 호시탐탐 지배권을 노리고 있다. 자칫 방심하면 바닷물이 회오리치는 울돌목에 갇힐 수 있다. 영화산업 육성을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
<김종철 MBN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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