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외국의 사례를교훈으로 ‘절반의 성공’ 배우고 ‘실패의 절반’ 메우자

입력 2014. 04. 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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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의 SubmarineWorld<80·끝>잠수함 독자개발, 계획 기간 내 꼭 성공해야 한다(下)


유사한 문제점 나타나지 않도록 건조공정 등 빈틈없이 관리해야  


 ▶호주 콜린즈급 잠수함 시운전 시 나타난 예기치 못한 장비 결함 사례들, 우리도 유사상황에 대비해야

 필자는 잠수함 함장 시절인 2002년 하와이에서 림팩훈련에 참가한 콜린즈급 잠수함을 견학하고 해당 함장과 잠수함의 성능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함장의 말에 의하면 언론에 보도된 결함 사항들은 대부분 수정됐지만, 지금까지도 아주 성능이 떨어진 잠수함으로 소문나 있어 아쉽다는 것이다. 호주도 수출을 겨냥하고 잠수함을 개발했지만 이러한 언론의 혹평으로 지금 세계 잠수함 시장에서 명함조차 내놓을 수 없는 처지다. 호주 콜린즈급 잠수함 1·2번함의 시운전 과정에서 나타난 주요장비 결함 사항은 처음 개발하는 잠수함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음에도 모든 문제가 언론에 대서특필돼 결국 폐물 잠수함으로 낙인 찍혔다. 언론에 보도된 주요 결함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디젤엔진 : 1번함부터 시작된 디젤엔진(디젤 잠수함은 디젤엔진을 작동해 발전기를 가동하고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로 추진기를 돌려 항해함) 문제는 피스톤 파열, 연료펌프나 분사기의 정지, 기어 파손, 발전기 연결부 파손, 크랭크축 파손 등으로 다양했으며 이는 연료유 계통의 설계 결함과 계통의 오작동에서 비롯했음이 판명됐다.

 ●장비소음 : 시운전 중 나타난 콜린즈의 소음 수준은 최초 요구 성능과 계약조건에 비해 훨씬 높았고, 이 문제는 곧바로 논쟁의 중심 이슈가 되면서 마치 시끄럽기가 록음악 공연(Rock Concert)같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 원인은 최초 요구 기준이 과도(기존 오베론급에 비해 2배 정숙한 기준요구)했고 설계 오류도 발생해 고속에서 유체역학적 소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케비테이션과 싱잉 : 또 다른 소음 문제는 추진기에서 발생하는 케비테이션과 싱잉(singing) 소음이었는데, 일정 속력 이상에서 심하게 발생했다. 호주 해군참모총장과 미국 잠수함 전문가는 케비테이션 소음이 작전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높다고 지적했다. 추진기 문제에 관해 전문가들은 설계자·제작자 그리고 운용자의 상호 정보교환에 문제가 있었고, 또 운용자 측이 새로운 형태의 추진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몰라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투체계 : 잠수함에서 가장 중요한 어뢰 사격통제장치이며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전투체계는 계획보다 훨씬 늦게 제작돼 시운전을 제때 진행할 수 없었다. 이는 주로 해군의 지나친 요구사양, 확정단가에 의한 계약적 문제, 미국의 개발업체가 세 번 바뀌면서 발생한 의견 불일치 등에서 기인됐다. 전투체계는 시운전 진행에 가장 큰 장애물이었으며 전체 공정이 4년 지연되는 데 결정적 요인이었다. 만약 전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다른 하자들은 사소한 문제로 치부될 수도 있을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많이 끼쳤다.

 ●추진축 침수 : 추진축 씰(seal) 주위의 침수 상황도 함의 안전에 치명적인 결함 사항으로 부각돼 승조원들이 더 이상 시운전을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승조원과 조선소 간 불협화음이 심각했지만 결국 승조원 측의 양보와 희생으로 개선된 대표적인 사례이며 상기의 다른 결함 사항도 시정하는 과정에서 조선소와 해군의 갈등이 심하게 나타났다.

 ▶1번 함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장비 결함 사항이 심각한 논쟁거리로 부각된 이유

 어느 나라나 처음 건조하는 1번함 시운전 시는 항상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으며, 이것들은 거의 다 시운전 진행 과정에서 시정되거나 후속함에서 해결되도록 조치된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언론에 심하게 왜곡 보도된 이유는 사업 주체들의 관계가 완전히 와해돼 업무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호주조선소·스웨덴 코쿰스 설계사·미국 록크웰 전투체계 제작사·호주 잠수함사업단 그리고 해군 잠수함 운용부대 간의 관계가 악화돼 간단히 시정될 수 있는 사소한 결함도 매번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각됐다. 영국과 미국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영국은 업홀더(Upholder)급 디젤 잠수함 건조 시 설계오류, 어뢰 발사관 장애, 어뢰 취급장치 결함 등으로 건조 공정이 7년이나 지연됐으며, 최근에는 아스튜트급 원자력잠수함 개발 시 설계 오류가 발생해 공정이 4년이나 지연됐고, 전체 사업비도 47%가 추가로 발생됐다.

 ●미국은 1970~80년대 LA급 잠수함 개발 시에 압력선체 용접불량, 어뢰 적재 장치와 기관실 엔진 설치작업 시 오류 등으로 중간에 해체해 다시 용접하고 장비를 설치하면서 전체 공정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예산이 추가로 발생돼 일렉트릭 보트 조선소가 도산 위기에 처했으나 정부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후 회생할 수 있었다.

 ▶한국의 잠수함 독자개발 성공, 범국가적 협력체계 구축 절실

 호주 콜린즈급 잠수함 사업과 영국·미국 등 선진국의 잠수함 개발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현시점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정리해 보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첫째, 개발 기간 지연이다. 미국 등 잠수함 독자 건조 및 설계 경험이 있는 선진국에서도 새로운 잠수함 모델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평균 26개월이 지연됐다. 둘째, 추가예산 발생이다. 한 개의 장비라도 개발에 실패하면 공정 지연으로 이어지고 결국 추가예산 발생은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셋째, 언론 왜곡보도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다. 사실과 다른 보도는 자칫 불필요한 조사·감사로 이어져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는다. 잠수함 독자개발은 자주국방을 위한 핵심사업이자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국가적 R&D 사업임에 틀림없다. 개발 총책임을 진 방사청은 외국의 사례를 깊이 연구해 유사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선소 건조 공정을 빈틈없이 관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점들이 나타날 경우에는 신속하게 계획 변경을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국회·국방부·해군 등 관련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 및 지원체제를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 잠수함 독자개발 성공을 위해 범국가적 협력체계 구축이 절실한 때다. 


 

 

 

독자들 성원 힘입어 80회 대장정 걸어

 

연재를 마치면서

독자 여러분, 그동안 ‘문근식의 Submarine World’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년 10월 8일 전역을 3개월 앞둔 시기에 국방일보의 요청으로 연재를 시작한 ‘문근식의 Submarine World’가 오늘부로 80회를 맞이했습니다. 원래 1년 계획으로 시작했지만, 독자들의 큰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지금까지 1년 7개월을 연재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딱딱한 주제라 어떻게 하면 쉽게 쓸까? 그리고 군사보안 유지라는 나름의 기준을 정하고 글을 쓰는 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다행히 별문제 없이 80주를 진행한 것은 독자 여러분의 격려와 사랑 덕분입니다. 가능한 한 연재를 약속한 10월까지 글을 쓰려 했지만, 지난달부터 국방과학연구소 미래전 연구실에서 전문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게 됨으로써 부득이 이를 병행할 수 없게 됐습니다. 다시 한번 그동안 부족한 글을 열심히 읽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특별히 응원을 많이 해 준 국방일보 취재·편집기자, 조선일보 유용원 논설위원, 그리고 자료 수집에 많은 도움을 준 해군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기회가 되면 새로운 분야를 연구해 다시금 지면을 통해 뵐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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