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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처럼 지옥의 창, 어느새 천국의 창으로

윤병노

입력 2014. 04. 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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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군수사령부 병기탄약창, 명예생활반 도입 1년


 해군군수사령부 병기탄약창 영내 생활관에는 눈길을 끄는 생활반이 있다. 브라운관 TV를 설치한 11개 생활반과 달리 LCD TV를 시청하고, 2박 3일 포상휴가 혜택까지 누리는 유일한 생활반. 바로 ‘명예생활반’이다. 병탄창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근무 기피대상 1호였다. 생활 환경이 열악하고 군기도 강한 곳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육상 근무 병사들 사이에서는 ‘지옥창’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랬던 이곳이 ‘천국창’으로 환골탈태했다. 명예생활반 제도라는 작은 아이디어가 출발점이었다.

 

 



11개 요소 점수화 최고점 획득땐 LCD TV 시청 특권·2박3일 휴가

 

# 명예생활반 제도가 준 선물

 “수다쟁이 생활반장들이 오늘은 왜 이렇게 긴장하지? 자~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화려한 벚꽃이 진해 군항을 아름답게 수놓은 지난 10일 병기탄약창(병탄창) 본관 회의실. 올해 1분기 명예생활반 선발 심의위원회에 참석한 생활반장들이 숨소리를 죽이고 김수만(상사) 생활지도관을 바라봤다.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결과 1분기 명예생활반은 1생활반이 선정됐습니다. 축하합니다.”

 김 상사가 심사 결과를 발표하자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이어졌고, 1생활반장 황현동 병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성을 질렀다.

 근소한 차이로 2위에 머문 11생활반장 문정희 병장은 “청결·용모 점수가 낮은 게 너무 안타깝다”며 “우리 생활반 약점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다음 선발에서는 이 부분을 보완해 꼭 명예생활반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 오전. 명예생활반에 오른 1생활반원들은 부대 전 장병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석곤(대령) 창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수병모를 하늘로 던져올렸다. 경쟁 상대였던 11개 생활반원들도 아낌없는 축하 박수를 보냈다.

 황 병장은 “2012년 9월 병탄창 경계병으로 배치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지옥창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근무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른 곳에 배치된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모든 게 명예생활반 덕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1생활반원 정환수 상병은 특전이나 혜택도 중요하지만 생활반원들의 전우애가 돈독해진 게 무엇보다 큰 성과라며 명예생활반 등극을 자축했다.

 “진해 군항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벚꽃이 화려한 꽃망울을 피우려면 꽃샘추위를 견뎌내야 합니다. 우리 생활반도 어려운 과정을 극복했기에 명예생활반이라는 꽃을 피웠다고 자부합니다. 우리의 노력이 명예라는 열매를 맺어 기쁩니다.”

작년 4월 도입 7월부터 본격 시행 전우애 커가고 사건·사고 사라져 

 

 # 변화의 바람 솔솔…사건·사고 제로

 황 병장 말처럼 병탄창은 사건·사고 등으로 병사들이 전입을 꺼리는 부대였다. 그러나 2012년 12월 김 창장이 부임하면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김 창장은 병영생활 악·폐습 척결 운동을 강력히 추진했다. 더불어 영내 장병들이 스스로 발전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어 사관생도 시절 경험한 해군사관학교 명예중대를 벤치마킹해 병영생활 특성에 맞는 명예생활반 선발 제도를 지난해 4월 도입, 7월부터 본격 시행했다.

 명예생활반은 11개 평가요소 실천 결과를 점수화해 최고점을 획득한 생활반을 선정, 3개월 동안 호칭을 부여한다. 명예생활반은 여러 가지 특권을 누린다. 생활반에 LCD TV를 설치하고, 전 병사에게 2박 3일 포상휴가를 준다. 추가 외출은 덤이다.

 11개 평가요소는 부대 위상 제고, 악성사고 예방활동, 자기계발, 전우애·단결력 분야 등으로 구분했다. 언론매체 보도 및 공모대회 입상, 7대 악성사고 척결, 자격증 취득, 금연·체력검정, 생활반 청결 및 용모, 칭찬릴레이 선발자, 장기자랑, 잔반 줄이기 실적 등이 대표적이다.

 만약 생활반원이 국방일보를 포함한 언론매체에 보도됐다면 최대 가점 20점을 부여하고, 7대 악성사고 위반자가 발생하면 15점을 감점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실적을 3개월 동안 종합·평가해 최고점을 얻은 생활반을 선정한다.

 

 

마음의 벽 허물고 계급 관계없이 소통 1년 만에 ‘밝은 병영문화’ 알토란 열매

 

 # 마음의 벽 ‘와르르’…소통 공간으로

 병탄창은 명예생활반 도입 이전에는 생활관을 직별제로 운용했다. 경계병은 경계병끼리, 병기병은 병기병끼리, 운전병은 운전병끼리 생활반을 사용토록 한 것. 이러한 방식은 직별 병사 간 유대강화에는 도움이 됐지만 모든 구성원들이 원활히 소통하는 데에는 장애물이었다.

 명예생활반은 도입 1년 만에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한 것은 물론 밝은 병영문화 정착이라는 알토란 같은 열매를 맺었다. 먼저 직별을 섞어 생활반을 운용하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해하던 병사들도 지난해 7월 첫 명예생활반이 선정된 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비일비재했던 사건·사고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 7월 이후에는 사건·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박성구 주임원사는 이런 변화를 ‘마법’ 같은 현상이라며 군 생활 30년인 자신도 놀랐다고 말했다.

 원동력이 뭘까?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명예생활반 타이틀을 유지하는 1생활반 하동완 병장에게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 전 생활반원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서로 다독여 주고 격려하며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후임들이 내놓은 청결상태 유지와 개그콘서트 ‘네 가지’ 코너를 패러디한 프로그램을 장기자랑 대회에서 선보이자는 의견을 채택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계급에 상관없이 소통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경계근무를 마치고 생활반으로 복귀한 막내 박귀택 일병도 하 병장을 거들었다.

 “처음에는 자유시간을 허비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생활반원들이 의견을 공유하고, 같이 행동하면서 ‘내’가 아닌 ‘우리’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선임들이 친형처럼 느껴집니다.”

편의·복지시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잔반 마일리지 모아놓고 이야기꽃 

 

# 건강도 챙기고, 가산점도 받고

 병탄창 생활관은 진해 군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제외하면 타부대 생활관과 다른 점이 없다. 최신 편의시설도, 화려한 복지시설도 없다. 하지만 생활관 곳곳에는 병사들의 명예의식이 살아 숨쉬고 있다.

 각 생활반에서는 병사들이 잔반 마일리지 카드를 모아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잔반 줄이기 운동 일환인 마일리지 카드는 식사 후 잔반이 없을 때 확인관이 도장을 찍어주는 제도다. 도장 90개를 받으면 개인에게는 포상휴가 1일을, 소속 생활반에는 명예생활반 가산점을 준다.

 생활관 연등실은 점호 후에도 자격증·어학공부를 하려는 병사들로 붐빈다. 자기계발 측면도 있지만 명예생활반 선발에 자격증 취득 점수가 높기 때문이다. 기사 20점, 산업기사 10점, 영어 토익 600점 이상 10점, 한자 1급 15점 등 등급에 따라 가산점을 준다.

 금연 상담을 위해 의무실을 찾는 발길도 대폭 늘었다. 금연 역시 가산점을 받는다. 이 때문에 비흡연 선임이 흡연 후임을 강제로(?) 끌고 가는 경우도 있다. 1생활반 구본규·이태경 상병이 비슷한 케이스다.

 선임인 구 상병은 건강과 명예생활반 가산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금연 상담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혼자는 쑥스러웠다. 그때 후임인 이 상병이 떠올랐고, 같이 금연에 도전하자며 손을 잡았다.

 이 상병은 “자발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나 자신과 생활반을 위해 꼭 성공하겠다”며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어 준 구 상병이 고맙다”고 말했다.

 병탄창은 이 외에도 평소 모범이 되고 솔선수범하는 병사를 선발하는 ‘롤모델 최우수상’ 제도 등으로 밝고 명랑한 생활관 정착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김 창장은 “명예생활반 제도가 가져온 긍정 변화는 전 부대원이 노력하고 협동심을 발휘한 결과”라며 “장병들이 전역 후에도 명예롭고 신사다운 모습으로 새 출발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병기탄약창 명예생활반으로 선정된 1생활반원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기념촬영 하고 있다. 1생활반은 금연, 청결·용모 등 11개 평가요소에서 고른 점수를 획득해 1분기 명예생활반에 등극했다.1생활반원들이 잔반 마일리지 카드를 모아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이 제도는 개인 포상휴가뿐만 아니라 명예생활반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잔반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사진 < 부대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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