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안보 영역에서의 한중관계

방효복

입력 2013. 10. 0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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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관계를 들여다보면 개개인의 인간관계와 참 흡사한 점이 많다. 모두 다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홉스의 현실주의나, 인간은 선하기 때문에 공공선을 위한 공동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로크의 자유주의는 모두 인간의 기본 속성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통치는 바로 사람이 하기 때문에 국가관계는 인간관계와 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맹국가, 우호국가, 협력국가, 적대국가 등의 명칭은 마치 개인관계에서 친분관계의 강도를 나타내는 척도처럼 보인다.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시 ‘우호협력’ 관계에서 출발해 1998년에는 ‘21세기를 향한 협력 동반자 관계’, 2003년에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2008년에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그리고 2013년에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로 발전돼 왔다. 이런 호칭의 변화는 한중 간 정치ㆍ외교ㆍ경제ㆍ문화 등 각 제반 분야에서 짧은 기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해 온 점을 반증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교 당시와 비교해 볼 때, 교역 규모는 34배 증가했고, 연간 상호 인적교류는 53배 증가했으며, 재중 한국인 수는 65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2004년 이래 중국은 우리 최대 교역대상국으로 수출·수입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항공편 또한 매주 811편으로 한미, 한일 항공편 횟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교류협력의 확대·심화와 더불어 한중 관계 호칭도 꾸준히 격상돼 왔는데, 한국과 중국 모두 서로를 이해하는 폭과 깊이도 이와 더불어 증대됐는가이다. 최근 한국국방연구원과 중국 전략학회, 중국 군사과학원이 학술회의를 통해 얻은 주요 교훈 중 하나는 한국과 중국이 서로를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국가로 여기고 있어 서로를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토론이 길어질수록 잘 알고 있지 못하다는 점과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을 상호 공감했다.

 특히 동북아 안보상황과 주변국과의 군사관계에 대한 이해와 시각에 대해서는 보다 큰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지난 6월 27일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정치ㆍ안보분야의 전략적 소통 제고’가 주요 중점 추진 방안에 포함된 이유가 여기 있다. 8월 29일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양국이 국방장관 핫라인 설치, 중국 국방장관 내년 방한, 공군 에어쇼와 방산전시회 상호 참가, 군 인사 교육교류 확대 등에 합의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중 양국은 이제 ‘전략적 협력’에서 벗어나 ‘동반자’에 방점을 둔 관계로 발전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한반도 문제, 동북아 문제, 그리고 국제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숫자적으로 보여지는 관계발전에서 벗어나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 방안을 같이 찾는 친구 국가로 성숙될 때 양 국가는 진정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한중간 안보·국방의 인사·학술 교류가 정례화되고 심화발전돼야 할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과 중국군사과학원 간의 공동연구와 학술회의 정례화 합의와 올해 12월 양기관 간의 세미나 개최는 이러한 필요성을 한중 모두가 공동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국방연구원 원장  방효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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