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군복을 입고있는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국민이 동경하는 군대가 돼야 한다

얼마 전 서북단 최전선에 있는 대청도를 다녀왔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건강하게 그을린 해군 장병들의 피부빛과 청색의 군복이 고속정의 노련함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해병 장병들의 또렷한 눈빛과 빨강 명찰은 오히려 찾아간 우리들이 충전을 받을 수밖에 없는 든든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비록 가장 멀고 외떨어진 곳에서 군 생활하고 있지만 그곳에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다. 중부전선 최전방 GOP의 육군 병사가 과학화된 경계시스템 상황실에서 보여주었던 든든함도 인상적이었다. 4성 장군의 질문에 대해 또렷하게 자신의 임무를 답변하는 상병의 모습은 같은 군복을 입은 입장에서 보기에도 든든했다.
‘어떤 군대가 강한 군대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간단하게 답을 정리하기는 어렵다. 물론 강한 군대란 싸우면 이기는 군대일 것이다. 싸우기 전에 적으로 하여금 도전할 엄두조차 갖지 못하게 하는 압도적인 위력을 갖춘 군대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 할지라도 같은 군복을 입고있는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한다면, 스스로에게 의심을 갖게 되는 군대라면 결코 강한 군대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이 군인이라는 신분을 감추고 싶어하고, 자신의 군복을 드러내기 부담스러워한다면 그것 또한 강한 군대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어느 시골공항을 가더라도 익숙한 풍경이 있다. 파병 다녀오는 군인이 군복을 입고 공항에 들어서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항에 있던 사람들이 기립 박수로 그들을 환영하며 “thank you”라고 하는 모습이다. 박수를 받는 군인이나 박수 치는 국민이나 말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같은 의미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가끔 ‘happy birthday to army’라고 디자인된 화면을 미 해군과 공군 홈페이지에서 본다. 각 군 간에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축하하는 분위기가 풍성하다. 바로 이런 느낌을 공유하는 군대가 강한 군대라고 생각한다.
연합사 공보실에 있는 사진담당 부사관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느낀 것이다. 휴일 아침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니 아침 운동을 했다고 한다. 집을 떠나 있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체력단련을 하는가 했더니만, 그 하사는 “전쟁터에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장비들을 들고 뛰어다녀야 하는데 그럴 때를 대비해 매일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고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군대가 더욱 세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밀한 교육훈련과 건강한 내무생활, 사용자 중심의 각종 시설과 물품, 존중과 배려에 기반한 각종 제도, 첨단과학화된 무기들과 전문적 운용능력 등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국민과 사회로부터 동정받는 군대는 결코 강해질 수 없다. 국민이 동경하는 군대가 돼야 한다. 막연한 애국심만으로 그리고 강직한 군인정신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강한 군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자부심이 디자인으로부터 출발한다는 믿음이 우리 군 곳곳에 뿌리내리길 학수고대한다.
합참 공보실장
엄효식 육군대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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