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모욕죄와 상관면전모욕죄
김 중위는 직속상관인 중대장의 사무실에서 업무보고를 하던 중 중대장에게 꾸지람을 듣자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하고 ‘야 너 중대장이면 다야! 이렇게밖에 못 해! 더러워서 못해 먹겠네!’라고 소리치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김 중위는 처벌을 받게 될까요.
형법은 공연히 다른 사람을 모욕한 경우 모욕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모욕죄에서 중요한 것은 공연(公然)히, 즉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모욕해야 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모욕죄가 스스로 느끼는 명예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정되는 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둘이 있는 장소에서 욕을 하더라도, 이는 상대의 사회적 평가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어서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 형법과는 달리 군형법상 상관에 대한 ‘상관면전모욕죄’는 공연성(公然性)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둘이 있는 상관의 면전(面前)에서 모욕행위를 해도 죄가 성립합니다. 이는 군(軍)이 합법적인 무력을 이용해 국가를 수호하는 특수조직으로서, 다른 사회조직보다 고도의 질서와 기율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단둘이 있는 곳에서 상관을 모욕하더라도 처벌하는 것입니다.
‘모욕’은 어떤 구체적 사실을 표시하지 않고, 욕을 하는 등 추상적으로 사람에 대해 경멸의 의시표시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욕의 방법에는 특별히 제한이 없습니다. 말이나 글, 행동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경례를 하지 않는 등의 부작위(不作爲)도 모욕행위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욕행위는 경멸을 드러내야 하므로 단순히 결례 행위를 한 경우는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판례는 육군중사가 중대 소속 소위의 면전에서 “야 소대장 너 그렇게밖에 못 하겠나, 술좌석에서 군기 잡으려 하나”라고 말한 사안에서 상관면전모욕죄를 인정했습니다.
반면 대대장과 면담하던 대위가 자신은 무능력해 군대생활을 못 하겠다고 말하자, 대대장이 사람의 능력은 백지 한 장 차이밖에 없으니 열심히 근무하라고 설득했는데, 반항하는 태도로 “군대생활 못 하겠다”고 말한 경우에는 상관면전모욕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안의 김 중위가 직속상관에게 반말을 하며 대든 행위는 결례행위를 넘어 상관을 모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고, 당시 중대장실에 김 중위와 중대장 단둘이 있더라도 모욕죄가 성립할 것입니다.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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