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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금연정책, 전군으로 확대 시행을”

이석종

입력 2013. 07. 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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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연전도사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


 담배는 국민을 아프고 병들어 죽게 해  군부터 금연한다면 흡연율 급감할 것  장병들, 금연으로 건강한 대한민국 기여를

 “당연이 국군 전체가 해야 할 일, 더 나아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공군이 먼저 선도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공군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정책을 추진해 준 공군에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죠. 공군의 금연정책이 이제 전군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근 6~7년간 각급부대를 다니면서 장병들의 금연운동을 이끌어 온 박재갑(65·사진) 서울의대 교수는 지난 1일 시행된 공군의 금연정책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연 전도사를 자청하며 지난 2006년부터 각군 사관학교와 학군·학사장교 등 전 장교에게 임관하기 전 금연교육을 해 왔던 박 교수. 그는 담배와 관련해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미 2000년부터 담배는 독극물이고 마약이어서 만들어 팔면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어요. 당시 이미 우리 국민 1000만 명 이상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담배를 싸고 쉽게 사서 피울 수 있도록 한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을 가장 많이 아프게 하고 병들게 하고 죽게 하는 게 바로 담배입니다.”

 담배에 관해 아주 단호한 입장을 가진 박 교수는 “이런 담배를 만들어 팔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 국민 대다수가 끊어 국가가 감당할 수준까지 흡연자의 수가 줄어들면 마지막까지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들을 등록받아 중독치료를 해 가면서 이들까지 완전히 담배를 끊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금연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군의 금연정책을 바라보는 박 교수의 시각 역시 남달랐다.

 “전 국민이 담배를 끊는 데는 몇가지 효과적인 방법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군대입니다.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들은 누구나 군대를 갑니다. 군 전체가 금연을 한다면 대한민국이 짧은 시간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전 국민이 짧은 시간 안에 담배를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공군이 추진하려던 부대 내 전면 금연구역 선포는 금연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이죠. 이게 공군에서 시작돼 전군으로 확산된다면 아마 대한민국의 흡연자는 획기적으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대 내 전면 금연이 자칫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독극물이자 마약인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게 인권침해라면 담배를 피우도록 놔두는 것은 살인방조 내지는 살인교사쯤에 해당할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말이다.

 또 박 교수는 “군이 우리 국민을 가장 많이 죽이는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군의 기본임무에도 부합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공군의 금연정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 군에서는 장군 진급자들에게 금연서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그 이유로 보통의 경우 병원에서는 흡연자를 질병 부호가 부여되는 중독환자로 분류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박 교수는 “군을 이끌어 갈 장군들이 환자여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군이 전면금연을 선언하고 군에 가면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부모들이 자식을 군에 서로 보내려고 할 것”이라며 “지금도 군에 갔다 오면 철든다는데 이렇게 되면 군이 국민으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박 교수는 군 의료체계와 관련해서도 “안쓰러운 마음에 한마디 한다”고 전제한 뒤 “최소한 중증외상 한 분야만이라도 군이 최고의 의료진을 양성하고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전쟁양상이 국지전일 가능성이 높은데 국지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총상 등 다양한 외상에 대해 군 내에서 치료하고 수술할 수 있어야 전장에 나서는 장병들이 믿고 싸우지 않겠느냐는 게 박 교수의 말이다.

 또 박 교수는 “현대전의 승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공포에 빠뜨리느냐에 의해 결정되는데 전장에서 부상당해 피 흘리는 장병들을 후방의 민간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은 많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며 “최소한 특수한 한 분야만이라도 군 자체에서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전문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말로 서울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하는 박 교수에게 장병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군에 입대해 훈련받는 기간 담배를 못 피웠는데 그걸 이어가 군생활 동안 담배를 피우지 말고 제대해 달라”며 “그러면 우선 부모님들이 좋아하실 것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건강해지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종 기자 < seokjo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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