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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 수 없었던 침략자<바이킹>, 혹한에 지워지다

입력 2013. 06. 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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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과 바이킹의 슬픈 만남


500년 가까이 유럽 호령 날씨변화 적응 못해 소멸

 

 “그린란드 바이킹, 기후변화로 몰락한 듯”. 2011년 06월 21일 통신사의 뉴스 기사 제목이다. 코펜하겐 대학 연구진이 해양 퇴적물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 그린란드에서 수백 년 동안 존속했던 바이킹 사회가 1350년께 몰락한 것은 기온 강하와 해빙 상승 등 기후 변화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코펜하겐 대학 연구진은 바이킹 거주지였던 그린란드 서부 디스코만 지역에서 채취한 해양 퇴적물을 토대로 이 지역의 지난 1500년간 기후를 재현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연구 저널 ‘보레아스(Boreas)’에 발표했다.

 바이킹이라는 단어에는 침략자라는 뜻이 있다. 역사에서 침략자 바이킹이 만들어진 것은 기후 변화 때문이었다. 900년께에 접어들면서 기후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온난기에 접어든 것이다. 농기구가 발달하고 식량 생산이 늘어나면서 인구가 급증했다. 노르웨이는 대부분이 산악지역이기에 국토의 3%만 농지로 이용될 수 있다. 농지가 부족한데 인구가 증가하자 노르웨이 사람들은 바깥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날렵하고 조작하기 쉬운 배, 돛과 노를 동시에 동력으로 사용한 빠른 배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유럽의 여러 지역을 습격해 금은과 보석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바이킹으로 불리는 약탈자로 변한 것이다. 세계를 휘젓고 다니던 바이킹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약탈자의 위치에서 정착자로 바뀌기 시작했다. 유럽 대륙과 영국에서 정착한 바이킹은 토착민들과 융화돼 러시아, 잉글랜드, 프랑스 등 국민국가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북아메리카까지 진출했다가 포기했지만 그린란드에 식민지를 세워 450년간 지배했다.

 그린란드에는 1000년께 인구가 근 5000명에 이르렀다. 당시는 온난기로 현재 기온과 비슷했을 것이다. 그린란드에서 기본적인 식량공급원은 양과 염소였다. 그러나 유제품만으로는 5000명에 달하는 바이킹이 배불리 먹을 수 없었다. 이들은 순록과 바다표범을 잡아 부족한 식량을 채웠다. 사람이 살기가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984년부터 1400년대 초까지 거의 5세기 동안 지속한 그린란드는 유럽 문명에서 가장 멀리 떨어지고 가장 추운 곳에 세워진 문명이었다. 노르웨이로부터 부족한 식량과 필요한 물품을 일부 공급받았다.

 1340~60년에 연속적으로 혹한의 겨울이 닥쳤다. 여름도 대체로 한랭했다. 건초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고, 그린란드와 노르웨이를 잇는 해로가 결빙됐다. 바이킹들은 그린란드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자급자족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후가 변하면서 추위가 닥쳐오자 경제의 근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여름은 짧고 추워지면서 안개와 비가 많이 내려 식량 생산은 줄어들었다. 눈이 내리는 춥고 긴 겨울은 가축과 순록의 번식을 방해했다. 계속되는 추위는 바이킹들에게 재앙이었다. 혹 바다표범과 순록을 충분히 사냥해서 먹을 것을 보충할 수 있었다면 바이킹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바이킹의 해역에서는 물고기를 먹고 사는 바다표범도 사라졌다. 혹독한 기후가 계속되면서 이들은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그린란드의 바이킹들이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고고학자 토머스 맥거번은 말한다. “너무 추워졌고, 그래서 모두가 죽었다.” 그린란드의 바이킹들은 결국 역사에서 사라졌다.

 덴마크 대학의 연구진은 바이킹의 멸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이킹은 자신들이 유럽인이며 농사를 짓는 기독교인임을 긍지로 여겨 이누이트 족의 사냥과 생존 기술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기온의 변화는 이들의 삶에 큰 문제가 됐다. 농사를 짓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바다에 생계를 의존해야만 했지만 해빙 면적이 늘어나면서 물개 같은 종에 큰 영향을 미쳤고 교역로도 막히게 됐을 것이다. 바이킹 문명의 붕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시대가 바뀌면 우리의 가치와 생활 방식도 그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남는 개체의 특징은 무엇일까? 환경의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인류학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바이킹족의 북쪽 세계 진출은 날씨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되고 만다.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TIP]환경에 적응하는 일본원숭이

  기후와 환경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동물로 일본원숭이를 꼽는다. 일본원숭이는 혹독한 기후 조건을 이겨 내며 살아간다. 아한대의 숲에서는 혹독한 겨울 추위와 먹이 부족 사태가 해마다 되풀이된다. 그럼에도 일본원숭이는 혹한과 폭설의 겨울을 견뎌낸다. 이들은 기후에 대한 내성의 폭이 넓다. 먹이 적응력도 좋다. 일본원숭이는 겨울밤에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낙엽수에서 잠을 잔다. 침엽수림에서는 바늘잎 위에 쌓인 눈을 맞아 체온이 떨어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몸에 난 털과 체지방으로 단단히 준비를 하고 겨울을 맞는다. 매서운 바람에도 주눅이 들지 않는다. 겨울에는 햇볕을 많이 쬔다. 체온 유지를 위해서다. 날씨가 추우면 자연 노천 온천에 들어가 목욕을 즐긴다. 생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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