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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 집단지도체제로 전환시켜야”

입력 2013. 04. 0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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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 해법 진단 <하> 비핵화 첩경은 집단지도체제


 김정은, 통치전략 부재 한반도·동북아 불안 조성

주변국들 정치역량 총결집해 북한 비핵화 이뤄야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의 주된 불안정 요인은 북한으로부터 기인하며 그 중심에는 김정은 정권이 있다. 김정은 정권이 체제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처한 대내외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해 합리적인 결정을 해 나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단기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만 더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다.

김정일이 급사한 후 북한의 위정자들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하에 김정은 중심의 통치체제를 구축했다. 그리고 지난해 전반기까지 단행된 주요 인사는 김정일의 유훈과 유지를 충실히 받들어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 아울러 지난해 6·28 경제관리개선조치 계획을 발표해 주민의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를 보면서 세계의 이목은 서방 세계를 경험한 김정은과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주변 인물들의 성향 등을 고려해 북한이 대외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이후 나타난 몇 가지 현상들을 보면 과연 김정은 정권이 제대로 된 통치전략을 갖고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 다.

 무엇보다 3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은 전술적으로는 성공했으나 전략적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김정은 정권의 정세판단 능력의 저하와 전략 부재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정권교체기의 주변국들은 어떻게든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는 쪽으로 대북 정책을 유연하게 수립하려고 하는데 북한이 찬물을 끼얹어 버리고만 꼴이 됐다. 외부로부터 지원이 절실한 북한은 군사도발을 통해서는 고통의 시간만 연장될 뿐 결코 그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음을 직시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유엔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제재 결의를 한 의미를 통찰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북한이 비록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한다고 해도 이에 굴복해 그들의 요구대로 경제적 지원을 할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단 한 개국도 없고, 또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할 수도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군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에 따라 ‘혁명의 수뇌부를 보위’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북한군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안정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대대로 군인이 보직돼 왔던 핵심요직인 총정치국장에 민간인인 최룡해를 앉혀 불만을 샀다. 또 업무 수행능력이 뛰어나 김정일로부터 총애를 받았던 리영호와 김정각을 전격 경질하고, 군의 중심축인 최룡해를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2013년 2월 차수 복귀)시키는 등 군을 완전히 흔들어 놓고 있다. 아울러 북한군은 서방 세계와는 다르게 국방비의 절반 정도를 무역 등을 통해 자체 충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익사업들을 내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군은 이전보다 더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군인들의 위상은 크게 저하되고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 돼 군 내부적으로 불평과 불만이 쌓여 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정권이 조기에 안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군이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함에도 오히려 군을 장악하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군을 불안정하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강압 정치와 공안통치 문제다. 탈북자는 탈북 후 적극적으로 반북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찌 됐건 경제적으로는 북한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시대보다 더한 공안정국을 만들어 탈북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 결과 탈북자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배급제가 끊긴 상태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굶주린 자들만 더 안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어떠한 행동을 취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으로 이래저래 김정은 정권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김정일 말기부터 경제 3고로 인해 군인을 포함한 공무원 중간 계층의 가족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허리가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황장엽 씨는 생전에 이러한 상황을 집약해 앞으로 쿠데타는 여단장급, 즉 대령급 이하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김정은 정권이 생존하려면 이제부터라도 군사력 강화가 아닌 주민의 삶을 보살피는 정책으로 급선회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북한에 김정은의 유일지배체제 대신 비교적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서도록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 김일성은 그의 재임기간 50여 년 중 거의 절반을 유일지배체제를 구축하는 데 진력했다. 6·25전쟁 동안에는 박헌영·무정 등 정적을 축출했고, 1956년 8월에는 종파사건을 만들어 연안파와 친소련파를 대거 제거했다. 이 시기에 소련에서는 스탈린의 뒤를 이은 흐루쇼프가 1956년 2월 전당대회에서 스탈린 독재체제 하의 죄상을 낱낱이 고발하면서 격하운동을 펼쳤다. 이에 자극을 받아 북한 내에서도 김일성의 유일지배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발각돼 최창익·서휘·박창옥 등 주동자들이 심한 고초를 겪었고 결국 북한 정치 일선에서 사라져 갔다. 또 김일성은 1967년 항일 운동 당시 자신의 전우였던 갑산파까지 제거했다. 김정일은 이렇게 김일성이 쌓아 놓은 굳건한 토대 위에서 유일지배를 향유하며 일생을 보냈다. 김정은은 현재 김정일의 유훈을 구실삼아 유일지배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김정일 유훈의 골자는 다름 아닌 ‘핵무장을 하라’는 것이다. 유일지배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김정은이나 김정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측근 모두 김정일 유훈의 틀을 벗어날 수가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김정은의 유일지배체제가 구축된다면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 동북아 평화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따라서 세습에 의한 유일지배체제보다는 여타 사회주의 국가와 같이 집단지도체제를 세워 북한이 세계정세를 직시한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미·일은 물론, 체면을 구기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결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내에서 비교적 자유스럽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의할 수 있는 집단의사결정 체제가 만들어진다면 보다 더 합리적인 결정들이 나오게 될 것이고 동북아 정세는 한층 평온해질 것이다. 늦었고 어려운 일이지만, 북한에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서도록 주변국들이 정치역량을 총 결집해야 할 때다. 이 길이 비핵화를 이루는 첩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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