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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이스라엘의 혼 마사다 요새 

입력 2012. 05. 07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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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요새서 로마 항전-집단 자결 애국 성지로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Forgive but not forget) 마사다 요새의 비극을!” 이스라엘 장교들은 임관식 때 마사다 요새에 오른다. 이들은 2000년 전 로마군에 항거하다 자결로써 민족혼을 지킨 960명의 용사들을 참배한다. 그들은 히브리어로 불 화(火) 자를 써놓고 종이를 불에 태워가면서 여호와 하나님 앞에 맹세한다. “다시는 이 땅을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노라”고.

 A.D. 70년에 유태인들이 로마에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로마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모두 불태워졌다. 많은 유태인이 포로나 노예로 끌려갔다. 반란 주동자이며 열심당을 이끌던 엘리아자르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과 마사다 요새로 들어가 로마군에 항거했다. 마사다 전투가 벌어진 배경이다.

마시다요새의 전경
무더위에 비 오면 순식간에 홍수 화공에 나무 성벽 불길 휩싸이자 960명 전사 노예 대신 자결 선택
영화 ‘마사다’의 전투 장면.

반란군이 400m 높이인 난공불락의 바위산 마사다 요새를 거점으로 게릴라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반란의 불길이 번질 것을 우려한 로마황제는 10군단장인 실바 장군을 시켜 요새를 토벌토록 지시한다. 72년 플라비우스 실바 장군이 이끄는 로마 제10군단이 마다사로 진격했다. 로마군은 마사다 요새를 포위하고 곳곳에 망루를 세워 공격하지만 가파른 벼랑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방어하는 반란군을 도저히 제압할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은 여름에는 50℃에 이르는 무더위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곳이다. 겨울에는 가끔 장대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매우 나쁘다. 기록에 의하면 로마군은 유태인의 기습, 느닷없이 쏟아지는 집중호우로 와디의 급격한 홍수화 등에 의해 많은 병력을 잃었다고 한다.

사막에서는 비가 오는 일이 매우 드물지만, 한번 내리면 다른 지역과는 전혀 다른 홍수를 일으킨다. 폭우가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를 따라 흐르면서 순식간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와디에 진을 친 경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다사 요새를 발굴했던 고고학자 야딘의 발굴기록을 보면 이 지역의 날씨가 매우 혹독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옛날 로마 제10군단장 실바의 캠프와 맞닿는 곳에 발굴본부를 차렸다. “발굴 기간 내내 혹독한 날씨에 시달렸다. 아마도 세계 고고학 발굴 역사에 마사다에서처럼 어려운 발굴은 없었으리라. 남풍은 시속 100㎞로 불어 천막을 갈가리 찢었고, 느닷없이 쏟아지는 장대 같은 소나기는 눈 깜박할 사이에 골짜기를 채웠다. 말라붙었던 개울이 강으로 바뀌고, 캠프와 캠프 사이로 흙탕물이 넘쳐흐르는 바람에 보급 물자를 헬리콥터가 날라다 준 적도 여러 번이었다.”

 계속되는 공격에도 요새가 함락되지 않자, 로마군은 서쪽으로 요새의 높이와 같은 거대한 성채를 쌓아올렸다. 유태인 포로들을 이용해 요새의 서쪽 벼랑까지 흙과 돌을 다져 비탈을 쌓은 것이다. 공성탑(攻城塔)을 만들어 비탈 위로 올린 후 투석기로 마사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25㎏이나 되는 돌을 맞자 마사다 성벽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반란군들은 무너진 성벽에 나무기둥을 두 겹으로 박은 후 그 안에 흙을 넣고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유태인들의 처절한 방어에 로마군은 주춤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바람이 바뀌면서 고온건조한 남풍이 강하게 불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로마의 실바 장군은 화공으로 전략을 바꾼다. 이스라엘 지역에 남풍이 분다는 것은 아라비아 사막 쪽에서 뜨거운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뜻한다. 샤라브라 불리는 이 바람은 상대 습도가 0% 정도의 매우 건조한 공기다. 워낙 건조하고 무더운 공기이기에 이 바람이 불면 풀들조차 메말라버릴 정도다. 로마군이 불화살로 공격을 바꾸었다. 불화살을 맞은 나무 벽은 순식간에 불에 휩싸이면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요새가 점령당하기 직전 이들은 절망하기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한다. 유태 지도자 벤 야이르는 피를 토하며 외친다. “우리들의 패배가 저들의 승리를 영광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로마군들로 하여금 우리의 죽음에 실망하고 경탄토록 만들자.” 유태인들은 제비를 뽑아 10명의 남자를 가려 낸다. 유태인 율법은 자살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기에 제비를 뽑아 선택된 10명이 나머지 유태인들을 모두 칼로 베었다. 남은 10명도 역시 제비에 뽑힌 1명에 의해 죽었고, 마지막 한 명은 자결했다.

 로마군이 마사다 요새로 진격해 들어갔을 때 그들은 불타버린 건물과 960명의 장렬한 죽음, 그리고 무섭도록 고요한 적막을 마주치게 된다. 단 하나 식량창고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것은 최후까지 자신들이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자살한 것이지 식량이 없거나 죽을 수밖에 없어서 자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사해(死海)가 내려다보이는 마사다 요새에서 그들은 자살하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마 그들은 죽음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오히려 이스라엘의 혼은 살아 있노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살아 있는 정신이 ‘눈물의 엑소더스’를 ‘희망의 시오니즘’으로 바꾸어 2000년 만에 조국을 되찾게 한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Tip]사해는 죽은 바다인가-미용에 효과 좋은 진흙 세계적 상품으로 부상
마사다 요새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이 사해다. 이곳은 강물을 받아들이되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는다. 높은 기온으로 증발량 높기에 호수의 염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생물이 살지 못해 죽은 바다라고도 불리며 저주받은 호수라고도 한다.

 사해에는 유용광물이 많이 함유돼 있으며, 특히 브롬의 함유량이 많아 보통 해수의 100배나 된다. 따라서 사해에서는 경제적 가치가 높은 다량의 염화칼륨ㆍ브롬 등을 생산한다.

사해 진흙은 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품이 됐고 많은 외화를 벌어들인다. 최근 생물기상학이 연구되면서 사해가 갖고 있는 치료의 힘이 밝혀졌다. 보통 고기압 조성장치를 이용해 폐기종과 만성적인 기관지염을 치료한다.

환자들이 사해에 가면 고산소의 효과와 자외선 치료 등을 할 수 있는데, 치료확률이 50% 이상 된다고 한다. 치료 결과에 의하면 환자들 혈압이 줄어들고 호흡과 심장 박동수, 적혈구와 백혈구 수가 증가하는 효과를 보면서 자연적인 치유가 이뤄졌다고 한다. 죽음의 바다라는 사해(死海)는 이름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 ‘살리는 바다’인 생해(生海)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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