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진정한 힘=내면의 힘’ 군생활은 내공 키우는 소중한 기회

정리=김가영·사진=정의훈

입력 2012. 03. 0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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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소설가 김진명과 육군37사단 제천대대 박종민 병장과 이병완 이병


김진명(가운데) 작가가 육군37사단 제천대대 박종민(왼쪽) 병장, 이병완 이병과 대화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책을 벗삼아 군 복무 기간을 의미 있는,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드는 장병들이 늘고 있다. 국방부는 이들을 독려하기 위해 매년 상·하반기 ‘진중문고’를 선정,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보급된 진중문고 중 장편소설 ‘고구려’를 감명 깊게 읽은 육군37사단 제천대대 박종민(23) 병장과 이병완(22) 이병은 ‘고구려’를 쓴 김진명(54) 작가와의 만남을 희망했다. 그리고 ‘고구려’ 5권 집필에 분주한 김 작가가 거짓말처럼 직접 제천대대를 찾았다.

 박종민 병장·이병완 이병 :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통해서나 뵐 수 있었던 작가분을 직접 뵙게 돼 영광입니다. 좀 떨리기도 하고요.

 김진명 작가 : 나도 오랜만에 군 부대에 와 보니 좋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입은 군복이 다르네요.

박 병장 : 네, 저는 예전 군복이고 이 이병은 이번에 새롭게 보급된 신형 군복입니다. 계급이 낮은 병사들부터 우선 신형 군복을 지급받아 입고 있습니다. 고어텍스로 된 군복이라 훨씬 가볍고 따뜻하죠.

 김 작가 : 선임보다 앞으로 더 오래 군 생활할 후임부터 신형 군복을 보급한다니 정말 합리적이네요. 나는 전경으로 복무해서 군복도 못 입어봤는데 이런 좋은 군복 입어봤으면 좋겠네요. 하하.

박 병장 : 전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해서 ‘고구려’를 누구보다 열심히 봤습니다. 고구려는 의외로 우리에게 생소한 시대인데 어떻게 이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시대에 대한 소설을 쓰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김 작가 : 중국 때문에 쓰게 됐죠. 고구려는 700년 역사를 가진 나라지만 고구려가 자체적으로 기록한 문서는 한 줄도 없을 정도로 알려져 있지 않은 나랍니다. 남은 건 비문·벽화 정도죠. 그런데 중국이 동북공정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서 ‘그냥 뒀다가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역사왜곡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기 때문에 굉장히 무서운 겁니다. 독서인구가 줄어들면서 조금 있으면 ‘글의 시대’에서 ‘그림의 시대’가 될건데 그러면 앞으로의 세대는 고구려에 대해 더 모를 것 아녜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삼국사기와 중국쪽 기록을 참고해 가장 팩트(사실)에 기초한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이 이병 : 굳이 미천왕을 처음에 등장시킨 이유가 있습니까.

 김 작가 : 중국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한사군(漢四郡)을 설치했는데 미천왕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사군을 몰아냈습니다. 그래서 미천왕을 첫 등장인물로 삼았죠.

 이 이병 : 계속 쓰실건가요.

 김 직가 : 지금 계획으론 13권까지 생각하고 있지요.

 박 병장 : 생활의 얘기로 화제를 옮겨보자면 저는 다음달이면 제대합니다. 이유를 꼬집어 말하기 힘든데 참 불안합니다.

 김 작가 : 불안은 인생의 본질이고 젊기 때문에 불안한거지요. 모든 것이 완성돼 있지 않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 불안하거든요. 똑똑한 젊은이나 부잣집 아들은 불안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도 젊을 때 불안했습니다. 불안을 즐겁게 받아들이세요. 불안에 짓눌리기보다 ‘어제보다 오늘이 손톱만큼이라도 나아지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살아야죠. 그리고 인간에게는 두 종류의 힘이 있습니다. 지식·권력 같은 ‘외면의 힘’은 누구나 얻으려 애쓰지만 아주 불안한 힘이죠. 반면 진지함·성실·사랑·정의 같은 ‘내면의 힘’은 화려하진 않아도 ‘진짜 힘’입니다. 내면의 힘이 없기 때문에 불안한 겁니다. 내면의 힘을 키우도록 노력하세요.

 이 이병 : 박 병장님이 불안하다면 저는 앞으로 군 생활을 어떻게 해내야 할지 막막합니다.(웃음)

 김 작가 : 군 생활은 내면의 힘을 단련하는 좋은 기회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좁게 살게 돼 있어요. 만날 만나던 사람 만나고 만날 하던 일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군대에서는 억지로라도 그 틀을 깨게 됩니다. 젊음의 가장 소중한 때를 바쳐 어려움을 극복하다 보면 내면이 탄탄해지죠. 군 생활이 ‘내 내면의 힘을 키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 덜 막막할 겁니다.

박 병장: 그렇다면 내면의 힘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김 작가 : 엄청난 독서가 필수적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책을 읽으면 그 한 권의 내용만 쏙 들어옵니다. 하지만 젊을 때 독서는 책과 책이 상승작용을 일으킵니다. 저도 한때 인간이 쓴 모든 책을 읽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파고들었었죠. 세상은 ‘독서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 두 종류로 나뉜다고 확신합니다. 오직 독서만이 사람을 깨우치지요.

이 병장 : 그렇다면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김 작가 : 독서가 아직 습관화되지 않았다면 일단 재미있는 책을 읽으세요. 독서도 일종의 훈련이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독서의 힘이 키워진 다음에는 눈에 띄는 책은 다 읽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해보세요. 그런 과정을 통해 내면의 힘을 갖추면 외면의 힘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집니다. 제천대대 도서관에 있는 책 중에서 추천해 보자면 서양철학사를 권하고 싶네요. 철학책은 어렵지만 철학사 책은 깊이와 재미를 고루 갖추고 있거든요.

이 병장 : 저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나중에 자동차회사 CEO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인간관계가 중요할 것 같은데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 작가 : 최고의 처세서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 같은 유학 관련 서적입니다. 깊이는 부족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해주기 때문이죠. 그 책들을 꿰뚫는 처세의 키워드는 ‘성실’입니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남을 대하는 것이죠. 남녀관계뿐만 아니라 남자 대 남자의 관계에서도 ‘아니면 말고’식으로 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성실하게 임해보세요. 의외로 아름다운 우정이 생겨납니다. 군대에서도 ‘성’과 ‘실’을 다해 사람을 대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소설가 김진명은

1958년 부산 출생. 신춘문예나 전국적인 규모의 문학상을 통해 등단하는 일반 작가들과 달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베스트셀러로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일제의 문화재 약탈과 광개토대왕비의 비밀을 파헤친 ‘몽유도원도’, 금융대란과 함께 찾아온 우리의 정신 문화 위기와 극복을 다룬 ‘하늘이여 땅이여’, 고대사 문제를 새롭게 조명해낸 ‘천년의 금서’,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나라 고구려의 이야기를 최근의 국제정세와 함께 풀어낸 ‘고구려’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정리=김가영·사진=정의훈 기자 < kky7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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