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군의시뮬레이터

<34>공군17전투비행단 F-4E CPT

글·사진=김철환

입력 2011. 11. 25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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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대대적 개선 … 실전적 효과 `톡톡'


공군17전투비행단의 F-4E와 같은 복좌형 전투기를 운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전·후방석 조종사 간의 ‘호흡’이다. 복좌형 전투기에 오른 두 명의 조종사는 여객기처럼 주조종사와 부조종사의 개념이 아니라 비행과 전투를 가장 효율적으로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임무를 구분해 놨다고 봐야 한다. 이에 따라 F-4E CPT(Cockpit Procedure Trainer)를 활용한 훈련에서도 두 조종사가 한몸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호흡을 맞추는 연습이 중심이 되고 있다.

공군17전투비행단 152대대 박건웅 대위가 F-4E CPT로 공대공 전투를 비롯한
복합상황에 대해 가상 훈련을 하고 있다.  F-4E CPT훈련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전·후방 조종사 간의 협력과 교감의 강화다.

“정면 2마일. 보이나?”

 “목표가 시야에 들어 왔다. (Roger. Target in sight)”

 공군17전투비행단 152대대의 F-4E CPT에 탑승한 박건웅 대위가 적 Mig-23 전투기의 후미를 잡은 뒤 조준 상황을 묻자 조준(Lock on)을 마친 후방석 김민수 중위의 즉답이 돌아왔다.

 “발사 준비. 열추적 미사일 발사! (Fox Ready. Fox Two!)”

 박 대위가 조종간의 방아쇠를 당기자 AIM-9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의 흰 궤적이 푸른 하늘을 가르며 적기 엔진의 불꽃을 쫓았다. 먼 하늘에서 섬광과 화염이 일어나며 레이더 상의 적기 반응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김 중위가 “타깃 킬! (Target kill!)”을 외쳤다.

 ▶전방석과 후방석 `호흡 중요'

 현재 우리 공군에서 F-4E 팬텀을 운용하는 곳은 17전비가 유일하다. 타 부대의 RF-4C를 위한 CPT를 제외하면 팬텀 CPT도 이곳밖에 없다고. 대부분의 항공기 시뮬레이터가 그렇듯이 F-4E CPT 역시 기종 전환 직후의 저등급 조종사들을 위한 기재 취급 절차와 비행 절차 숙달, 악기상 하에서의 계기비행, 항공기 문제 발생에 대비한 비상조치 훈련 등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단좌형 전투기 시뮬레이터와 차별되는 것은 이 모든 훈련을 진행하면서 항상 전·후방석 조종사 간의 호흡을 맞추는 연습이 병행된다는 것. 17비 표준화평가실의 김동선(대위) 표준화평가장교는 “영화 탑건에서도 전·후방석 조종사들의 관계가 잘 묘사돼 있다”며 “베트남 전쟁의 에이스 조종사 랜디 커닝햄 대위도 후방석 조종사의 역할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F-4E 팬텀을 포함한 복좌형 전투기의 경우 전방석에는 조종에 필요한 기능이, 후방석에는 항전장비 등 비행과 전투를 지원하기 위한 기능이 집중돼 있다. 이러한 역할 분담을 통해 공대공 교전시 전방석 조종사가 전술적 기동을 실시하는 동안 후방석에서는 빠른 전장상황 판단과 기동 지시 등으로 적기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한다. 또 공대지 임무상황에서는 후방석 조종사가 항법 운용을 실시해 길을 잃지 않고 은밀하게 적진에 침투하도록 돕는다.

 허동희 CPT 교관은 “팬텀은 후방석이 없으면 임무를 할 수 없다”며 “CPT 훈련을 통해 전·후방석 조종사가 승무원 간 협조(CRM : Cockpit Resource Management)에 대해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 유일 F-4E 시뮬레이터

 F-4E CPT는 여느 CPT와 마찬가지로 조종석을 재현한 좌석과 화면 투사장비, 교관 통제대로 이뤄져 있다. 특이한 점은 후방석 조종사가 교관과 함께 교관 통제대에 앉아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 복좌형 전투기에서 두 조종사의 협력이 강조되고 있지만, CPT가 전방석만 있는 단좌로 재현된 것은 크게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

 후방석 조종사 김 중위는 “교관 통제대에 있는 후방석 모니터로 컨트롤은 할 수 있지만, 진짜 기기를 만져 보지 못해 조금은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허 교관은 이에 대해 “후방석의 항전장비 조작은 별도의 훈련장치가 있지만 CPT에 전·후방석이 모두 구현된다면 실전적인 훈련에 아주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중전 훈련에 이어 박 대위와 김 중위에게 구름이 짙어진 악기상 하에서 전기 계통이 고장 난 비상상황이 주어졌다. 두 조종사는 긴밀한 협력 하에 고장 부위에 대한 파악과 안전한 착륙 방법을 모색했다.

 김 표준화평가장교는 “비상절차는 CPT로만 할 수 있는 중요한 훈련”이라며 “지난 11월 17일과 18일에는 CPT를 이용한 비상절차 대회를 개최하기도 하는 등 CPT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훈련 중 악기상을 재현하기 위해 나타난 구름의 그래픽이 상당히 실감 나기에 그 이유를 물으니 CPT 도입 시기가 2006년께로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초에 대대적인 그래픽 개선이 이뤄져 더욱 실제와 같은 훈련이 가능하게 됐다고. 17전비 CPT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송봉섭(상사) 훈련장비정비사는 “원래 CPT는 화면 없이 조종석만을 재현해 놓고 기재 취급 숙달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였는데,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시뮬레이터와 다를 바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훈련을 마친 박 대위는 평소에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자주 CPT를 찾는다고 한다. 그는 “평소 머릿속에 그리며 계산한 비행 패턴을 CPT에서 부담 없이 실시해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17전비의 조종사들은 모두 CPT를 이용해 일정시간 훈련을 하도록 돼 있지만, 필요할 경우 신청만 하면 스케줄을 조정해 언제든지 훈련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박 대위와 김 중위가 CPT실을 나서자 곧바로 또 다른 파트너들이 들어와 실시해 보고 싶은 훈련내용에 대해 말을 꺼냈다.

 허 교관은 “CPT는 이를 활용한 훈련과 평가 등으로 조종사에게 필수적인 훈련장비가 됐다”며 “조종사들이 CPT 훈련을 통해 실제 적기와 조우하더라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F-4 팬텀 전투기는?

F-4 팬텀(사진)은 시제품인 F-4A가 1958년 5월 초도비행에 성공한 이후 현재 우리 공군이 운용 중인 F-4E와 RF-4C 등 다양한 개량·파생형을 낳은 걸작 전투기다.

개발 당시 근접공중전보다 원거리에서 미사일을 중심으로 적기를 격추시킨다는 파격적인 신개념을 도입해 화제가 됐으며, 그 시대 과학기술의 정수라 할 수 있었다.

 첫 실전은 1961년 베트남 전쟁으로 이뤄졌으며 대한민국 공군은 미국으로부터 무상임대 형식으로 60년대에 18대의 F-4D를 도입할 수 있었다.

당시 팬텀의 지위는 오늘날 F-22 랩터에 버금가는 최첨단 무기였으므로 우리나라의 F-4D 도입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강한 동맹관계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무상임대 F-4D를 반납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방위성금을 모아 그중 5대를 구매한 것을 시작으로 그 수를 늘려 나가 명실공히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활약해 왔다.

공군이 최초로 도입한 F-4D는 2010년 6월 모든 기체가 퇴역했으며, 1970년대부터 도입된 F-4E는 최신형 정밀유도무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개량해 꾸준히 영공방위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글·사진=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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