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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 진입

신인호

입력 2011. 05. 27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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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인도네시아 수출 의미


지난해 5월 공군1전투비행단에서 열린 T-50 전력화 완료 행사에서 T-50 고등훈련기가 비행을 마치고 늠름한 모습으로
유도로를 활주하고 있다. 국방일보 사진DB

▶타진 중인 이스라엘·미국 등 5개국에 수출 `청신호'

 T-50 고등훈련기의 인도네시아 수출 계약 성사는 우리나라가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 대열에 당당하게 합류했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영국·프랑스·스웨덴에 이어 세계 6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 진입에 성공했다.

 정부와 관련 업체 관계자들은 그간 수출 판로가 좀처럼 열리지 않아 애를 태워왔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동성과 비행 안정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국외 수출을 모색했으나 러시아와 이탈리아 등이 동종 훈련기를 워낙 덤핑 가격으로 제시하면서 번번이 수출 고비를 넘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스라엘과 미국·폴란드에 수출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UAE)도 아직 고등훈련기를 최종 선정하지 않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여전히 잠재적인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T-50을 구매함에 따라 이들 국가와의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은 A-4 스카이호크를 대체할 새로운 공군 훈련기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 한국과 이탈리아에 각각 T-50과 M-346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제3차 중동전)’이 끝난 뒤 미국에서 A-4 스카이호크를 구입해 제4차 중동전(1973)과 제1차 레바논 전쟁(1982)에 투입했다가 현재 공군 훈련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도 T-50에 관심이 많아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500~750대의 고등훈련기 구매를 계획한 미국도 T-50과 M-346, 영국의 호크-128을 후보기종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T-50은 우리 공군의 사업관리 아래 KAI가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제품이어서 1대를 팔 때마다 이 회사에 150만 달러의 로열티가 돌아가기 때문에 미군 입장에선 외국 제품을 구매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수출 성공은 국방부와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방산 물자교역지원센터, 공군 등이 혼연일체가 돼 이탈리아와 러시아·체코 등 전통적인 항공 강국을 압도한 수출시장 개척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폴란드·미국 시장진출 전망도 한층 밝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산 T-50은 경쟁기종보다 가격이 10~20% 정도 비싸지만 최고속도 마하 1.5로 초음속 운항이 가능한 유일한 훈련기로 꼽힌다.

▶자동차 1만6000대 수출효과·7700여 명 고용창출 기대

 국산 고등훈련기 T-50 ‘검독수리(Golden Eagle)’의 인도네시아 수출 성사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에 따르면 T-50 1대 수출은 중형자동차 1000대를 수출하는 것에 상응한다.

 이에 따라 T-50 16대 수출은 중형자동차 1만6000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규모다. 또 미화 약 6억5000만 달러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낳고 7700여 명에 달하는 신규 고용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KAI의 분석이다.

 특히 T-50 수출 성사는 장기간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업체들에는 오랜 가뭄끝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T-50 제작이 시작되면 중소 협력업체 70개 사에서 17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에 지불되는 금액도 수출액 4억 달러의 약 38%인 1억5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부가가치율도 높다. 항공산업은 완제품이 고가인 반면 기초원자재 투입 비중이 낮아 부가가치율이 44%에 달한다. 고(高)부가가치 제품의 ‘대표주자’인 자동차(25%)의 2배 가까운 수치다. KAI는 T-50의 수출이 1억7000만 달러 상당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까지 고려하면 T-50의 수출에는 더욱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KAI의 자체 평가다. KAI는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을 시작으로 세계시장에서 착실히 인지도를 쌓아 오는 2030년에는 세계 60여 개국에 1000대 이상의 T-50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F-15 등 차세대 전투기 조종을 위한 최적의 훈련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도네시아의 차세대 고등훈련기로 선정된 T-50은 최고속도가 마하 1.5에 달한다.

 무게는 F-16전투기의 77% 수준인 6480㎏이고 크기는 기장 13.14m, 기폭 9.45m, 높이 4.94m이다. 엔진 출력은 8029㎏.

 다목적 레이더(EL-2032)와 위성, 관성항법장치(GPS/INS), 통합형 피아식별장치(IFF) 등을 갖췄고 조종실에는 일체형 조종간(HOTAS)과 전·후방 연동 액티브 스틱, 컬러기능시현기(MFD) 등이 설치돼 있다.

 공대공미사일(AIM-9)과 공대지미사일(AGM-65), 합동직격탄(JDAM) 유도폭탄 등 4536㎏의 무기체계를 실을 수 있어 전시에는 정밀 폭격능력을 보유한 경공격기로도 사용 가능하다.

 이 밖에 디지털 제어식 엔진(F404-GE)을 채택해 F-15ㆍF-22ㆍF-35 등 차세대 전투기 조종을 위한 최적의 훈련기로 평가된다. 기동성과 조종계통, 항공전자 시스템 등에서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2명의 조종사가 탑승하며 운용고도는 1만4630m다. 기체 수명은 8000시간이다. 2005년 우리 공군에 전력화한 이후 현재까지 3만1000시간 무사고 비행을 기록해 안정성을 입증했다.

▶양국 정상 각별한 친분…초고속 계약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은 우선협상 대상 선정 이후 본협상에 들어간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성사됐다.

 이는 국가 간 무기체계 획득 사업의 국제관례에 비춰볼 때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진 것으로,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사례라는 게 KAI 측의 설명이다.

 KAI 관계자는 “이처럼 파격적인 계약 성사에는 양국 정상 간 깊은 신뢰 속에 조성되고 있는 우호적 협력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T-50 제작사인 KAI는 지난달 12일 인도네시아 정부가 T-50을 우선협상 대상으로 지정하자 지체없이 치밀한 준비를 통해 일주일 만에 협상단을 꾸린 뒤 자카르타 현지로 급파했다.

 협상단은 지난달 19일부터 우선협상자의 지위를 최대한 활용해 인도네시아 공군과의 기술 협상, 국방부와 계약 조건 협상을 속전속결로 진행함으로써 경쟁 기종인 러시아의 YAK-130, 체코의 L-159를 멀찌감치 따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발주한 고등훈련기 도입사업에서 T-50은 최대 경쟁 기종인 이탈리아의 M-346이 1차 평가에서 탈락하면서 유력 후보군에 포함됐다.

 러시아 YAK-130, 체코 L-159와 경합하던 T-50은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지난 2월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방한을 통해 굳히기에 들어가 결국 지난달 우선협상 대상 기종으로 선정됐다.

 당시 청와대는 우선협상 대상 지정 배경에 대해 “무엇보다 이 대통령과 유도요노 대통령의 각별한 친분 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었다.

 김홍경 KAI 사장은 “인도네시아 수출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국산 항공기 수출 확대로 2020년 세계 7위권 항공선진국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항공산업의 저변 확대와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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