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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한국과학창의재단 공동기획<78>극한환경 기술…미래 산업 급부상

입력 2011. 05. 17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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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잠수정·우주 공장·쇄빙선 등 `주목'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복구 현장에 특수 로봇을 투입했다. 방사능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극한 상황의 작업에서 인간을 대신해 로봇을 활용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의 협조 요청을 받은 미국 아이로봇(iRobot) 사는 전쟁터에서 폭발물 탐지 등의 목적으로 개발한 팩봇(PackBots) 4대를 원전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현재 이들 로봇들은 원전 내부 깊숙이 들어가 주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물건을 나르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지난해에도 있었다. 영국의 에너지 기업 BP(British Petroleum)의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석유시추선 폭발로 멕시코만에 대량의 기름이 유출되자 원자력 잠수함도 접근하기 어려운 해저 1500m의 심해 시추공에서 막대한 원유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쉬노부대가 운용하는 폭발물 처리 로봇. 현재 진행 중인 일본의 원전 사태에도 사람 대신 이러한
 형태의 로봇이 원자로 근처까지 접근해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연합뉴스

우리 기술로 지난 2009년 건조한 쇄빙선 아라온호의 모습. 심해 유정을 개발하기 위한 잠수정과
 로봇부터 극지방 항로를 개척하는 쇄빙선 등 극한환경에서 각종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기술
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 활동이 불가능한 곳에서 활약

 BP사는 결국 무인 잠수정 및 심해 로봇 등을 이용,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든 차단 돔을 시추공 위에 씌우고 감압 유정을 추가로 옆에 뚫고 나서야 원유 유출을 차단할 수 있었다.

 LG경제연구원 성낙환 선임연구원은 이들 두 사건에서 보듯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특수 로봇, 심해 무인 잠수정과 같은 첨단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며 이처럼 인간 활동이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사고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들을 총칭해 ‘극한환경 기술(Extreme Environment Technology)’이라고 칭했다.

 그러나 이 극한환경 기술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유리 가가린(Yurii Gagarin), 바다 속 11㎞ 깊이의 마리아나 해구에 들어갔다 온 자크 피카르(Jacques Piccard), 북극해 항로를 개척한 오토 시미트(Otto Schmidt) 등은 모두 인공위성, 심해 잠수정, 쇄빙선 같은 극한환경 기술의 장비에 힘입어 모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이 극한환경 기술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 기술이 가장 환영받고 있는 분야 가운데 석유를 빼놓을 수 없다. 내륙에서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유전이 줄어들면서 원유회사들의 관심은 최근 바다에 쏠리고 있다.

 특히 1000피트(약 305m) 이상 깊이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심해 유전이 늘어나고 있다. 2010년 석유시추선 페르디도(Perdido)는 멕시코만에서 해저 2450m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심해 유전을 탐사하고 시추 구멍을 뚫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비싸다. 하지만 석유가격 상승과 1000억 배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높은 잠재 매장량 때문에 심해 석유 시추는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심해 잠수정 기술은 곧 천연가스 개발 가능성

 그리고 이 석유 시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 중에 ‘심해 무인 잠수정(ROV:Remotely Operated Vehicle)’이 있다.
 이 잠수정은 티타늄 같은 고강도 합금을 사용하고, 구(球)형과 같은 구조적인 설계를 통해 일반 잠수정보다 훨씬 더 높은 수압을 견디도록 만들어졌다. 또 수중 작업을 위해 로봇 팔이 부착돼 있으며, 모선과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고 음향탐지기와 카메라 등으로 수집한 심해 정보를 지상으로 전송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무인 잠수정은 모선에서 멀리 떨어져 작업하기 힘들고 사람의 지시를 일일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케이블 없이 자체에 전원을 내장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수중자율항해가 가능한 무인잠수정(AUV :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을 개발 중이다.

 첨단 기능의 심해 잠수정 출현은 석유 시추 외에도 전 세계 예상 매장량이 1조7000억 톤에 달하는 망간단괴와 현재 천연가스 매장량의 약 100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와 개발을 예고하는 것이다.

 ‘우주 공장(Space Plant)’ 역시 주목받고 있는 극한환경 기술이다. 현재 우주 정거장에서는 지구 기상 및 태양 천체 관측, 무중력 환경에서의 인체 연구 등 우주 환경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이 수행되고 있는데, 또 한편으로는 우주 기지를 `우주 공장'으로서 활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불순물이 없고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지상에서와 전혀 다른 실험 결과를 통해 신소재나 신약 등의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최초의 우주인인 모리 마모루 박사는 실리콘이 아닌 다른 원소로 우주에서 고품질의 반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해 우주 공장의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극한환경 기술은 극지 개발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극지 개발을 위해서는 연구소 시설과 함께 극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쇄빙선(Icebreaker)이 필요하다. 유빙이 떠다니는 북극이나 남극 주변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선박이 얼음을 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쇄빙선은 탐사용 아닌 북극 항해용

 최근 이 쇄빙선이 얼음 해역을 뚫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항로를 단축시킬 수 있는 북극 항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쇄빙선이 앞장서서 항로를 열 필요가 있다.

 실제로 부산항에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항까지 갈 경우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면 22.6일이 걸리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14.3일 소요돼 시간을 약 3분의 1을 절약할 수 있다.

 러시아·캐나다·핀란드 등 북극해와 가까워 겨울에 항구가 결빙되는 국가들은 일찍부터 쇄빙선을 개발해 왔다. 최초의 근대식 쇄빙선은 19세기 러시아에서 개발한 파일럿(Pilot)이다. 이후 20세기 중반 구 소련에서 원자력 쇄빙선 레닌(Lenin)호를 개발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쇄빙선 ‘아라온호’를 진수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사막을 녹지로 만들기 위해 ‘해수 온실(Seawater Greenhouse)’을 이용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해수 온실에서는 우선 펌프로 해수를 끌어올려 습한 공기를 만든다. 습한 공기는 열을 흡수하면서 온실 내 온도와 습도를 작물이 자라기 적당한 환경으로 만들고, 나중에 응축돼 민물로 전환시킨다.

 이는 대규모 담수화 시설이 필요 없이 농작물과 물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가능하다. 실제로 2008년 찰리 파튼(Charlie Paton)을 포함한 3명의 엔지니어는 물을 제공하는 해수 온실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열 발전소를 결합해 사하라 사막을 녹지화하는 SFT(Sahara Forest Project) 아이디어를 제안한 적이 있다.

 2011년 노르웨이와 요르단 정부가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20헥타르 넓이의 실증 단지 건설에 협력하고 있다. 이 기술은 유럽 및 중동 전력 수요의 15%를 사막의 태양에너지로 대체하려는 ‘데저테크(DESERTEC)’ 프로젝트와 함께 불모의 땅 사막을 녹지로 탈바꿈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편집위원 aacc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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