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할리우드가본6·25전쟁

<55·끝>조안 레슬리 주연의 ‘항공간호사’

입력 2011. 04. 29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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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여성의 `일과 사랑'을 다룬 휴머니즘 영화


조안 레슬리 주연의 ‘항공간호사’ 포스터.

o 감독: 앨런 드완(Allan Dwan)
o 제작: Republic Pictures
o 배역: 항공간호사 폴리 데이비스 중위(Joan Leslie), 빌 이튼 대위 (Forrest Tucker), 마이크 반스 대위(Arthur Franz),앤 필립스 중위(Jeff Donnell), 수간호사 마르타 아커만 대위(Maria Palmer)
o 상영시간: 90분
o 색상: 흑백
o 제작연도: 1953

 우리에게 친숙하지는 않지만 1940~50년대에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조안 레슬리(Joan Leslie·1925~)라는 여배우가 있다. 그녀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연예인이었다. 9세의 나이에 가요계에 데뷔했고, 11세에 아역 배우로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데뷔작은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영화 ‘춘희(Camille·1936)’였다.

 레슬리는 16세에는 워너브라더스와 전속계약을 맺고, 보가트 주연 영화 ‘하이 시에라(High Sierra·1941)’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또 같은 해에 ‘요크 상사(Sergeant York·1941)’라는 영화에 게리 쿠퍼와 함께 주연배우로 발탁됐다.

 ‘요크 상사’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수상한 전설적인 군인 앨빈 요크 상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이며, 제14회 아카데미상에서 11개 부문이 수상후보로 올라 게리 쿠퍼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게리 쿠퍼의 애인으로 등장한 레슬리는 16세 처녀였지만 이 영화로 할리우드의 1급 배우로 대접받게 됐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31세에 은막 떠나

 이후 레슬리는 뮤지컬 영화 ‘성조기의 행진(Yankee Doodle Dandy·1942)’에서 제임스 캐그니와 공동주연을 맡음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됐다. 이 영화는 1900년대 초 미국의 최고 배우, 대중음악 작곡가, 극작가, 뮤지컬코미디 제작자로 활동했던 전설적인 엔터테이너 조지 코핸(George Cohan·1878~1942)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영화다.

 레슬리는 당대 최고 여배우 중 하나였지만 남성 편력이나 이혼 등의 스캔들이 없었던 모범적인 스타였다. 그녀는 1950년 의사 남편과 결혼한 후 그가 사망할 때까지 50년을 해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56년 ‘마미 스토버의 반항(The Revolt of Mamie Stover)’이라는 작품을 끝으로 31세의 한창 나이에 레슬리는 조용히 은막을 떠났다. 30년 후 그녀는 TV 드라마에 모습을 보였지만 영화에는 일절 출연하지 않았다.

 레슬리가 주연한 6·25전쟁 영화 ‘항공간호사(Flight Nurse·1953)’는 이러한 그녀의 건전하고 깨끗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대변하는 작품이며, 휴머니즘 넘치는 영화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6·25전쟁 영화 중 전상자 수송 업무를 담당하는 항공 전문 간호사의 일과 사랑을 다룬 아주 특이하고 희귀한 작품이며, 스토리의 전개도 탄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공의 천사’라는 항공간호사의 별명에 걸맞게 레슬리의 연기가 뛰어나다.

 전쟁영화 고전의 하나로 평가받는 존 웨인 주연의 ‘유황도의 모래(Sands of Iwa Jima·1949)’를 연출한 앨런 드완(Allan Dwan·1885~1981)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50여 년간 400여 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중에는 6·25전쟁영화 2편이 포함돼 있다. ‘항공간호사’와 본 연재물 제34화가 다룬 ‘밤을 사수하라(Hold back the Night·1956)’가 그것이다.

희귀한 소재에 스토리 전개도 탄탄

 영화 전문가들은 사무엘 풀러 감독의 ‘철모’나 ‘총검장착’을 6·25전쟁영화의 고전으로 평가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풀러의 작품들보다 앨런 드완의 작품들이 더 인상적으로 보인다.

 앨런 드완은 ‘유황도의 모래’에서 조연으로 출중한 연기를 보였던 포레스트 터커(Forrrest Tucker·1919~1986)를 ‘항공간호사’의 남우주연으로 발탁했다. 신장 190㎝, 체중 90㎏이 넘는 터커는 혈기 넘치는 젊음을 군에서 보냈다. 나이를 속여 미 기병대에서 근무하다 들통 나 쫓겨나기도 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소위로 복무했다. 종전 후 그는 1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영화팬들의 인상에 남는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다.

 ‘항공간호사’는 미 공군 폴리 데이비스(조안 레슬리 분) 중위가 군용기 편으로 일본으로 날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6·25전쟁 미군 부상자들을 한국에서 일본으로 후송하는 일을 담당하게 됐으며, 내심으로는 약혼자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녀의 약혼자 마이크 반스(아더 프란츠) 대위는 헬리콥터 조종사로 6·25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폴리는 공항에 혹시나 마이크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간호사 숙소에 도착한 폴리는 동료 간호사 앤 필립스와 킷 랜시 중위에게 마이크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지만 동료들에게 사적 감정을 버리라는 경고를 받는다.

 미군 부상병 일본으로 후송 업무 담당

폴리는 수간호사 마르타 애커만의 지시를 받고 C-47 수송기를 타게 되며, 조종사 빌 이튼과 의무병 프랭크 스완을 만난다. 이들과 함께 한국으로 비행하면서 폴리는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지만 부상병들을 돌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첫 비행에서 폴리는 불가피하게 부상병을 수술(항공간호사의 임무는 환자 수송이며, 수술은 거의 하지 않음)해 목숨을 살리자 빌 대위는 폴리에게 사랑을 느낀다.

 일본에 도착한 빌은 폴리를 찾아가지만 그녀가 마이크와 약혼한 사이라는 사실을 알고 낙담한다. 폴리는 마이크와 모처럼 재회하며 결혼 제의를 받는다. 그러나 긴급 상황이 발생해 마이크가 갑자기 다시 한국 전선으로 가게 된다.

 마이크는 헬리콥터로 부상병을 후송하며 폴리도 빌이 조종하는 수송기를 타고 부상병들을 수송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다. 공산군이 서울로 진격하고 김포공항이 적 게릴라들의 공격을 받는다. 김포공항에서 부상병 수송을 돕던 폴리가 위기에 처하자 빌은 폴리를 구해 적의 공격을 피해 부상병을 싣고 간신히 일본으로 귀항한다.

 한편 마이크의 헬기가 적의 공격을 받아 격추되고 마이크의 생사 여부를 알 수 없게 되지만 폴리는 마이크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얼마 후 마이크는 부상당해 일본으로 후송된다. 공항에서 마이크는 폴리를 보지만 부상당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어 그녀를 피한다.

 폴리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다시 한국으로 가 부상병들을 돌본다. 그곳에서 포로로 잡혔다가 구사일생으로 도망친 마친 저드 일병을 만나 그에게 북한군의 끔찍한 포로 대우에 대해 듣는다. 폴리는 마이크가 죽었을 것이라고 느끼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폴리는 북한군의 수류탄 공격으로 위기에 처하지만 빌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진다. 그때 폴리는 동료 간호사로부터 마이크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수간호사 애커만은 폴리에게 일본으로 가도록 허락한다. 폴리는 빌이 조종하는 수송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한다.

 비행 중 북한군의 세뇌를 받은 미군 병사가 비상문을 열어 비행기가 바다에 비상착륙하며, 이 과정에서 폴리는 의식을 잃는다. 병원에서 폴리는 마이크를 만나지만 고향의 여자 친구가 그를 돌보고 있다. 폴리는 마이크를 그녀와 함께 미국으로 보내고, 자신은 다시 한국전선으로 가 빌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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