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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구려 철갑기병 후예

입력 2010. 07. 2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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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수 대위
육군기계화학교

고구려는 700여 년의 역사 동안 수많은 외세 침입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국방력을 유지해 동북아의 패권국가가 될 수 있었다.

 이처럼 막강한 고구려의 군사력을 지탱하던 큰 축이 바로 철갑기병이었다. 고구려의 철갑기병을 일반 철기병과 구분 짓는 특성 중 하나가 바로 ‘등자’ 사용이다. 등자는 말 위에서도 안정적으로 전투할 수 있도록 발을 고정해 주는 장비다. 기동간 충격·흔들림 때문에 불안정한 무기 활용은 기병의 고질적 취약점이었으나, 고구려 기병은 등자 사용으로 기동력에 안정성까지 겸비하게 된다.

 또 고구려의 우수한 철 제련기술이 만들어낸 독자적 갑옷인 ‘찰갑(札甲)’ 또한 실전에서 한몫했다.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된 ‘판갑(板甲)’은 전체가 하나의 큰 철판으로 이루어진 데 반해 찰갑은 얇게 제련한 철갑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 가죽으로 겹겹이 이어 붙인 고구려만의 갑옷이다. 얇은 철판을 겹겹이 붙여놓아 판갑에 비해 유연했으며 실제로 방어력 또한 우수했다.

또 철의 두께 자체는 찰갑이 더 얇아 훨씬 가벼웠다. 가볍고 유연한 몸놀림으로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도 적의 무기를 튕겨내는 고구려 철갑기병 앞에서 적들은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흔히 기갑부대가 고구려 철갑기병을 계승한다고 말하는 것은 막연한 뿌리 찾기가 아니다. 우선 지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월한 기동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둘은 매우 유사하다.

육중한 크기에서 오는 압박감과 그러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이 우수한 기동력을 보면 그 옛날 적들이 고구려 철갑기병을 보며 느꼈을 두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번개와 같이’라는 표어는 기갑부대의 이러한 민첩성을 확실히 전달해 준다.

 둘의 공통점의 뛰어난 방호능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고구려의 독자적 ‘찰갑’은 당시 가히 독보적인 방호력을 자랑했다. 기갑부대의 주력 K1전차는 자체 개발한 특수장갑으로 무장해 승무원과 현수장치를 보호한다.

특히 K1A1전차는 특수장갑에 반발용 폭약을 넣어 피탄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복합장갑을 사용했으며, 학계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방호능력을 지녔다고 인정하고 있다.

 앞선 무기체계와 전술적 운용으로 드넓은 대륙을 호령하며 동아시아 맹주로 군림했던 고구려. 그 위풍당당한 기상을 이어받아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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