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할리우드가본6·25전쟁

<15>록 허드슨 주연의 `전송가'

입력 2010. 07. 07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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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참전 美 조종사의 자전적 이야기


록 허드슨 주연의 `전송가' 포스터.

o 감독 : 더글러스 서크
o 제작 : 유니버설 스튜디오
 o 배역 : 딘 헤스(Rock Hudson), 양은순(Anna Kashfi), 허먼 원사(Dan Duryea), 스탠 스키드모어 대위(Don DeFore), 딘 헤스 부인(Martha Hyer), 메이플스 중위(James Edwards), 노인(Philip Ahn), 한국군 장교(Teru Shimada)
o 상영시간 : 108분
o 색상 : 컬러  
o 제작연도 : 1957년

 할리우드의 6·25전쟁 영화 중에는 참전용사의 자전적인 책자를 영화화한 작품들이 종종 있다. 앞서 소개한 ‘미국판 고 한주호 준위’라는 부제로 다룬 ‘수중전사’, 그리고 오늘 다루는 ‘Battle Hymn(戰頌歌, 1957)’가 그것이다. ‘전송가’는 원래 딘 헤스(Dean Hess, 1917~현재 생존)라는 6·25전쟁 참전 미 공군조종사의 자전적 경험을 다룬 같은 이름의 책자(1955년 발간)를 영화화한 것이다.

 딘 헤스는 1941년 목사로 활동하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종전 후 다시 목사로 활동하던 그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공군대령으로 방한해 1년간 체류하면서 한국 공군조종사 양성에 기여했으며, 250회나 출격하기도 했다.

 또 그는 6·25전쟁 고아들을 제주도로 안전하게 수송하고, 귀국 후 ‘전송가’라는 책자를 출판했으며 동명의 영화제작에 협조해 얻은 인세 6만 달러를 한국의 고아원을 짓는 데 기증하는 등 한국 고아들을 돌보는 데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헤스 대령은 ‘한국 공군의 대부’ ‘6·25전쟁 고아의 아버지’라는 호칭을 얻었다.

 ‘전송가’의 주연배우 록 허드슨(Rock Hudson, 1925~1985). 그는 중년 이상의 영화 팬들에게 훤칠한 미남배우로서 아주 친숙한 인물이지만, 에이즈로 사망한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1985년, 그가 할리우드의 명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에이즈 환자임이 밝혀지자 전 세계가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록 허드슨은 비록 3년간의 결혼 생활이 전부였지만, 그의 외관이나 언행으로 보아 그를 동성애자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은 전 세계인들에게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중년의 영화 팬들에게는 그가 출연한 영화를 통해 그들의 청춘을 회고해 보도록 해 줬다.

 록 허드슨은 ‘자이언트(Giant, 1956)’에서 중후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로 기억된다. 반항아적인 명연기를 보인 제임스 딘, 세기의 미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공동 주연한 이 영화는 개봉 전에 제임스 딘이 극적으로 사망함으로써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뒀다. 조지 스티븐스 감독은 이 작품으로 두 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게 되며, 록 허드슨과 제임스 딘은 각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런데 록 허드슨을 당대의 스타로 만든 것은 더글러스 서크(Douglas Sirk, 1900~1987) 감독이다. 서크는 독일인으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서 1950~60년대에 멜로 드라마 감독으로 명성을 날렸던 인물이다. 그가 유니버설 영화사와 손잡고 록 허드슨을 주연으로 내세워 만든 ‘거대한 강박관념(Magnificent Obsession, 1954)’ ‘순정에 맺은 사랑(All That Heaven Allows, 1955)’ ‘바람에 쓴 편지(Written on the Wind, 1956)’ 등은 멜로드라마의 고전적 명작들로 평가받는다.

 특히 서크 감독은 록 허드슨과 또 하나의 명작을 추가했다. 바로 6·25전쟁에 관한 명화의 하나로 평가받는 ‘전송가’가 그것이다.

서크는 ‘존 할리데이와의 인터뷰’라는 부제가 붙은 책자 ‘Sirk on Sirk(1972)’에서 ‘전송가’를 감독할 당시, 윤리·종교·신념 등 인간의 내면과 전쟁의 관계를 다루고 싶었다고 술회한 바 있는데, 록 허드슨은 바로 그러한 역할에 적임자였다.

 ‘전송가’의 줄거리를 소개할 차례다.

 영화는 미 공군 얼 파트리지(Earle Partridge, 1900~1990) 대장이 ‘信念의 鳥人(신념의 조인)’이라는 글자가 쓰인 군용기 앞에서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딘 헤스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헤스 대령의 일화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선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입니다.”

 1950년, 딘 헤스(록 허드슨 분) 목사는 과거 때문에 시달림을 받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조종사로 참전했다가 비행기에 장착된 폭탄이 제 시간이 아닌 때에 분리됨으로써 본의 아니게 독일의 교회와 이웃 고아원에 떨어져 고아 37명의 목숨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마침 6·25전쟁이 발발하자, 헤스는 부인에게 과거를 고백하고 한국에 가겠다고 한다. 부인은 오히려 과거를 되살리는 일이라고 반대하지만 그는 한국 조종사들을 교육시키는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한국행을 택한다.

 한국에 도착해 보니 미 공군 장병들은 군기가 빠져 있고, 비행장 시설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제공한 10대의 전투기를 조종할 한국 공군 조종사 훈련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헤스는 공군기지에서 한국인 고아들이 미군이 남긴 음식물을 훔쳐 먹으려는 것을 우연히 보고 그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헤스의 친구이자 군기가 빠진 스키드모어 대위는 상부에 보고도 없이 메이플스 중위(흑인)와 적의 탱크를 공격하러 출격한다. 메이플스는 민간인 피란민이 타고 있는 트럭을 폭격하는 사고를 낸다. 헤스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메이플스를 위로한다. 고아들이 점점 더 몰려들어 작전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데, 고아 중에는 공산군의 첩자도 있다.

 고민에 빠진 헤스는 우연히 루안(안창호 선생의 아들 필립 안 분)을 만나게 된다. 루안은 헤스를 근처의 절에서 고아들을 돌보고 있는 양은순(말론 브란도의 첫 번째 부인 안나 카슈피 분)에게 데리고 간다. 양은순은 루안과 공군부대의 고아들까지 맡아 돌보게 되며, 메이플스 중위와 허먼 원사도 고아들을 지원한다. 양은순은 내심 헤스가 미혼인 줄 알고 그를 좋아하지만, 헤스의 아내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한다.

 북한군과 중공군의 공격이 잦아지며, 헤스와 스키드모어 대위는 어느 비오는 날 야간에 출격한다. 스키드모어가 사망하며, 헤스는 그를 위해 기도한다. 헤스는 전출명령을 받지만, 절에 있는 400명의 고아들이 위태롭게 되자 양은순과 고아들을 미 군용기에 태워 제주도로 이송시키기로 마음먹는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 도중에 양은순은 고아를 구하고, 자신은 죽는다. 몇 년 후 헤스와 그의 부인이 제주도를 방문한다. 그곳 고아원에는 양은순의 묘비가 있다.

 ‘전송가’는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호평을 받은 영화다. 그러나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책자와는 다르게 극화됐고, 우리에게 아쉬운 점도 보인다. 한국 아이들이 제법 많이 출연했지만, 한국군 장교를 맡은 배우가 일본인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촬영되지 않아 배경이 어색하다. 젊고 아리따운 양은순도 한국여성이 아니다. 참고로 양은순은 영화에서는 죽지만, 실제로는 최근까지 생존했던 인물이다. 전쟁고아의 대모이자 6·25전쟁에서 남편과 외아들을 잃은 황온순(黃溫順, 1901~2004) 여사가 그녀다.

 끝으로 몇 년 전부터 6·25전쟁 중에 미 군목이었던 러셀 블레이스델(Russell Blaisdell, 1900~2007) 대령의 역할이 조명받고 있다. 혹자들은 제주도로 고아들을 공수하는 데 실제로 기여한 인물은 블레이스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의 공과가 큰가를 떠나서 헤스 대령의 우리 공군과 고아에 대한 기여를 우리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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