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병영의추억

<12>공군 군악대 성악병 가수 박현빈

입력 2010. 05. 27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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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 만큼 얻는 군생활은 `적금'같아


공군 군악대 성악병으로 복무할 당시 동료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현빈(가운데).
가수 박현빈의 공연 모습.

가수 박현빈은 2006년 싱글 ‘빠라빠라’로 데뷔했다. 지금까지 총 2장의 정규 앨범과 5장의 싱글을 발표했다. ‘곤드레만드레’ ‘오빠만 믿어’‘샤방샤방’ ‘대찬 인생’ ‘앗! 뜨거’ 등의 히트곡으로 폭 넓은 사랑을 받았다.특히 그의 노래는 선거 로고송으로 인기를 끌며 요즘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OBS 경인방송 ‘베스트 스타 가요쇼’의 진행자로 활동 중이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SBS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가수 박현빈. 그는 30세가 되기 전에 트로트 시장을 정복한 유일한 인물이다. ‘곤드레만드레’ ‘빠라빠라’ ‘샤방샤방’ ‘오빠만 믿어’ ‘대찬 인생’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트로트계의 젊은 피로 활약하고 있다.

많은 이가 잘 모르는 것이 바로 그의 군 생활. 박현빈은 군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 무대 위의 박현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빠라빠라’하면서 ‘샤방샤방’했던 그의 군 복무 추억담은 온 나라가 축구로 떠들썩했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1살의 나이에 2002년 4월 공군 군악대를 지원했다. 그는 이른 입대에 주변 권유가 있었느냐고 묻자 “나이 어린 고참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았어요”라며 웃었다. 노래를 주로 부르는 성악병의 보직을 받은 그에게 군악대 생활은 매 순간이 별천지였다. 우선 그는 음대를 다니던 성악도였다. 클래식밖에 몰랐던 그는 군악대에서 대중음악을 본격적으로 접했다.

 “트로트·가곡·대중가요, 어떤 노래든 군인답게 씩씩하게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굳세어라 금순아’ ‘전선야곡’ ‘남행열차’ ‘아파트’ 이런 노래를 성악하듯이 불렀죠. 생각해 보세요. 성악 버전의 ‘남행열차’를… .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요.”

 박현빈은 1개월에 평균 50회 이상의 행사 무대에 섰다. 30개월의 공군 복무기간을 감안하면 1500회 이상 무대에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회에서 대중음악을 한 동료 병사들과 무대를 준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생소했던 음악들이 친숙해졌다. 자연스럽게 대중가요에 자신의 미래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대중음악이 이런 매력이 있구나 하고 군대에서 처음 알았어요. 군 전역 후에 진지하게 고민을 하다가 성악을 포기하고 트로트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죠.”

 박현빈에게 군 생활을 한 단어로 정의해 달라고 하자 ‘밑거름’이라고 했다. 1500회의 무대 경험은 가수 데뷔를 앞둔 그에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자산 같은 존재로 작용했다. 어떤 무대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200% 이상 발휘하는 자신감을 군 복무 시절 쌓은 무대 경험에서 얻을 수 있었다.

 “데뷔 무대가 아무리 떨린다고 해도 고참 앞에서 부르는 노래만큼 긴장되는 무대가 있을까요? 하하. 아무리 긴장한다고 해도 부르고 또 부르다 보면 어느새 무대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당당하고 자신이 넘치게 되죠. 그때 고참들 죄다 제 은인이죠. 언제 찾아다니면서 밥이라도 한 끼 사드려야 하는데…. 하하.”

 박현빈은 이병 시절보다 병장 시절 군 생활의 고충을 느꼈다고 했다. 조직을 움직이고 통솔하는 어려움을 피부로 깨달은 것. 조직 생활을 통해 마음에 드는 이에게는 원래 잘하고 혹여 마음에 안 드는 이가 있어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좋든 싫든 한 덩이로 매일 얼굴 마주 보며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가 얻은 조직 생활의 지혜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 막내나 동생의 위치가 좋은 것 같아요. 누군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버거울 때가 많아요. 군 생활을 통해 그런 책임감을 배웠어요. 그리고 전체가 하나로 움직여야 하는 조직 생활의 방식도 터득한 것 같고요.”

 박현빈은 현역 장병에게 피와 살 같은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흥미로운 비유를 들어 군 생활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군 생활은 적금 같은 거예요. 투자 위험이 큰 펀드가 아니죠. 적금을 들 때 언제 만기 되나 싶지만 그날이 오잖아요. 그리고 원금 깎일 걱정도 없고 이자도 붙어요. 그게 군 생활 같아요. 손해 보지 않고 차근히 무언가 쌓여나가죠. 고생한 만큼 얻어 가고 준비한 만큼 사회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원금 걱정하지 말고 꼬박꼬박 매일매일 적금 붓듯이 성실하게 생활하면 될 것 같아요. 그게 투자고 그게 미래니까요.”

 <스포츠한국 김성한 기자 w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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