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할리우드가본6·25전쟁

<1>존 포드 감독의 ‘이것이 한국이다’

입력 2010. 03. 10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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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평화·전쟁의 잔인함 얽힌 파노라마


존 포드 감독이 1951년 6·25전쟁을 소재로 만든 영화
‘이것이 한국이다’의 포스터.

존 포드 감독

국방일보는 6ㆍ25전쟁 60주년을 맞아 매주 수요일에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6ㆍ25전쟁 영화를 소개합니다. 할리우드의 다양한 앵글이 잡아낸 6ㆍ25의 참상과 참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됩니다. 필자는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으로, 이 전 원장은 미국 곳곳의 고서점 등을 돌아다니며 이들 영화포스터를 수집하고 관련 영화들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에 어떻게 비쳐 왔는지를 연구해 왔습니다.    편집자

 ‘아바타’라는 영화가 국내 개봉영화 흥행순위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가 지난달 말 우리를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외화가 국내 영화를 제치고 흥행순위 1위를 기록한 것은 1998년 2월 개봉된 ‘타이태닉’ 이후 처음이다. 흥미롭게도 역사적인 흥행기록을 세운 ‘아바타’와 ‘타이태닉’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James Francis Cameron·1954~ )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들이다.

 필자는 본격적인 3D 영상혁명이라고 평가받는 ‘아바타’를 보면서 “영화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종합예술이다”는 말을 실감했다. 가상과 현실이 일체화돼 가는 오늘을 사는 우리 생활의 단면이 이 영화에 투영됐음을 느꼈다.

동시에 필자는 엉뚱하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그의 나이보다 60년 앞선 1894년에 태어났었다면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올해가 6·25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랬더라면 그는 1950년 6월 27일 오전(한국시간 6월 27일 밤), 전쟁 발발 이틀 후에 발표된 트루먼 대통령의 대국민성명을 들었을 것이다.

 “한국 내부의 안정과 국경침범을 경계하기 위해 무장을 하고 있던 한국 정부군이 북한 침략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침략군에게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38선 이북으로 물러가도록 요구했습니다. 북한군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공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안보리는 전 유엔 회원국에게 유엔 결의안을 이행하는 데 모든 지원을 해주도록 요구했습니다. ”

 또 카메론 감독은 1953년 7월 26일 밤(한국시간 7월 27일 오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휴전을 알리는 대국민성명도 들었을 것이다.

 “오늘 밤, 바로 한 시간 전에 한국에서 휴전이 서명되었습니다. 이로써 유엔군과 공산군 간의 전투는 종료되었습니다. 우리 미국에게 공산 침략을 물리치는 대가는 매우 컸습니다. 수많은 가정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대가를 치렀고, 그것은 비극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필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그 당시에 살았더라면 미국의 젊은이들이 한반도에서 흘린 피를 외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공교롭게도 그보다 60년 전에 태어난 할리우드의 명감독 존 포드(John Ford·1894~1973)와 마찬가지로 6·25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을 하나 정도는 남기지 않았을까 한다.

카메론은 포드와 같이 이야기의 깊이를 추구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포드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 오늘의 제임스 카메론이 있다면, 그때에는 존 포드 감독이 있었다. 포드는 미국 영화계의 독보적인 영화 작가이자 영원한 전설이라고 불린다.

그는 서부영화 최고의 명작 ‘역마차(Stagecoach·1939)’를 비롯해 ‘수색자(The Searchers·1956)’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1940)’ 등 140편의 작품을 남겼다.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을 4회나 수상한 그의 최다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존 포드 감독은 1951년 ‘이것이 한국이다(This Is Korea)’라는 6·25전쟁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 그가 6·25전쟁에 관한 영화를 감독했다는 것을 아는 세계의 영화팬들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이 다큐는 미 해군이 미 국방부의 승인을 받아 제작한 영화이며, 미국 해군·해병대·육군·공군이 촬영한 동영상을 편집하고, 내레이션을 넣은 50분짜리 영화다.

 1951년 8월, 미국 전역에는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이 작품의 개봉을 알리는 영화포스터가 게시됐다. 세로 99㎝, 가로 63㎝ 크기의 포스터는 다음과 같은 광고 문구로 보는 이의 눈을 자극한다. ‘세 차례나 아카데미 감독상에 빛나는 존 포드(註: 1952년 네 번째 수상)의 이것이 한국이다’ ‘가장 인간적이고 극적인 우리 시대의 이야기’ ‘짜릿한 감동을 주는 천연색 특선영화’.

 이런 글귀와 함께 이 영화 포스터의 중간에는 열두 장의 흑백사진이 실려 있다. 아홉 장의 사진은 우리나라 아이들과 미군, 한 장은 우리나라 노인과 미군, 한 장은 우리나라 여인과 미군,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미군 혼자 등장하는 사진이다.

 전쟁의 끔찍한 포화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타이틀이 등장하면서 우리나라의 시골 풍경으로 장면이 바뀐다. 순박한 사람들이 결혼하고, 널뛰며 평화롭게 사는 마을. 이 마을에 미군이 등장하고, ‘오, 작은 고을 베들레헴(O Little Town of Bethlehem)’이라는 감미로운 노래가 흐른다. 그리고 생명·자유·행복을 위한 미군의 행군과 전투. 특히 끔찍했던 한겨울의 장진호 전투 장면이 생생하게 전개된다.

영화 내용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보다는 독자들이 직접 감상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무료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에 이 영화의 전체분량이 게시돼 있다. 영화관에서 보는 화질과 음향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의 관심은 다큐멘터리보다 극영화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나름대로 고찰한 바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는 6·25전쟁을 소재로 ‘이것이 한국이다’와 같은 다큐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극영화가 제작됐다. 전쟁 발발 후 올해까지 90편 내외의 극영화가 제작돼 상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영화 중에서 3분의 1 정도는 미국에서 DVD나 VHS비디오로 출시됐고, 일부 영화는 DVD로 국내에도 출시됐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영화팬들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못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올해는 우리가 한 번쯤 이들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때라고 생각한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을 한국인과 미국인이 우정의 피를 나눈 원년으로 본다면, 올해는 한미 혈맹관계가 환갑(還甲)을 맞는 매우 뜻 깊은 해다. 이를 계기로 우리 정부와 민간에서는 올해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을 일궈낸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고, 한미관계의 심화·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를 보며 필자도 자그마한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가져보았다. 그간 해외에 근무하면서 6ㆍ25전쟁에 관한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60장의 오리지널 영화포스터를 수집하고, 그들 영화에 대한 정보도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주부터 국방일보에 연재되는 본 특집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연재물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영화 속에 투영된 그때 우리나라와 미국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밝고 활기찬 한미관계의 내일을 설계해 보고자 한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할리우드와 6·25 전쟁-전쟁중 20편 등 모두 90여편 제작 사랑·애국·스파이 등 주제도 다양

 영화만큼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예술도 드물다. 6·25전쟁이라는 자유국가와 공산국가 간의 이념분쟁은 할리우드에서 다양한 영화의 형태로 표현됐다. 그러나 오늘,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인들에게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꼽으라면 5편 이상을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는 6·25전쟁을 배경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도 90여 편의 극영화가 제작됐다. 3년간의 전쟁 기간 중에만 20편이 제작됐고, 휴전 후 1959년 말까지 42편이나 제작됐다. 미국인들의 전쟁에 관심이 얼마나 컸는지를 잘 보여주는 증표다. 영화의 주제 또한 사랑·애국·배신·세뇌·스파이·비밀임무 등 다양하다.

 이런 다수의 영화 중에서 고전으로 분류돼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작품이 드물다. 그러나 전쟁 발발 60주년을 계기로 우리가 그간 접하지 못했던 6·25전쟁 관련 할리우드 영화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당시 미국인들의 가치관, 신념, 한국에 대한 인식들이 거기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한미관계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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