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모에서 미사일까지_K-21 보병전투장갑차 (3회)
1967년부터 도입된 M113 궤도형 장갑차. <국방일보 사진 DB> |
1948년 정부수립 1주년을 기념한 기념행사에서 기갑연대의 M8 차륜형 장갑차가 사열대 앞을 통과하고 있다. |
장갑차는 지상전투와 전투지원을 위해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보급돼 있는 플랫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강력한 화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전차와는 달리 장갑차는 보병수송, 탑승 및 하차, 전투 간 다양한 표적 제압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장갑차는 1960년대 이후 수행하는 임무에 따라 병력수송 장갑차(APC : Armored Personnel Carrier)와 보병전투장갑차(IFV: Infantry Fighting Vehicle)로 나뉘지만, 우선 주행장치의 형태에 따라 크게 궤도형(Tracked)과 차륜형(Wheeled)으로 구분한다. 궤도형 장갑차는 동력장치에서 발생된 동력이 종감속기와 구동륜으로 전달돼 궤도를 구동해 주행하게 되며, 차륜형 장갑차는 동력전달 축과 차동장치를 통해 바퀴를 구동시켜 주행하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궤도형 장갑차는 전투중량 제한이 적어 방호력 증대가 용이하고 야지 기동성이 우수한 반면, 차륜형 장갑차는 평지 및 포장도로 기동성이 우수하며 운용 및 정비유지 비용이 저렴한 장점을 갖고 있다.
궤도형과 차륜형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적합하냐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과거 30년 이상 운용과 연구를 통해 모든 상황과 임무에 맞는 형태를 가리고자 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 육군은 오프로드(Off-road) 이용 비율이 60% 이상일 때, 전술 및 고속 기동임무 차원에서 모든 지형과 기후에 관계없이 운용할 수 있는 무기체계의 플랫폼으로 ‘궤도형이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선진국에서는 운용 목적에 따라 하이-로 혼합(Hi-Low Mix) 개념으로 궤도형과 차륜형을 동시에 운용하는 추세를 보인다. 즉, 궤도형 장갑차는 산악 및 야지 지형에서 주로 병력수송 및 전투용으로 많이 운용되며, 차륜형 장갑차는 포장도로와 평지에서의 우수한 기동성과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수색·정찰 및 기지 방어용으로 운용된다.
우리 군의 경우 최초로 보유한 장갑차는 1948년 12월 10일 창설된 육군 독립기갑연대 장갑대대가 운용한 M8 그레이하운드와 M2·M3계열의 반궤도(half-tracked) 장갑차였다.
1942년 5월 개발된 M8 장갑차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서 정찰용으로 운용된 장비로 포탑에 37㎜ 기관포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건군 초기 별다른 중장비를 보유하지 못했던 만큼 위풍당당한 모양의 M8 장갑차는 화제와 주목의 대상이었다. 건국 초, 정부 수립을 기념해 실시한 국군 시가행진에서도 시민들로부터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승만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수시로 경무대나 행사장에 출동하기까지 했다.
M8은 화력 지원보다 정찰과 통신 지원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 사단에 분할 운용했다. 탑재된 SCR-506 무전기는 통신 가능 거리가 최대 100마일에 달했다. 전쟁 중 M8은 전차를 상대하기는 힘들었지만 탑재한 37㎜ 기관포로 보병 지원용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여러 전투에서 차례로 파괴되어 1950년 12월 흥남에서 기갑연대가 철수할 무렵에는 운용 가능한 M8 장갑차가 없었다. 현재 국내의 각 부대나 전쟁 관련 기념관에는 단 한 대의 M8 장갑차도 남아 있지 않다.
한편 앞바퀴는 일반적인 자동차형 바퀴가, 뒷부분에는 캐터필러가 장착돼 있어 흔히 ‘반궤도 장갑차’로 불렸던 M2·M3계열의 장갑차는 1948년 봄 육군 수색대(기갑연대의 전신)가 미군으로부터 5~7대를 인수·운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국군이 보유한 반장갑차의 정확한 제식명은 불확실하지만 M3A2가 대부분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M2도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반궤도 장갑차는 48년 발생한 여순 10·19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기도 했으나 구경(캘리버) 50 기관총만 탑재돼 있어 6·25전쟁 당시 국군의 반궤도 장갑차는 뚜렷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사실 미국에서도 M2·M3 장갑차는 병력 수송용으로 주로 사용됐다. 현재 M2·M3 계열 반궤도 장갑차는 전시용으로 남아 있는 것은 없고 국방과학연구소 내에서 한때 시험용으로 활용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와 유사한 M16A1 대공 장갑차가 서울 육군사관학교에 한 대 남아 있다.
우리 군이 장갑차다운 장갑차를 보유한 것은 1967년 미국의 대외군사원조에 의해서였다. 당시 86대를 인수한 M113 장갑차가 그것으로 미국에서 개발돼 자유 진영 국가에서 널리 사용된 대표적인 병력 수송 장갑차(APC)다. 이 장갑차는 알루미늄 장갑은 두께가 12~38mm 정도로 소총·기관총탄과 포탄 파편을 겨우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초 개발 단계에서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했으나 불이 쉽게 붙고 항속거리가 짧은 단점이 있어 엔진을 디젤 방식으로 교체한 M113A1이 1963년 5월 개발됐다. 1964년 9월부터 M113A1의 양산이 시작돼 20여 년간 총 7만2000대(계열 차량 포함)를 생산, 이 중 2만7000대가 미국의 동맹국에 제공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우리 군은 1971년에도 특별 군사 원조에 의해 미군 장기 초과품(LSE) 273대를 추가로 인수, 기계화보병사단에 배치했다. 이와 별도로 베트남에 파병된 육군맹호부대가 장비 현대화 계획에 의해 44대의 M113 장갑차를 미국으로부터 인수, 베트남 전쟁에서 운용하기도 했다. M113 장갑차는 전차의 보호를 받으며 단순히 병력을 수송하는 개념으로 개발됐지만 정글 지역에서 벌어진 베트남 전쟁에서는 전차 없이 단독으로 작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장갑차는 기본형 토대로 용도에 맞게 개조, 다양한 지원용 장갑차를 제작해 운용하기도 한다. M113 장갑차도 같은 차체를 활용, 개발한 박격포 탑재차·탄약 운반차 등 각종 계열 장갑차가 존재한다. 한국군도 M106A1·M125A1·M548·M577·M578 등 여러 종류의 M113 계열 장갑차를 운용했다.
M106A1·M125A1 장갑차는 M113A1 장갑차에 각각 4.2인치·81㎜ 박격포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다. 이들 장갑차는 1971년 국군 장비 현대화 계획에 따라 미군의 장기 초과품(LSE)을 특별 군사 원조로 도입했다. 두 장갑차는 모두 조종수 1명에 박격포를 운용할 승무원 5명이 탑승하며 탑재 박격포의 종류만 다를 뿐 거의 유사한 형태를 갖고 있다.
M548 탄약 운반용 궤도 차량은 1960년 미국에서 다용도 물자 운반용으로 제작됐다. 이 차량은 M113과 차체 형태가 조금 다르지만 공통 부품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M113 계열 차량으로 분류된다. 도입 후 8인치 자주곡사포의 포탄 운반용으로 주로 사용했다.
M577 지휘용 장갑차는 내부에 각종 지휘·통신용 장비를 탑재한 것으로 차체가 다른 M113 계열 장갑차보다 60cm 정도 높고 장갑차 뒤쪽에 지휘소용 텐트를 설치하기가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M577 원형은 M113 초기형과 마찬가지로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1980년대 중반 국내에서 디젤 엔진으로 교체, 운용해 왔다. M578 구난용 장갑차는 차량 후부에 크레인을 장착, 고장 차량의 견인에 사용할 수 있는 장갑차다.
한편, M113계열의 궤도형 장갑차가 우리 군의 주력을 이루던 1970년대 중반, 군은 수도권과 중부지방의 방어체제를 개선하면서 도시 게릴라작전에 대비하는 일환으로 이탈리아 피아트 사(社)가 개발한 차륜형 CM6614 장갑차를 국내에서 면허생산해 KM900이란 이름으로 1977년부터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어 1980년대 장갑차를 국내 독자 기술력으로 개발해 실전배치하겠다는 군의 의지를 바탕으로 K200 장갑차를 개발, 현재 운용 중이며 2000년대 들어 마침내 세계 최강급의 보병전투장갑차 K-21을 국내 독자기술력으로 개발, 2009년 11월 30일 육군20사단에 최초 전력화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