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수많은 무기가 등장하고 또 사라졌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보편화된 미사일(Missile)만큼 절대적 영향을 미친 무기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AIM-9 사이드와인더(Sidewinder·사진) 공대공미사일은 현대 공중전의 양상을 완전히 변모시켰을 뿐만 아니라 등장 이후 항공기술 발전 특히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AIM-9 사이드와인더는 미국에서 개발된 대표적 단거리 공대공미사일로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현재도 미 공군·해군뿐만 아니라 서방세계 주요 공군의 표준 무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AIM-9의 개발은 ‘적 항공기가 내뿜는 엔진 배기 열(적외선)을 미사일 탄두에 장착한 센서로 포착해 추적·공격한다’는 매우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1951년 최초 발사시험에 성공했고 1953년 9월 11일에는 전투기에서 실제 비행 중인 무인항공기를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뿐만 아니라 동년 XAAM-N-7이라는 제식명칭도 부여받았다.1955년부터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240발의 AAM-N-7이 저율 생산됐고 1956년 5월부터는 미 해군에 실전배치돼 함대 방공무기로 운용되기 시작했다.
초기형 AIM-9A/B는 약 4.5㎏의 폭약이 내장된 파편형 탄두가 특징이며 적외선 근접 또는 접촉 신관에 의해 폭발해 약 9m 반경 이내의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었다. 또한 약 4000lb의 추력을 낼 수 있는 Mk.17 고체 로켓모터를 사용해 마하 1.7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었는데 당시 기준으로 AIM-9보다 빠른 전투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AIM-9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바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12G를 견디는 튼튼한 구조와 간단하면서도 탁월한 성능 덕분이었다. 구동 부품이 20여 개에 불과할 정도로 간소화된 설계가 특징이며 내장 전자부품의 수도 일반 라디오 부품 수준이었기 때문에 높은 신뢰성을 갖출 수 있었다.
또한 현재까지 AIM-9을 사용해 격추한 공대공 표적의 수는 270 이상으로 이 수는 현재까지 실전배치된 모든 공대공미사일의 격추 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공대공미사일 중 가장 많이 생산됐으며 금문도 사건을 시작으로 베트남 전쟁, 포클랜드 전쟁, 걸프전쟁 등 주요 전쟁에서 맹활약했다. 가장 최신형인 AIM-9X의 경우 길이 3.02m, 날개 폭 0.28m에 탄두지름 127㎜, 탄두 중량은 9.4㎏이며 전체 중량은 85㎏에 마하 2.5 이상의 속도로 약 40㎞의 사정거리를 갖는다.
AIM-9는 현존하는 공대공미사일 중 가장 오랜 기간 사용됐으며 러시아의 AA-2, 프랑스의 Magic-1/2, 이스라엘의 샤피르(Shafrir) 등 이후 등장하는 공대공미사일의 모범이 됐다. 가장 많이 생산됐고, 가장 많은 표적을 격추했으며 지금도 생산이 게속되고 있는 AIM-9 사이드와인더는 역사에 영향을 미친 몇 안 되는 현대 무기다.
<계동혁 전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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