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다 변했지만 아직도 이곳 판문점은 긴장감이 팽팽해 안타깝습니다.” 12일 오후 JSA(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195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JSA에서 근무했던 백발의 미군 전우들은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안보상황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이날 JSA를 찾은 10여 명의 미군 노병은 그 가족들과 함께 자신들이 근무했던 JSA 경비대대를 방문하고 20여 명의 한국군 전우들을 다시 만났다. 지난 3일 한국을 찾은 이들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번영을 위해 헌신했던 미군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강원 양구·고성 등 한국전쟁 전적지와 군사안보 시설을 둘러봤다.
이날은 자신들이 근무했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원회 구역, 주요 검문소 자리를 꼼꼼히 둘러보면서 그 당시를 생생히 떠 올리기도 했다. 특히 한미 전우들은 JSA 경비를 맡고 있는 유엔군사령부 미군 대대장과 한국군 JSA 경비대대장 등 현역 후배 장병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미군 전우들은 한국군 전우들과 한미 현역 후배들에게 공고한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감사 기념패와 기념품을 일일이 전달하기도 했다. JSA 미군 전우회를 주도하고 있는 짐 마조어(73~74년 근무) 씨는 “정말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미군 전우들은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 전우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이번 방한을 주선하고 본지에 애틋한 사연까지 보낸 레이몬드 존스(69~70년 근무·본지 2월 24일자 1면 참조) 씨. 그는 남북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둘러보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해 온 한미군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남북이 하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미 전우들은 76년 8·18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에 세워져 있는 보니파스 대위와 바레트 중위 순직비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숙연한 추모 묵념을 올렸다. 그 당시 중상을 입은 보니파스 대위를 가슴에 안고 후송했던 전병호(55·75~78년 근무) 씨는 “지금도 이곳에 오면 가슴이 아프다”며 “다시는 남북 간에 이런 불행한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해일(42·중령) 한군군 대대장과 존 로드스(47·중령) 미군 대대장은 한미 노병들을 따뜻하게 맞으면서 “선배들이 굳건히 지켜 온 한미동맹의 최일선 상징인 이곳을 우리 후배들이 그 뜻을 이어받아 더욱 공고히 지켜 나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왕진(54·육사34기·예비역 대령) JSA 한국군 전우회장은 “비록 국적은 달라도 이곳 JSA에서 함께 근무한 한미 전우들은 남다른 자부심으로 더욱 탄탄한 한미동맹을 다져 나갈 수 있도록 의미 있는 활동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JSA 미군 전우회는 이날 2011년 미국에서 열리는 전우회 행사에 한국 전우들을 공식 초청하기도 했다. 미군 전우들은 JSA를 떠나며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 땅을 죽기 전에 다시 한번 꼭 찾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나타냈다.
사진설명:JSA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미 전우들이 12일 오후 판문점 회담장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글·사진=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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