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빨간 마후라’를 아시나요.” 1964년 개봉된 ‘빨간 마후라’는 최은희·신영균·최무룡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6·25전쟁 때 혁혁한 전공을 세운 달성군 출신의 유치곤 장군이다.
이에 대구시 달성군은 유 장군의 호국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군본부와 공군11전투비행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2005년 6월 비슬산 자락에 유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호국기념관을 열었다.
이 기념관은 유치원 및 초등생의 소풍 장소로 인기를 얻으면서 매년 2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대구시민의 안보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쌀쌀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에 자리 잡고 있는 유치곤 장군 호국기념관을 찾아가는 길은 달콤하고 향긋한 초콜릿 맛이 난다.
복잡한 대구 시내를 빠져 나와 파릇파릇한 보리밭 길 사이로 난 꼬불꼬불한 시골 길을 달리다 보면, 기억의 한편으로 사라졌던 소중한 옛 추억들이 떠오른다.유 장군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호국기념관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비슬산 자락 3000여 평의 대지에 미국 우주왕복선 콜롬비아 호 모형의 2층 건물. 기념관 내부는 비행기 내부 같은 인상을 풍긴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야외전시장에는 6·25전쟁에서 혁혁한 전과를 거둔 F-86 전투기와 T-37 훈련기가 나란히 전시돼 있고, 그 가운데 ‘빨간 마후라’ 노래비가 자리 잡고 있다. 전투기 조종사 복장을 하고 고향 땅을 바라보는 유 장군의 동상은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부드러운 가운데 강인함이 묻어난다.
2층 전시실 입구에는 대한민국 전역에서 다양한 작전수행이 가능한 최첨단 F-15K 전투기가 액자 속에서도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6·25 당시 전투기 한 대가 아쉬웠던 시절, 유 장군의 가슴을 설레게 한것이다.이곳에는 대한민국 공군사와 공군기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해방 직후 1948년 9월과 10월 L-4 연락기 10대를 미군으로부터 인수받으며 공군 창설의 기틀을 다졌고, 6·25 당시 우리 공군은 평양 대폭격작전(52.8.29) 등 총 8495회나 출격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60년대 이후 현재까지 F-86D 전천후 요격기를 도입했고, 이후 최첨단 전투기 F-15K를 전력화하면서 자주국방을 위한 전략형 공군건설 기반을 다졌다.
특히 우리 공군 전투기나 수송기 등을 도입 연대별로 대형 그림으로 전시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공대공 미사일을 비롯해 2.75인치 연습용 폭탄, 20mm 기관총탄 등 각종 첨단무기도 전시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지난 가을 어린이집에서 소풍 왔던 김경민(6·대구시 파호동) 군은 지난 13일 부모 손을 잡고 유치곤 장군 호국기념관을 다시 찾았다.
김군은 “동생 나연(4)이에게 비행기를 보여 주고 싶었다”며 “어른이 되면 유치곤 장군처럼 훌륭한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전시관 곳곳에 눈길을 끄는 것은 유 장군의 호국정신과 땀이 배어 있는 유품. 6·25전쟁 당시 한국공군 최초로 200회 출격 기념사진,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에 투입되기 전 긴박했던 브리핑 사진을 비롯해 충무무공훈장, 장군 계급장, 흉장, 선임조종 흉장, 지갑 등에서 유 장군의 식지 않은 열정이 느껴지는 듯하다.
모형 조종실에는 주·부조종석이 나란히 놓여 있다. 전투기를 컨트롤하는 조종석에는 항공기 속도를 표시하는 속도계·방향지시계·고도계·유량계·엔진회전지시계 등 실제와 똑같이 재현해 청소년이나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의 시선을 끈다.
이 밖에도 실물 크기의 공군 전투조종사 비행 복장, 구명 식량, 신호용 거울, 비상 신호기, 비상 라디오 등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송태환(18·대구전자공고 3년) 군은 “유치곤 장군이 6·25전쟁에서 열악한 전투기로 200회가 넘는 출격을 했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모형 조종석에서 조종간을 잡을 때는 내가 꼭 조종사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호국기념관은 대구시가 지정한 관광 순환 코스로 선정돼 연간 2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대구시 시티투어 코스로 지정돼 1주일에 2∼3회 단체 관람객들이 방문한다. 회당 20∼30명 이상 방문하는 단체 관람객들은 영화 ‘빨간 마후라(전투신만 모은 15분 품)’를 시청하는 특권도 주어진다. 영화를 즐기며 안보관도 함께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
영화 ‘빨간 마후라’의 실제 주인공은 유 장군으로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서 유일무이하게 203회라는 불멸의 출격 기록을 세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특히 올봄 비슬산참꽃축제 부대행사로 모형항공기 대회를 호국기념관이 직접 주관해 300여 명의 어린이에게 항공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 주기도 했다.
팔공산과 함께 대구시를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하는 비슬산은 사계절 찬란한 빛을 발한다. 봄에는 비슬산참꽃축제로 유 장군의 빨간 마후라처럼 온통 분홍빛으로 물든다. 여름에는 주변 산림이 초록 양탄자로 변신하고, 가을엔 단아한 노란 단풍 옷으로 갈아입는다. 비슬산의 백미는 겨울이다.
비슬산얼음축제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보석처럼 아름다운 얼음 전시장에서 신나는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제 곧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아직 방학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6·25 전쟁영웅 유치곤 장군 호국기념관을 찾아 호국정신을 배워 보는 것은 어떨까. 문의 053-615-7575
글·사진= 김용호 기자
< yhkim@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