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세계 최강 전투기 ‘슬램 이글’ 떴다

글=송현숙·사진= 박흥배

입력 2008. 07. 1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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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우우우웅~.”
    지축이 울렸다.

    심장까지 울리던 그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순식간에 하늘로
    튕겨 올라갔다.

    마음속으로 다섯을 다 세기도 전,
    창공에
    한 점이 되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바로 옆 활주로에는 대기 중이던 민항기가 관제탑의 지시를 받아 이륙을 시작했다. 방금 전 시선을 압도했던 물체의 잔영 때문일까.

    그 움직임이 슬로비디오 같다. ‘F-15K’는 어디쯤 날아가고 있을까? 39도에 달하는 살인적인 더위가 피습했던 지난 7일 오전 11시 공군11전투비행단 활주로.

    2년 9개월 전 도입했지만 공군에서 비행 사진을 한두 차례 제공했을 뿐인 ‘슬램 이글’, F-15K 항공기와 첫 만남을 가졌다.

    오랜 시간 전력화 과정을 거쳐 1일부로 실전배치된 F-15K의 첫 느낌은 한마디로 “적이 두려워할 만하네”였다. 기체에서 풍기는 ‘포스’가 웅장하기도 하려니와 최첨단 성능을 소개받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3세대 전투기로 맹활약 중인 KF-16은 여성적이다. 작고 민첩해 공대공 작전에 유리하다.

    이에 반해 4세대 전투기인 F-15K는 남성적이다. 현존 최강의 전투기라는 명성답게 공대공·공대지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최고속도는 음속 2.5배, 6분30초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비행이 거뜬하다. 작전반경은 1800㎞에 달한다.최대 무기 탑재량인 10.4톤을 모두 싣고도 연료 재주입 없이 한반도 전역에서 연합(합동)·단독작전이 가능하다.

    특히 사거리가 280여㎞나 되는 공대지 정밀폭탄, SLAM-ER은 아군 상공에서 적 심장부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적 상공에 침투할 필요 없이 우리 공역에서 작전을 펼치는 만큼 공격로 개척에 따른 아군의 피해는 없다.

    복싱 경기에서 키 큰 선수가 팔을 쭉 뻗으면 사거리가 짧은 상대편 선수가 허공에서 팔을 휘젓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무기 발사체계는 GPS 유도방식을 사용한다. 최종 단계에서는 조종사가 현장 영상을 자기 집 안방 보듯 확인하면서 오차 범위를 줄일 수도 있다. 그야말로 최첨단으로 똘똘 뭉친 항공기를 조종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비상대기 근무 중이던 122전투비행대대 이진욱(39·공사41기) 소령은 “이전에 탑승했던 항공기와는 조종하는 맛(?)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맛이란 단어에는 손으로 전달되는 느낌뿐만 아니라 최신 기종 탑승과 특수임무 부여에 따른 자부심과 책임감까지 담겨 있었다.

    이소령은 15년 경력에 개인비행 2100시간인 ‘완숙’의 조종사지만 “2년 전 F-15K 조종간을 잡으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11전비에는 30여 대의 F-15K가 배치됐다. 조종사는 약 70명. 이 중 8명은 미국 현지에서 비행교육을 받았고, 다른 조종사들도 기종 전환를 위해 국내에서 7개월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이 가운데 항공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상교육만 꼬박 7주가 걸렸다. 실제 비행에서는 후방석 조종훈련의 강도가 유난히 셌다고.“F-15K는 전장 상황 파악이 유리한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혼자서는 다 소화하기 힘들 정도의 정보량을 실시간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전후방석이 적절히 임무를 나눠야 합니다. 동등한 기량과 함께 팀워크를 다지는 데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조종사 오인성 대위·사후108기)

    완벽한 정비지원을 위해 79명의 정비사가 미국으로 건너가 전문교육을 이수했고, 현재까지 1300여 명의 정비요원을 양성했다. F-15K의 안정적 군수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공군군수사령부는 매월 F-15K 항공기 운용률 향상을 위한 후속 군수지원회의를, 또 수시로 미 공군과 제작사 등이 참여하는 기술지원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군수사 군수관리단 F-15 체계팀장 박준기(공사35기) 중령은 “항공기 수명주기가 30~40년인데 비해 세계 항공기술 수명은 4~5년에 불과하다”며 “항공기 또는 관련부품의 목표운용률 유지를 위해 제작사에 무한책임을 부여하는 ‘성과기반군수지원제도’(PBL)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항공기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흘렸던 땀방울들이 빛을 발할 시간이 된 것이다.문득 취재를 시작할 무렵 이륙했던 항공기가 궁금해진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으로 국민 곁을 힘차게 날고 있겠지.

    “훈련통해 100% 능력 발휘 가능”- 박하식 중령·공군11전비 122전투비행대대장

    “F-15K 전력화는 한반도 전쟁억제 능력을 높이고 동북아 평화에 기여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지난 7일 공군11전투비행단 122전투비행대대장 박하식(43·공사37기·사진) 중령은 F-15K 전력화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와 현존 최강 전투기의 상관관계를 꼭 짚어낸 멘트였다.

    10일 전력화 행사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중령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꽉 차 있었다. ‘준비된 자’의 여유랄까.“F-15K 전력화까지 2년 9개월이 걸렸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전 대대원이 임무수행능력 극대화를 위해 전력투구했고, 특히 훈련을 통해 100% 능력 발휘가 가능한 전·평시 전투태세를 갖췄습니다. 적과 싸워 백전백승할 자신이 있습니다.”

    122전투비행대대는 지난 1일부로 완편됐다. 박중령은 지난 1월 부임한 제3대 대대장이나 사실상 완편부대의 첫 지휘관이다. 국민적 관심이 높을 때 첫 지휘봉을 잡은 만큼 부담감도 크다. 그러나 박중령은 이러한 분위기를 최대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법이라고 하잖습니까. 대대원 모두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임무라는 자부심을 가슴에 담고 한 소티(sotie), 한 소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122대대는 다음달 미국에서 열리는 레드 플래그 훈련과 9월 건군60주년 화력시범 등 대규모 행사에 참가, 대한민국 공군의 우수성과 막강 화력을 과시할 계획이다.박중령은 “단단한 팀워크와 실전 같은 훈련으로 신뢰받는 대대를 만들어 가겠다”고 힘찬 결의를 다졌다.★관련기사 1면

    사진설명
    ①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하는 F-15K
    ②F-15K 편대가 출격에 앞서 최종기회(라스트 찬스) 점검을 받고 있다.
    ③ 검사중대 정비사들이 노트북에 대화형 기술지시서를 띄워 놓고 F-15K 주기검사를 하고 있다.
    ④박하식 중령·공군11전비 122전투비행대대장

    글=송현숙·사진= 박흥배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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