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 코너를 연재하면서 다양한 상담기법들에 대해 소개했다. 간부가 부하를 상담하면서 상담기법을 적절히 적용하는 것도 부하의 문제 해결을 돕는 데 필요하지만, 간부들이 상담기법에 앞서 우선적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담자는 내담자에 대해 ‘사람’과 ‘문제’ 두 가지를 다 볼 필요가 있다. 상담자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한 가지 잘못된 생각은 내담자를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갖고 있는 존재’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담자들은 내담자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상담기법을 적용하면 내담자의 문제를 깨끗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상담기법의 적용만으로는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 내담자는 문제를 가진 존재 이전에 한 인간이다. 그것도 삶을 살아가면서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를 문제를 가진 존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에 우선해 한 인격체로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할 사람으로 간주해 최대한 내담자의 입장에 서서 내담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배려해 주는 인간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둘째, 상담자는 자신이 치료적 도구가 돼야 한다. 상담자는 단순히 상담기법을 적용하는 기법가나 기능인이 돼서는 안 된다. 상담자도 문제와 갈등을 갖고 있으며, 이를 보다 슬기롭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있는 한 인간으로 내담자에게 다가갈 때 상담은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상담자가 상담 장면에서 보이는 모든 말과 행동은 치료적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상담자는 상담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치료 도구로서 자기 자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상담자는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내담자를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만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만큼만 내담자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상담자는 자신이 치료적 도구가 되기 위해 자신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인간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하나의 본보기 역할을 해야 한다. 상담에서 내담자는 나중에 상담자에게서 심리적으로 독립된 존재가 될 것을 전제로 해 일시적으로 상담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상담의 진행과정 속에서 내담자는 상담자가 제공하는 문제 해결 방법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담자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어떠한 태도나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얼마나 경험에 개방적이고 솔직한지 등을 관찰하면서 상담자의 일부분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내담자가 상담자를 의식적으로 본받으려 하지 않아도 부지불식간에 다양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상담자는 본보기로서의 자신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바람직한 본보기가 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외에도 상담자에게 필요한 인간적 자질에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수용, 인간에 대한 관심과 존중, 원만한 성격과 인내심 및 삶에 대한 열정과 부단한 노력 등이 있다. 군 간부들이 이와 같은 자세를 견지하며 상담기법을 활용해 상담할 때 상담의 성과는 극대화되리라 믿는다.
<김완일 육군사관학교 상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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