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말산책

우리말 지킴이<215>파이팅

입력 2006. 12. 04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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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국어원에서는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라 하여 매주 단어를 하나씩 골라 일반인이 참여하여 다듬을 말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100개가 훨씬 넘는 단어를 다듬었는데(다듬은 말 목록은 malteo.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중의 하나가 ‘파이팅’이다. 이 말을 대신할 말은 투표를 거쳐 ‘아자’로 결정이 되었다.

    말을 다듬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말이 하루아침에 다른 말로 바뀌기는 어렵다. 여전히 기량을 겨루는 곳에서는 ‘파이팅’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실제로는 ‘파이팅’이라고 하는 사람보다는 ‘화이팅’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화이팅’은 바른 표기나 말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

    ‘파이팅’이라고 쓰고 말하도록 한 것은 이 말이 ‘fighting’이라는 말에서 왔기 때문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영어의 f 발음은 우리말로 적을 때 ㅍ으로 적도록 되어 있다. ㅍ을 써야 하는데 ㅎ을 쓰는 일이 많은 단어들이 ‘파이팅’ 외에도 꽤 있다. 컴퓨터 파일을 ‘화일’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호텔의 프런트는 ‘후론트’라고 한다.

    달걀 프라이는 ‘후라이’라고 하고 그때 쓰는 프라이팬은 ‘후라이팬’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플래시·파인더·플란넬·퓨즈’라고 써야 할 것을 ‘후래시·화인더·후란넬·휴즈’라고 쓰기도 한다. ‘플랫폼’에서 온 ‘홈’은 유일하게 ‘폼’ 대신 ‘홈’이 바른 표기다. 그렇지만 이것도 ‘플랫폼’을 쓰도록 권장이 되고 있다.

    ㅎ으로 잘못 쓰는 일이 많은 것은 ㅍ으로 적는 외래어 표기법이 정해지기 전에 이들 말이 먼저 우리말에 들어와서 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어의 f 발음에 아주 근사하게 대응하는 우리말 발음은 없다. 그래서 그와 비슷하게 들리는 소리로 적게 되는데 ㅎ이 ㅍ과 경쟁한 것이다. 일본어의 영향도 없지 않다.

    외래어는 일본어를 거쳐 들어온 말이 꽤 있는데 ㅍ 발음이 없는 일본어에서 변형된 발음이 그대로 들어오면서 ㅎ으로 발음이 된 것이다.나중에 외래어 표기법이 정해지면서 f를 ㅍ으로 적는 원칙이 확립되었다. 널리 퍼진 ‘홈’을 제외한 다른 말들은 바른 표기로 인정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예전의 표기나 발음 습관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것이다.

    <조남호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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