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사속신무기

<38>FG1250 적외선 암시장치

입력 2006. 04. 10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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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밤은 전장의 중요 변수다. 어둠이 깔리면 맨눈으로는 사물을 확인하기가 어려워 행동도 제한된다.

    심리적 불안감도 커지고 지휘통제도 어려우며 전투력 소모도 극심하다. 만일 야간에도 적절한 시계를 확보할 수 있다면 전투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갖게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1934년 독일 AEG사는 적외선 신호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으로 바꿔 주는 브라운쉐 로레(Braunsche Rohre·음극선관)를 만들었다. 상대에게 적외선을 비춰 얻어진 적외선 영상을 브라운쉐 로레로 가시영상으로 변환하면 야간에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적외선은 눈에 띄지 않으므로 상대방은 탐지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

    AEG는 39년 이 암시장치의 군용형을 제안했지만 부피가 너무 크고 고장이 잦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후 43년 중반 재시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으나 육군 수뇌부는 역시 채용을 거부했다. 독일이 암시장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은 오히려 연합군이었다. 연합군 공군이 제공권을 장악하면서 독일 육군은 적 전투기가 뜰 수 없는 밤에 기동할 필요가 높아졌다. 야간 기동의 중요성이 증대하면서 야시 장비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된 것이다.

    이때 실용화된 야시 장비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슈펠버(새매)라는 애칭을 가진 FG1250이다. FG1250은 야간에 약 600m 안의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FG1250은 구경 30㎝급의 적외선 서치라이트와 Type 126 영상변환장치, 축전지, 그리고 승압기로 구성된다. 축전지는 약 4시간 동안 전기를 공급할 수 있으며 이것이 소모되면 발전기를 돌려 축전지를 충전한다.

    독일 클라우제비츠 기갑사단의 1945년 4월 21일자 일지에는 FG1250의 성능을 보여 주는 기록이 남아 있다. 1945년 4월 21일 새벽 2시 하르츠 산맥 근처의 베저∼엘버 운하 부근의 미군 대전차 진지로 독일 전차가 다가왔다. 경보를 받은 미군은 방어에 나서 선두의 판터 전차 한 대를 무력화시켰다. 잠시 후 독일 전차들의 공격이 재개됐다. 미군은 어둠 속에서 독일 전차들이 쉽게 공격할 수 없으리라 짐작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독일군은 귀신처럼 미군 대전차포 진지를 발견했다. 단 20회의 전차포 사격으로 미군 대전차포들은 모조리 파괴됐다. 미군 포병들과 중대 규모의 지원 보병들은 공황에 빠져 도주해 버렸다. 이 모든 것은 FG1250을 탑재한 슈펠버 장비형 판터 전차의 활약 덕택이었다. 비슷한 시기의 영국 11기갑사단 일지에도 1개 소대의 전차가 슈펠버 장비형 판터 전차와 교전, 순식간에 전멸당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모든 신무기나 장비가 그렇듯이 적외선 암시장치 FG1250 슈펠버도 약점이 적지 않았다. 기계적 손상에 약하고 수명도 짧았다. 하지만 다양한 군용차량에 쉽게 장착, 야간에도 적에 대한 교전능력을 부여한다는 이점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FG1250은 비록 전쟁의 승패를 바꾼 핵심 장비는 아니었지만 현대 암시장비의 출발점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우보형 전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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