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없는 부대 700항공관제대를 아시나요.” 22일 오후 인천 영종도 항공교통관제소(ACC) 공군30방공관제단 예하 700항공관제대 작전실.
봄맞이 대청소 날을 맞아 대장인 이상균(49) 중령이 대걸레를 직접 들고 세탁장 바닥을 ‘빡~빡’ 닦고 있다.
한쪽에서는 군기가 바짝 든 내무실 막내 김현식(26) 하사가 빗자루를 들고 화장실 구석구석을 열심히 쓴다.고참 하사인 그는 언제 끝날지 모를 막내 생활을 4년째 하고 있다. 그는 “사랑스러운 후배들 앞에서 폼도 잡고 싶은데 이 나이에 재롱을 부려야 하는 신세가 막막하기만 하다”며 엄살(?)을 부린다.
이곳은 바로 병사는 한 명도 없이 부대원 30여 명 전원이 장교와 부사관으로만 구성된 700항공관제 부대다. 부대원들은 “간부들만으로 구성된 부대는 우리 부대가 전군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말한다.이 부대는 일명 700사이트라 부른다. 민항기를 비롯한 군용기·헬리콥터 등 하루 1600여 건의 항공기 일정·항로 등 비행 계획을 종합,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주간 20여 명, 야간 10여 명이 365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2교대로 ‘빡세게’ 근무하고 있다.
병사는 한 명도 없이 관제·정보통신 주특기로 소수 정예로 구성됐기 때문에 부대원들은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주특기가 관제인 홍승진(33) 중사가 문서 수발에서부터 회계·관리업무, 부대 총기 관리관, 수송업무까지 맡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부대원들은 근무지에서 차량으로 1시간 남짓 떨어진 인천시 서구 마전동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1957년 부대가 대구에서 창설할 당시만 해도 병사 30여 명에 부대원이 90여 명이나 되는 번듯한 대(?)부대였다. 하지만 2001년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전하면서 최첨단 디지털 장비로 운영되면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간부들로만 편성됐다. 최정예 ‘멀티형’ 간부들로 조직을 슬림화한 것이다.
이중령은 “부대원들이 명절 한 번 제대로 쇠지 못하고, 솔직히 한 사람만 비어도 표시가 확 나기 때문에 각자 최선을 다해 솔선수범하고 있다”며 “하지만 어차피 우리 군이 미래지향적인 작지만 강한 첨단강군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뿐만 아니라 1인 다역을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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