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무기탄생비화

철모에서 미사일까지<142>공군 저속통제기 KO-1 ⑤

신인호

입력 2004. 11. 23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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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녀석들, 다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1999년 11월 공군3훈련비행단 한쪽에 자리한 행거에 들어선 항공기술부 3팀 최관호 연구원은 오랜 시간 먼지를 뒤집어쓴 몇몇 구성품을 하나씩 살폈다. 바로 KTX - 1을 선행 개발하던 93년부터 95년까지 시험용으로 개발한 2대분의 외부 연료 탱크와 파일론이었다.

    당시 자체 품질 입증시험까지 완료했지만 기본훈련기 사업과 저속통제기 사업이 분리되면서 이 행거에서 근 4년 동안 보관돼 온 것이었다.

    외부 연료 탱크는 항공기 좌우에 하나씩 탑재돼 비행 거리 연장에 사용되며 파일론은 외부 연료 탱크와 로켓 발사대를 장착하기 위한 장착대로 좌우 각각 2개씩 쓰인다. 물론 행거에 보관된 외부 연료 탱크와 파일론은 신규 저속통제기에 실제 적용될 품목이 아니다. 저속통제기에 대한 군 요구 조건·설계 요구 조건들이 새롭게 도출됨에 따라 이 분야의 신규 개발이 불가피했다.

    그런데도 최낙윤 팀장 등이 이 외부 장착물을 다시 찾은 것은 바로 빠듯한 사업 일정과 함께 비행시험 일정도 그리 넉넉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새로 외부 연료 탱크와 파일론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이미 제작된 이 외부 연료 탱크와 파일론의 형상과 중량을 먼저 수정, 04호기에 장착해 공기역학 등과 관련한 사항을 확인하는 비행시험에 활용해야 했던 것이다.

    파일론은 KTX - 1 선행 개발 때의 시제기와 저속통제기 사이에 장착점 등 여러 면에서 많은 상이점이 있었다. 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주 부품들을 대부분 교체해야 했고 또 실제 비행시험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하중 해석 등 모든 설계와 해석 작업이 추가됐다. 따라서 담당 연구원 입장에서 볼 때 새로운 개발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의 고통은 반복 작업에서 비롯됐다. 실제 항공기의 주요 부품들은 지상에서 장착하기 전에 먼저 치구를 사용, 부품을 조립하기 때문에 매우 정밀한 공차(公差)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임시 비행시험을 위해 수정하는 파일론에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는 치구를 적용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시험 항공기로 쓰일 04호기 날개 장착점의 치수에 맞춰 가며 수십 번의 반복 작업을 통해 파일런을 장착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이 어려웠다, 그렇게 말하기보다 반복 작업 탓에 매우 지루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04호기의 초도 비행까지 일정이 촉박했기 때문에 일을 서둘러 진행하다 보니 이 지루함조차 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최관호 연구원)

    수정된 외부 연료 탱크 또한 형상·중량의 모사(模寫)가 주 목적이므로 연료 공급 기능이 모두 제외됐다. 외부 연료 탱크와 주익(主翼)의 주 연료 탱크를 연결하는 배관은 장착하지 않았고 비행 안전을 고려, 외부 연료 탱크에는 연료 대신 물을 주입키로 했다. 여기에서 항공기가 높은 고도를 비행할 경우 온도 차로 인해 연료 대신 사용할 물이 결빙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러 가지 방안이 고려된 가운데 자동차에 사용하는 부동액을 이용하는 안을 채택했다.

    비행시험은 역시 초도 비행이 주목 대상. 항공 전자 장비 등을 새롭게 개발, 개발 사양에 부합하는 저속통제기로 완전 개조하게 될 05호기에 앞서 04호기가 먼저 초도 비행에 나서도록 계획돼 있었다. 파일론·외부 연료 탱크 등 외부 장착물을 04호기에 장착, 공기역학 관계 등을 확인하며 비행 성능을 검증해야 하는 공력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저속통제기의 경우 이미 오랜 비행 시험을 통해 우수한 이착륙 특성을 인정받은 기본훈련기 KT-1의 시제 04·05호기를 기반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기종이기 때문에 당연히 순조로운 초도 비행이 예상됐다.

    “외부 장착물에 따라 항공기의 형상이 변경되므로 다소의 영향이 없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모형을 이용한 풍동(風洞)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성능과 안정성을 해석하면서 비행 안전을 저해할 위험 요인은 없다고 확신했습니다.”(김명성 공력팀장)

    그러나 외부에 부품을 장착한 비행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 특히 항공기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비행의 안전성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이착륙 때의 비상 상황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륙 포기’(RTO)에 해당하는 비상 상황만 해도 활주 단계나 초기 이륙 단계에서 엔진이 꺼지는 경우 제한된 활주로 길이 내에 항공기를 무사히 안착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부터 이륙 후 상승해 활주로를 벗어나려는 시점에서 엔진이 꺼질 때 항공기를 기지로 되돌려(turn back) 착륙을 시도해야 하는지, 아니면 바로 비상 탈출을 시도해야 하는지 등의 수많은 문제를 가정할 수 있다.

    “엔진이 꺼진 후에 항공기 강하율이 정상 착륙 때보다 훨씬 증가된 상황을 예로 들어보죠. 시뮬레이션 결과가 다소 무리한 조종 방법으로 착륙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나왔다면 조종 기술 의존도가 매우 커지는데 이때 안전 영역을 어느 범위까지로 제시해야 하는가가 문제입니다. 공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상황을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김명성 공력팀장)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시험 비행을 맡고 있는 공군52전대 조종사들과 협의를 통해 실제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대처할지를 하나씩 풀어 나갔다. 연구원들 입장에서 볼 때 공학적 접근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해 보이는 조종사들의 질문이나 상황 설정도 있었다. 그러나 협의는 갈수록 진지해졌다. 상황에 따라 연구원과 조종사 간은 물론 조종사와 조종사 간에도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아 토론의 열기는 더해만 갔다.

    “하나씩 설정되는 비상 상황에 맞춰 기존 이착륙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수정하며 해석을 수행해 나갔는데 너무 많은 비상 상황 설정에 이 같은 접근법이 과연 맞는가 하는 회의감이 없을 수 없죠. 그렇지만 조종사들의 태도는 너무 진지했고 또 조종사들과 그런 생생한 의견을 나누며 상황을 해석한 결과 비록 그래프상이었지만 전혀 비행 경험이 없는 연구원들에게 비행의 짜릿함과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봅니다.”(배승호 연구원)


    ● 미국의 저속통제기 OV-10

    미국에서 저속통제기로 사용했던 대표적 기종은 OV-10 브롱코(Bronco)다.

    1966년부터 양산, 68년 2월부터 실전 배치된 브롱코는 M60 기관총 2문을 탑재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AIM - 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과 폭탄·로켓 등 최대 1630kg의 무장을 탑재한다. 계열 항공기 중에는 20mm 기관포를 탑재한 모델도 있다.

    브롱코는 적을 탐색해 아군 공격기에 목표물의 위치를 통보하는 전방 항공 통제 임무뿐만 아니라 대지 공격 무장을 탑재하고 지상군을 지원하는 근접 항공 지원 임무, 무장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적외선 전방 탐지 장치(FLIR)를 장착, 야간 작전 수행도 가능하며 세 개의 외부 연료 탱크를 장착해 장시간 정찰·초계 비행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브롱코는 미 해병대와 공군에 각각 100여 대·200여 대가 인도돼 운용했으나 95년 무렵 대부분 퇴역했다. 브롱코는 68년 7월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했고 91년 걸프전에도 참전, 활약을 펼친 바 있다.


    ● 미국의 저속통제기 OV-10

    미국에서 저속통제기로 사용했던 대표적 기종은 OV-10 브롱코(Bronco)다.

    1966년부터 양산, 68년 2월부터 실전 배치된 브롱코는 M60 기관총 2문을 탑재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AIM - 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과 폭탄·로켓 등 최대 1630kg의 무장을 탑재한다. 계열 항공기 중에는 20mm 기관포를 탑재한 모델도 있다.

    브롱코는 적을 탐색해 아군 공격기에 목표물의 위치를 통보하는 전방 항공 통제 임무뿐만 아니라 대지 공격 무장을 탑재하고 지상군을 지원하는 근접 항공 지원 임무, 무장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적외선 전방 탐지 장치(FLIR)를 장착, 야간 작전 수행도 가능하며 세 개의 외부 연료 탱크를 장착해 장시간 정찰·초계 비행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브롱코는 미 해병대와 공군에 각각 100여 대·200여 대가 인도돼 운용했으나 95년 무렵 대부분 퇴역했다. 브롱코는 68년 7월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했고 91년 걸프전에도 참전,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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